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기와 클라만이 증명한 가치 투자의 진정한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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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자에게 비밀을 공개하는 자신감의 배경

여러분은 경쟁사에게 자신의 핵심 기술을 모두 공개할 용기가 있으신가요? 19세기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는 놀랍게도 경쟁사들을 자신의 공장으로 초대해 생산 라인을 속속들이 보여주곤 했습니다. 이런 행동의 배경에는 단순한 자신감이 아닌, 복잡하고 정교한 시스템에 대한 절대적 확신이 있었습니다.

카네기 스틸의 거대한 규모와 복잡한 운영 방식은 단순한 모방으로는 따라할 수 없는 수준이었죠. 마치 정교한 시계의 내부 구조를 보여주는 것과 같았습니다. 겉으로는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톱니바퀴들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어 작동하는 복잡한 시스템이었던 것입니다.

현대판 카네기, 세스 클라만의 투자 철학

바우포스트 그룹의 놀라운 성과

현대 투자계에서 카네기의 정신을 계승한 인물이 바로 세스 클라만입니다. 1982년 보스턴에서 설립한 바우포스트 그룹은 헤지 펀드 업계에서 전설적인 존재로 자리잡았습니다. 공식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 회사의 연평균 수익률이 20%에 달한다고 추정합니다. 이는 전체 시장 수익률의 약 두 배에 해당하는 놀라운 성과입니다.

클라만 역시 카네기처럼 자신의 투자 전략을 기꺼이 공개합니다. 정기적인 인터뷰와 저서를 통해 바우포스트의 다양한 수익 창출 방식을 상세히 설명하죠. 왜 그럴까요? 그들의 전략이 너무 전문적이고 독특해서, 일반인이 쉽게 따라할 수 없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측을 포기한 투자자들의 역설

클라만의 투자 철학 중 가장 핵심적인 원칙은 바로 ‘예측의 포기’입니다. 그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다음 두 번의 경기 침체 중 10번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는 예측의 불확실성을 날카롭게 지적한 표현이죠.

피델리티 마젤란 펀드의 전설적 매니저 피터 린치도 같은 견해를 보입니다. 그는 예측을 “무의미하다”고 단언하며, “수정구슬 같은 예측은 효과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경제 예측에 대해서는 더욱 신랄했는데, “경제 예측에 1년에 13분을 쓴다면 10분을 낭비하는 것”이라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워런 버핏 역시 “투자에서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이 중요하고 알 수 있는 것인지 파악하는 것”이라며 예측의 무용성을 강조했습니다. 경제의 미래 방향은 분명히 중요하지만, 정확히 알 수는 없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인식입니다.

딥 밸류 투자: 숨겨진 보물을 찾는 기술

극한의 할인율을 찾아서

예측을 포기한 가치 투자자들은 어떻게 투자 대상을 선택할까요? 답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수정 구슬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할인율로 거래되는 주식을 찾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회는 드물고, 종종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견됩니다.

흥미롭게도 바우포스트는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확실해 보이는 주식들을 보유하지 않습니다. 좋은 투자처럼 보이는 것들은 오히려 가치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이지 않죠. 이는 월스트리트가 장려하는 것과 정반대의 접근법입니다.

버스 운전사와의 희귀 동전 거래

클라만의 투자 철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십 대 시절 일화를 살펴봐야 합니다. 당시 그는 지역 버스 운전사와 독특한 협정을 맺었습니다. 운전사가 매일 버스의 동전함을 뒤져 머큐리 다임 같은 희귀 동전을 발견하면, 클라만이 일반 동전과 1:1로 교환해주는 거래였죠.

결과적으로 클라만은 다른 곳에서 10센트보다 훨씬 가치 있는 동전을 10센트에 사들일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차익 거래의 원리이며, 현재 바우포스트를 비롯한 헤지 펀드들이 활용하는 핵심 전략 중 하나입니다.

복잡함 속에 숨겨진 기회들

클라만의 저서 “안전마진”에서는 가치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특이한 투자 사례들이 소개됩니다. 기업 분사, 파산, 저축 은행 전환, 유상증자, 그리고 기타 복잡한 증권들이 그 대상입니다.

왜 이런 복잡한 투자들이 수익성이 있을까요? 바로 그 ‘복잡함’ 때문입니다. 분사를 예로 들어보죠. 분사된 주식을 받는 개별 주주들은 새로운 사업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하거나 관심이 없어 반사적으로 매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관 투자자들 역시 새로 설립된 회사가 너무 작아서 신경 쓸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죠.

이러한 이유로 새로 분사된 주식들은 본래 가치보다 저평가된 가격에 거래되는 경향이 있어, 기존 흐름에 반하는 투자를 하는 가치 투자자들에게 절호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조엘 그린블라트의 고담 캐피털

연평균 50%의 놀라운 수익률

세스 클라만과 유사한 전략을 구사하는 또 다른 헤지 펀드 매니저가 바로 조엘 그린블라트입니다. 그가 운영하는 고담 캐피털은 10년 동안 연평균 50%라는 경이로운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투자계에서 거의 신화적인 성과로 여겨집니다.

그린블라트 역시 클라만처럼 자신의 성공 비법을 상세히 공개했습니다. “You Can Be a Stock Market Genius”라는 저서를 통해 자신이 어떻게 이런 성과를 거두었는지 낱낱이 설명했죠.

따라하기 어려운 이유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의문이 제기됩니다. 이들이 자신의 전략을 공개했는데도 왜 따라하는 사람이 그렇게 적을까요? 답은 딥 밸류 투자에 단순한 전략 이상의 것들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시간과 인내심, 상당한 발품,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중의 흐름에 맞서는 정신력이 필요합니다. 이는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요구사항들입니다.

시장을 이기는 것의 진정한 비용

250명의 분석가가 필요한 이유

클라만은 바우포스트를 운영하기 위해 무려 250명의 분석가를 고용합니다. 시장을 안정적으로 이기기 위해서는 이 정도 규모의 인적 자원과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카네기의 제철소처럼 바우포스트와 고담 같은 펀드들은 경이로운 존재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펀드들의 복잡성은 중요한 사실을 시사합니다. 바로 시장을 이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보여주는 것이죠.

완벽하지 않은 현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데이터에 따르면 대부분의 액티브 펀드는 매년 저조한 성과를 보이며,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바우포스트조차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일반 투자자를 위한 현실적 대안

인덱스 펀드의 숨겨진 가치

이러한 현실을 고려할 때,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인덱스 펀드가 가장 현명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물론 인덱스 펀드는 시장을 이기기 위해 설계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예측이나 전술적 거래 같은 역효과를 낳는 전략들을 피함으로써 매우 중요한 다른 목표를 달성합니다.

바로 투자자가 저조한 실적을 피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시장을 이기는 것보다 시장을 따라가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얻는 것이 대부분의 투자자들에게는 더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전략이라는 뜻이죠.

현명한 투자자의 선택

카네기와 클라만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전합니다.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내는 것은 단순한 기법이나 정보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체계적인 접근법, 막대한 자원, 그리고 무엇보다 대중 심리에 휘둘리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을 요구하는 고난도 작업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투자자가 되고 싶으신가요? 복잡하고 어려운 길을 택해 시장을 이기려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안전하고 확실한 길을 택해 시장과 함께 성장하시겠습니까? 때로는 가장 현명한 선택이 가장 단순한 선택일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해 주세요.

참고 자료: Adam M. Grossman, “How to Beat the Mark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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