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전 예언이 현실이 되다
2008년, 니콜라스 카가 “구글이 우리를 멍청하게 만들고 있을까?”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을 때, 많은 사람들은 이를 기술 발전에 대한 과도한 우려로 받아들였습니다. 당시는 아이폰이 막 출시되었고, 소셜 미디어는 아직 젊은 세대의 전유물이었죠.
하지만 17년이 지난 지금, 카의 예측은 놀라울 정도로 정확했음이 드러났습니다. 그가 우려했던 ‘깊이 있는 사고의 쇠퇴’는 이제 우리 일상의 현실이 되었으니까요.
밀월기간의 종료: 기술에 대한 환상의 붕괴
정보 접근성의 역설
계몽주의 시대부터 우리는 하나의 믿음을 가져왔습니다. ‘의사소통이 좋은 것이라면, 더 많은 의사소통은 더 좋을 것이다’라는 믿음 말이죠. 정보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면 사람들이 더 똑똑해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카는 이러한 가정이 완전히 틀렸다고 단언합니다. 그의 최신 저서 『Superbloom: How Technologies of Connection Tear Us Apart』에서 그는 충격적인 진실을 드러냅니다. 메시지와 정보 교환 속도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이면, 모든 것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마음의 능력이 오히려 감당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입니다.
속도와 깊이의 트레이드오프
여러분도 경험해보셨을 겁니다. 쏟아지는 메시지의 홍수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바로 감정적, 지적 깊이를 희생한 것입니다. 우리는 반응적이고 충동적이 되었고, 이는 결국 오해와 적대감, 그리고 전반적인 인간 혐오를 촉발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뇌에 일어나고 있는 일
신경 회로의 재구성
카는 자신의 경험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제 뇌를 건드리고 있다는 불편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신경 회로를 재구성하고 기억을 재프로그래밍하는 거죠.
이는 단순한 은유가 아닙니다. 의사소통 기술은 타인과 외부 세계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중재하기 때문에, 이러한 기술의 변화는 우리의 사고방식에 실제로, 때로는 심오한 영향을 미칩니다.
2008년과 2025년의 차이
2008년에 카가 우려했던 집중력 저하와 방해 요소들은 당시에는 노트북이나 데스크톱 앞에 앉아 있을 때만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요? 스마트폰 덕분에 이러한 방해가 24시간 내내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의 사고 흐름과 정보를 맥락에 맞게 이해하고 깊이 있게 해석하는 능력을 방해하는 요인들이 17년 전보다 훨씬 더 심각해진 것입니다.
언어의 압축, 자아의 압축
이메일에서 문자메시지까지의 변화
1980년대와 1990년대 초 이메일이 대중화되었을 때, 사람들은 처음에는 이메일을 우편 시스템의 대체재로 여겼습니다. 개인 편지에 쓰는 것과 매우 유사한 형태로 길고 세심하게 이메일을 작성했죠.
하지만 이메일의 강도가 높아짐에 따라 어떻게 변했을까요? 더 짧고, 엉성하고, 더 피상적으로 변했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이 편지를 완전히 대체해버렸습니다. 요즘 개인적인 편지를 쓰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요?
자아 표현의 위축
소셜 미디어와 문자 메시지를 통한 메시지의 흐름은 이 모든 것을 더욱 강화했습니다. 전신을 통한 교환이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기본 언어가 되었습니다.
카는 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합니다.
자아 창조는 언어를 통해, 자신을 표현함으로써 이루어집니다. 말하는 방식을 끊임없이 압축하면서 우리는 많은 뉘앙스를 잃었고, 어떤 면에서는 우리 자신을 압축했다고 생각합니다.
해결책은 있는가?
개인적 차원의 노력
카 자신도 이 문제를 완전히 해결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는 소셜 미디어 참여 시간을 최소화하고, 산책이나 저녁 식사를 할 때는 휴대폰을 뒤에 두려고 노력합니다.
휴대폰을 항상 가지고 다니면 휴대폰이 끊임없이 주의를 사로잡습니다. 휴대폰을 보지 않더라도 항상 새로운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휴대폰을 보려고 생각하게 되죠.
사회적 차원의 도전
하지만 개인적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사회가 모든 사람이 항상 온라인에 접속해 있다는 가정을 중심으로 재편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가정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되었습니다.
카는 솔직하게 인정합니다.
우리가 이제 문제를 더 명확하게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어려움은 오히려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술과 마음의 근본적 갈등
해결 불가능한 딜레마?
카가 주장하는 핵심은 기술의 작동 방식과 우리의 마음이 작동하는 방식 사이에 근본적인 갈등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갈등이 해결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이는 단순히 기술을 거부하자는 주장이 아닙니다. 오히려 기술이 우리 마음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이에 대한 인식을 높이자는 것입니다.
새로운 관점의 필요성
우리는 지금까지 기술 발전을 무조건적으로 긍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왔습니다. 하지만 카의 연구는 이러한 시각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합니다.
기술이 가져다주는 편리함과 효율성 뒤에 숨겨진 비용을 우리는 제대로 인식하고 있을까요? 더 빠른 정보 처리와 더 많은 연결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잃어가는 것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때가 아닐까요?
의식적 선택의 시대
니콜라스 카의 17년간의 탐구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디지털 기술이 우리의 사고와 인간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하루에 몇 번이나 스마트폰을 확인하시는지, 마지막으로 긴 글을 끝까지 집중해서 읽은 게 언제인지 한번 돌아보세요. 우리가 얻은 것과 잃은 것 사이의 균형을 다시 맞춰야 할 때가 온 것은 아닐까요?
참고 자료: The Atlantic, “Nicholas Carr: Is the Internet Making Us Stup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