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포트폴리오가 내일 당장 절반으로 쪼그라든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패닉셀? 아니면 평정심을 유지하며 오히려 추가 매수를 고려해야 할까요?
워런 버핏의 오랜 동업자였던 故 찰리 멍거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평범한 투자자와 위대한 투자자를 가르는 결정적 분기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50% 하락을 견뎌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애초에 주식 투자를 할 자격이 없다.
멍거가 제시한 냉혹한 현실: 50% 하락은 선택이 아닌 필수
2009년 BBC와의 인터뷰에서 멍거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100년에 두세 번쯤 시장 가격이 50% 하락하는 상황에 평정심을 갖고 대응할 의지가 없다면, 일반 주주가 될 자격이 없으며, 평범한 결과를 받게 될 것이 당연합니다.
이 발언은 단순한 경고가 아닙니다. 투자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입니다. 멍거가 이 말을 했던 2009년은 어떤 시기였을까요? 바로 2008년 금융 위기 직후였습니다. 당시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가는 절반 이상 폭락했고, 수많은 우량 기업들이 같은 운명을 맞았습니다.
공인 재무 설계사이자 11 파이낸셜의 CEO인 테일러 코바르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50% 하락은 유쾌한 경험은 아니지만, 투자의 일부입니다. 실질적인 성장을 보기 위해 충분히 오랫동안 투자하려면 상황이 어려워질 때에도 투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최고의 기업들도 피해갈 수 없었던 폭락의 역사
멍거의 원칙이 이론이 아니라 현실임을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증거는 바로 역사입니다. 오늘날 시장을 지배하는 거대 기업들조차 한때 절반 이상의 가치를 잃은 경험이 있습니다.
- 버크셔 해서웨이는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주가가 50% 이상 폭락했습니다. 세계 최고의 투자자 워런 버핏이 이끄는 회사조차 예외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 아마존은 닷컴 버블 당시 주가가 무려 95%나 폭락했습니다. 당시 많은 전문가들이 아마존의 종말을 예견했지만, 제프 베이조스는 흔들리지 않았고, 오늘날 아마존은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 애플 역시 2000년대 초반 파산 직전까지 몰렸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복귀한 후에도 주가는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습니다.
코바르는 이렇게 강조합니다.
버크셔 해서웨이, 아마존, 애플 등 모두 한때 50% 폭락을 경험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투자가 잘못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시장은 순환을 겪는다는 뜻입니다.
대부분의 투자자가 실패하는 진짜 이유
문제는 이론적으로는 모두가 이 원칙을 이해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자신의 자산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상황을 맞닥뜨리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공포와 불안이 밀려옵니다. 뉴스에서는 연일 경제 붕괴를 경고하고, 주변 사람들은 모두 매도하고 있습니다. 이때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손실을 확정하는 결정을 내립니다. 그리고 시장이 회복되기 시작할 때는 이미 늦습니다. 결국 가장 큰 반등을 놓치게 되는 것입니다.
멍거가 강조한 것은 바로 이 지점입니다. 훌륭한 투자란 일시적인 손실을 견뎌내고, 기업의 펀더멘털을 신뢰하며, 시장의 변동성에 흔들리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락을 견디기 위한 실전 전략
그렇다면 어떻게 50% 하락을 견뎌낼 수 있을까요? 코바르는 몇 가지 핵심 원칙을 제시합니다.
- 첫째, 단일 투자가 전체 계획을 망칠 수 없도록 해야 합니다. 분산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한 종목에 올인하는 것은 도박이지 투자가 아닙니다.
- 둘째, 불리한 시기에 매도 압력을 받지 않도록 유동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생활비나 긴급 자금을 주식에 투자해서는 안 됩니다.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는 비상금을 별도로 준비해야 합니다.
- 셋째, 시장이 변동하기 시작하기 전에 항상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폭락이 일어난 후에 계획을 세우는 것은 이미 늦습니다. 평소에 자신의 투자 원칙과 대응 방안을 명확히 해두어야 합니다.
코바르는 행동 금융학의 통찰력에 대한 코칭이 투자자들이 두려운 뉴스 헤드라인 속에서도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언제 버티고 언제 손절해야 할까?
하락을 견뎌낼 때와 손실을 줄일 때를 구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 기준은 결국 기업의 펀더멘털입니다.
코바르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회사가 여전히 강력한 리더십, 건전한 재무 상태, 그리고 장기적인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면 하락은 매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변화가 있다면 그때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애플은 아이폰이라는 혁신적인 제품을 보유하고 있었고, 강력한 브랜드 파워와 충성도 높은 고객 기반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주가가 폭락했지만 기업의 본질적 가치는 훼손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경우는 견뎌야 합니다.
반면 사업 모델이 붕괴되거나, 경영진의 비리가 드러나거나, 시장에서 완전히 도태되는 경우라면 빠른 손절이 정답입니다.
안전만 추구하는 투자의 숨겨진 대가
많은 투자자들이 변동성을 두려워한 나머지 안전 자산만을 선택합니다. 예금, 적금, CD(양도성 예금증서), 채권 등입니다. 이러한 선택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심각한 기회비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멍거는 하락을 견뎌낼 수 없는 사람들은 인플레이션을 상회하지 못하는 수익률을 얻거나 의미 있는 장기적 부를 축적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한국의 물가 상승률이 연 3~4%라고 가정할 때, 2~3%의 이자를 주는 예금에 돈을 묶어두면 실질적으로는 자산이 감소하는 것입니다. 안전하게 투자하면 단기적인 고통은 피할 수 있지만, 평범한 결과에 만족하고 시장의 가장 큰 회복 시기를 놓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여러분은 진짜 투자자입니까?
멍거의 50% 하락 원칙은 단순히 시장의 지혜가 아닙니다. 감정에 기반한 투자자와 원칙에 기반한 부를 축적하는 투자자를 구분하는 직관의 기준입니다.
역사는 명확한 교훈을 줍니다. 최고의 기업들조차 엄청난 하락을 겪었고, 그 속에서도 버텨낸 투자자들은 더 큰 수익으로 보상받았습니다.
시장 혼란에 대비하고 감정적 회복력을 키우는 투자자는 불가피한 하락세를 더 잘 헤쳐나가고 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더 나은 기회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제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내일 당장 내 포트폴리오가 절반으로 줄어든다면, 나는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 오히려 추가 매수를 고려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자신 있게 ‘예’라고 답할 수 있다면, 여러분은 진짜 투자자입니다.
참고 자료: Investopedia, “Can Your Investments Survive a 50% Loss? Use Buffett and Munger’s Trusted Strate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