여러분이 창업을 꿈꾸고 있다면, 아마도 이런 환상을 품고 있을 겁니다. ‘완벽한 제품을 만들어 세상에 내놓으면 고객들이 저절로 몰려들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성공하는 스타트업들은 모두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규모화할 수 없는 일부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창업의 환상과 현실 사이의 거리
대부분의 예비 창업자들은 스타트업이 로켓처럼 발사되는 순간부터 쭉쭉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나은 쥐덫을 만들면 사람들이 문을 두드린다는 말처럼 말이죠. 하지만 이는 완전한 착각입니다.
Y Combinator의 폴 그레이엄이 지적한 바와 같이, 스타트업은 창업자가 직접 날개를 달아주지 않으면 절대 날아오르지 않습니다. 예전 자동차에 시동을 걸기 위해 손잡이를 돌려야 했던 것처럼, 초기 스타트업에는 반드시 수작업으로 엔진을 가동시키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Stripe의 ‘콜리슨 인스톨레이션’: 직접 뛰어든 창업자들
가장 성공적인 핀테크 스타트업 중 하나인 Stripe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그들이 해결하려던 결제 시스템 문제는 정말 절실한 것이었습니다. 만약 누군가가 편안히 앉아서 고객이 찾아오기를 기다려도 될 상황이었다면, 바로 Stripe였을 겁니다.
하지만 콜리슨 형제는 전혀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다른 창업자들이 “우리 베타 버전 써보실래요?”라고 물으며 링크를 보내주겠다고 말할 때, 그들은 “그럼 지금 당장 노트북 주세요”라고 말하며 그 자리에서 바로 설치해줬습니다. 이것이 바로 YC에서 말하는 ‘콜리슨 인스톨레이션’ 기법입니다.
이런 적극적인 접근 방식이 오늘날 Stripe를 수십억 달러 가치의 기업으로 만든 출발점이었습니다. 그들은 편안한 사무실에서 코드만 작성하는 대신, 직접 발로 뛰며 고객을 확보했습니다.
10% 성장률의 마법: 작은 숫자가 만드는 큰 변화
많은 창업자들이 초기 사용자 수가 100명, 200명 수준일 때 좌절감을 느낍니다. ‘이런 작은 숫자로 어떻게 큰 회사가 될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품죠. 하지만 여기에 복리 성장의 놀라운 힘이 숨어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100명의 사용자를 가지고 있고, 매주 10%씩 성장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 1년 후: 14,000명
- 2년 후: 200만 명
처음에는 110명이 100명보다 별로 나아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속적인 10% 성장은 결국 폭발적인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문제는 많은 창업자들이 이런 점진적 성장의 가능성을 과소평가한다는 것입니다.
Airbnb의 롤리백 전략: 문을 두드리며 시작된 성공
Airbnb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마켓플레이스 비즈니스는 시작하기가 특히 어렵습니다. 공급자와 수요자가 동시에 있어야 하는 닭과 달걀 문제 때문이죠.
브라이언 체스키와 조 게비아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요? 그들은 뉴욕을 직접 발로 뛰며 호스트들을 찾아다녔습니다. 문을 두드리고, 등록을 도와주고, 기존 호스트들의 리스팅을 개선해주었습니다. Y Combinator 화요일 저녁 모임에 나타날 때마다 여행가방을 끌고 다녔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런 30일간의 직접적인 노력이 Airbnb의 성공과 실패를 가른 결정적 순간이었습니다. 지금은 거대한 플랫폼이 된 Airbnb도 초기에는 극도로 취약했던 것입니다.
초기 스타트업의 취약성: 아기를 어른 기준으로 판단하는 오류
거의 모든 스타트업은 초기에 매우 취약합니다. 하지만 경험이 부족한 창업자들과 투자자들, 그리고 평론가들은 이런 초기 스타트업을 기존 기업의 기준으로 판단하는 실수를 범합니다. 마치 갓난아기를 보고 “이런 작은 존재가 어떻게 무언가를 성취할 수 있겠는가?”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습니다.
빌 게이츠조차 이런 실수를 했습니다. Microsoft를 창업한 후에도 하버드로 돌아가 가을 학기를 보냈죠. 물론 오래 머물지는 않았지만, 만약 Microsoft의 미래 가능성을 제대로 봤다면 아예 돌아가지 않았을 겁니다.
사용자 확보의 핵심: 직접 찾아가는 용기
거절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라
많은 창업자들이 직접 사용자를 찾아가는 것을 꺼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수줍음과 게으름의 조합: 편안한 사무실에서 코딩하는 것이 낯선 사람들에게 거절당할 가능성보다 쉽게 느껴집니다.
- 작은 숫자에 대한 과소평가: 초기의 절대적 숫자가 너무 작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성공하는 스타트업이 되려면, 최소한 한 명의 창업자(보통 CEO)는 상당한 시간을 영업과 마케팅에 투자해야 합니다.
Pinterest의 틈새 공략법
Pinterest의 벤 실버만은 초기 사용자들 중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디자인 블로거들의 컨퍼런스에 직접 참석해서 사용자를 모집했고, 이 전략이 매우 효과적이었습니다.
이처럼 자신의 제품에 가장 열정적으로 반응하는 초기 사용자층을 파악하고, 그와 유사한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고객 서비스의 새로운 차원: Wufoo의 손글씨 편지
규모화할 수 없는 극진함
Wufoo는 모든 신규 가입자에게 손글씨로 쓴 감사 편지를 보냈습니다. 이런 방식이 언제까지 지속 가능할까요? 놀랍게도 생각보다 훨씬 오래 지속되었습니다.
여러분의 첫 번째 사용자들은 여러분과 함께하기로 한 결정이 인생 최고의 선택 중 하나였다고 느껴야 합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그들을 기쁘게 할 새로운 방법들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왜 창업자들은 이런 접근을 꺼릴까?
- 엔지니어링 백그라운드: 대부분의 창업자들이 엔지니어 출신이고, 고객 서비스는 그들의 교육과정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 규모화에 대한 걱정: “이런 식으로 하면 나중에 사용자가 많아졌을 때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입니다. 하지만 이는 행복한 고민입니다.
- 기존 기업들의 기준: 대부분의 창업자들은 대기업 고객으로서의 경험만 있기 때문에, 그들의 서비스 기준이 대기업 수준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팀 쿡이 여러분에게 손글씨 편지를 보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작은 회사만이 제공할 수 있는 경쟁 우위입니다.
스티브 잡스의 ‘Insanely Great’: 초기 스타트업에서의 의미
스티브 잡스는 ‘insanely great’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여기서 ‘insanely’는 단순히 ‘very’의 동의어가 아닙니다. 일상생활에서는 병적으로 보일 정도까지 실행의 품질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초기 스타트업에서 ‘insanely great’는 제품 자체보다는 사용자 경험에 적용되어야 합니다. 불완전하고 버그가 있는 초기 제품이라도, 극도의 세심함으로 그 차이를 메울 수 있다면 놀라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Facebook의 제한된 불길 전략
Facebook은 처음에 하버드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잠재 시장이 몇 천 명에 불과했지만, 그들은 이 서비스가 정말 자신들을 위한 것이라고 느꼈고, 그래서 임계 질량의 사용자들이 가입했습니다.
이후 Facebook이 다른 대학으로 확장할 때도 각 학교별로 수업 목록을 만드는 수고스러운 작업을 했습니다. 마크 저커버그는 이런 작업이 학생들로 하여금 이 사이트가 자신들의 자연스러운 보금자리라고 느끼게 했다고 말했습니다.
하드웨어 스타트업의 ‘Meraki 끌어내기’
직접 조립하는 용기
하드웨어 스타트업들은 소프트웨어 스타트업과는 다른 장애물에 직면합니다. 공장 생산의 최소 주문량이 보통 수십만 달러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Meraki의 창업자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요? 그들은 라우터를 직접 조립했습니다. Pebble도 마찬가지로 초기 수백 개의 스마트워치를 직접 조립했고, 이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면 Kickstarter에서 1천만 달러 어치를 판매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드웨어를 직접 제작하는 과정에서 Pebble의 에릭 미기코프스키는 “좋은 나사를 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고 합니다. 이런 세부사항들은 공장에 맡겼다면 절대 알 수 없었을 것입니다.
B2B 스타트업의 컨설팅 접근법
B2B 스타트업들에게는 더욱 극단적인 조언을 합니다. 한 명의 사용자를 선택해서 그들만을 위한 컨설턴트처럼 행동하라는 것입니다.
초기 사용자는 여러분의 틀 역할을 합니다. 그들의 요구에 완벽하게 맞춰 계속 조정하다 보면, 대개 다른 사용자들도 원하는 것을 만들게 됩니다. 설사 그런 사용자가 많지 않더라도, 인접한 영역에는 더 많은 사용자들이 있을 것입니다.
Viaweb의 대행 서비스 경험
Viaweb에서는 온라인 스토어 소프트웨어 사용을 거부하는 상인들을 위해 직접 스토어를 만들어주기도 했습니다. 당시에는 큰 전략적 전자상거래 파트너십 대신 가방과 펜, 남성 셔츠를 팔고 있다는 게 초라하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이것이 정확히 옳은 선택이었습니다. 상인들이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때의 느낌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피드백 루프가 즉각적이었습니다. 어떤 상인의 사이트를 만들다가 필요한 기능이 없다는 것을 발견하면, 몇 시간 동안 그 기능을 구현한 후 다시 사이트 제작을 계속했습니다.
Stripe의 ‘즉시’ 가맹점 계정의 비밀
Stripe가 초기 사용자들에게 제공한 ‘즉시’ 가맹점 계정은 실제로는 창업자들이 뒤에서 수동으로 전통적인 가맹점 계정에 가입시켜주는 방식이었습니다. 사용자에게는 소프트웨어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수작업이었던 것입니다.
이런 접근법은 실용적 농담의 성격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나중에 자동화할 부분을 정확히 알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직접 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무엇을 구축해야 할지 근육 기억으로 알게 됩니다.
대형 런칭의 함정: 발사체가 아닌 동력 항공기
런칭에 대한 잘못된 믿음
가끔 창업자들을 만나보면 스타트업을 발사체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충분한 초기 속도로 발사되면 성공할 것이라고 믿죠. 그래서 8개 매체에 동시 공개하고, 엠바고를 걸고, 화요일에 런칭하려고 합니다(어디선가 화요일이 최적의 런칭 요일이라고 읽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성공한 스타트업들의 런칭을 몇 개나 기억하시나요? 런칭에서 필요한 것은 초기 핵심 사용자들뿐입니다. 몇 달 후 여러분이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는 그 사용자들을 얼마나 만족시켰는가에 달려 있지, 처음에 몇 명이었는가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파트너십의 한계
대기업과의 파트너십도 마찬가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경험이 부족한 창업자들은 대기업과의 파트너십이 큰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6개월 후에는 모두 같은 말을 합니다:
예상보다 훨씬 많은 일이었는데, 결국 얻은 것은 거의 없었다.
스타트업을 벡터로 생각하기
이제는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단순한 스칼라가 아닌 벡터로 생각해볼 때입니다. 즉, ‘무엇을 만들 것인가’와 ‘처음에 회사를 시작하기 위해 어떤 규모화할 수 없는 일을 할 것인가’의 쌍으로 말입니다.
이런 관점의 가장 큰 장점은 창업자들에게 두 차원에서 모두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것을 상기시켜준다는 점입니다.
최고의 경우, 벡터의 두 구성 요소 모두 회사의 DNA에 기여합니다. 시작할 때 해야 하는 규모화할 수 없는 일들은 단순한 필요악이 아니라, 회사를 영구적으로 더 좋게 변화시킵니다.
- 작을 때 사용자 확보에 공격적이어야 한다면, 클 때도 공격적일 것입니다.
- 하드웨어를 직접 제조하거나 사용자를 대신해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야 한다면, 다른 방법으로는 배울 수 없는 것들을 학습하게 됩니다.
- 가장 중요한 것은, 소수의 사용자만 있을 때 그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 열심히 일해야 한다면, 많은 사용자가 있을 때도 계속 그렇게 할 것입니다.
규모화할 수 없는 시작의 힘
성공하는 스타트업들의 공통점은 명확합니다. 그들은 모두 규모화할 수 없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편안한 사무실에서 완벽한 제품을 만들어 세상에 내놓기를 기다리지 않았습니다. 대신 직접 발로 뛰며, 한 명 한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그들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제공했습니다.
이런 초기의 수고스러운 노력이 결국 회사의 DNA가 되어 지속적인 성장의 원동력이 됩니다. 여러분의 스타트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당장 규모화할 수 없는 일부터 시작해보세요. 그것이 바로 성공으로 가는 가장 확실한 첫걸음입니다.
참고 자료: Paul Graham, “Do Things that Don’t Sca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