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상승할 때 우리는 자신이 투자의 천재라고 착각합니다. 수익률이 오를 때마다 자신감은 커지고, 어떤 종목을 골라도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에 휩싸입니다. 하지만 역사는 이런 착각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반복해서 증명해왔습니다. 가치투자의 아버지로 불리는 벤저민 그레이엄조차 이 함정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강세장이 만드는 심리적 착시
강세장은 투자자들을 실제보다 더 똑똑하다고 느끼게 만듭니다. 반대로 약세장은 투자자들을 실제보다 더 멍청하다고 느끼게 만듭니다. 시장이 상승할 때는 모든 것을 아는 것 같고, 하락할 때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은 이 기묘한 감정은 인간의 본성에 깊이 뿌리박혀 있습니다.
이런 심리적 착시는 단순한 기분의 문제가 아닙니다. 실제로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치고, 때로는 치명적인 실수로 이어집니다. 시장이 좋을 때 우리는 자신이 설정한 투자 원칙을 무시하고, 더 큰 위험을 감수하며,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등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행동을 하게 됩니다.
벤저민 그레이엄의 뼈아픈 교훈
1920년대 후반, 31세의 벤저민 그레이엄은 투자 세계의 떠오르는 별이었습니다. 그는 고객과 자신의 자본으로 모은 40만 달러를 단 3년 만에 250만 달러로 불렸습니다. 6배가 넘는 수익률이었죠. 이 돈의 상당 부분은 그레이엄 자신의 저축과 운용 수수료로 모은 것이었습니다.
당시 그레이엄이 어떤 마음이었을지 상상해보세요. 31세에 거대한 부를 손에 쥐었고, 앞으로의 인생은 무한한 가능성으로 가득 차 보였습니다. 그는 회고록에서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습니다.
31세에 저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아니, 적어도 주식과 채권으로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월스트리트를 장악하고 있었고, 제 미래는 제 야망만큼이나 무한하며, 엄청난 부와 부로 살 수 있는 모든 물질적 즐거움을 누릴 운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큰 요트, 뉴포트의 빌라, 경주마를 소유한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심각한 오만함에 빠져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대공황이 가져온 파국
공교롭게도 그레이엄의 엄청난 성공은 역사상 가장 큰 주식 시장 폭락 직전에 일어났습니다. 1929년 대공황이 시작되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그레이엄도 재앙의 규모를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1930년, 최악의 시기가 지났다고 판단한 그레이엄은 과감하게 움직였습니다. 그는 엄청난 수익이 날 것이라 확신하며 증거금을 활용해 레버리지 투자를 했습니다. 하지만 최악의 시기는 끝나지 않았고, 다우 지수가 계속 폭락하자 그레이엄은 50%의 손실을 기록하며 최악의 한 해를 보냈습니다.
1932년이 되자 250만 달러는 37만 5천 달러로 줄어들었습니다. 약 85%의 손실이었습니다. 1929년의 대격변을 피했던 그는, 최종 바닥을 찍기 전에 성급하게 시장으로 돌아왔다가 개인적으로 완전히 망가졌습니다.
성공이 실패를 예고한다
브렌던 모이니핸의 저서 “LOSS(로스)”는 이런 역설을 명확하게 설명합니다. 이 책은 가난뱅이에서 시카고 상품 거래소의 백만장자 트레이더로 성장했다가 몇 년 만에 파산한 짐 폴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모이니핸은 책에서 핵심적인 통찰을 제시합니다.
상승은 몰락을, 승리는 패배를 예고합니다. 성공 없이는 재앙을 맞이할 수 없습니다.
처음부터 시작하여 연이은 성공을 거두면, 곧 다가올 실패를 스스로에게 안겨주는 셈입니다.
왜 그럴까요? 성공은 다양한 심리적 왜곡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자신도 모르게 게임의 규칙을 어기고도 승리했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일단 그런 일이 생기면, 자신이 특별하고 규칙을 따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현재의 강세장에서 배워야 할 교훈
최근 몇 년간의 강세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큰돈을 벌었습니다. 수많은 투자자들이 인생을 바꿀 만큼 큰 돈을 벌었고, 이는 분명 멋진 일입니다. 하지만 바로 이 순간이 가장 위험한 시기일 수 있습니다.
시장에서의 성공에 자만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레이엄의 사례가 보여주듯, 3년간의 놀라운 성공이 그 이후의 파국을 막아주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성공이 판단을 흐리게 만들고, 위험을 과소평가하게 만들며, 원칙을 저버리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악순환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습니다. 돈을 버는 것이 항상 이렇게 쉬운 것은 아닙니다. 시장은 언젠가 당신을 다시 바보처럼 느끼게 만들 것입니다. 설령 그것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말입니다.
겸손함이 가져오는 생존
다행히 그레이엄은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는 모든 투자자가 손실을 회복할 때까지 급여를 받지 않았고, 이 경험을 통해 더 현명한 투자자로 거듭났습니다. 대공황의 좌절에도 불구하고 그의 장기적인 성과는 인상적이었고, 투자자 교육에 미친 그의 영향력은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그레이엄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명확한 교훈을 줍니다. 시장이 좋을 때일수록 더욱 겸손해야 하고, 성공할 때일수록 더욱 원칙을 지켜야 하며, 돈을 벌 때일수록 더욱 경계해야 합니다. 강세장은 우리를 똑똑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렇게 느끼게 만들 뿐입니다.
진짜 투자의 지혜는 시장이 우리에게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든, 그것이 착각일 수 있음을 인정하고 끊임없이 자신을 의심하는 데 있습니다.
참고 자료: A Wealth of Common Sense, “Ben Graham & Bull Market Brai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