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지 않는 책을 마음껏 쌓아둬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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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도 혹시 서점에서 책을 사놓고 읽지 않은 채 책장에 쌓아둔 경험이 있지 않나요? 일본어로 ‘츤도쿠(積ん読)’라고 불리는 이 행동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죄책감을 느끼곤 합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오늘은 책을 읽지 않고 쌓아두는 것이 단순한 게으름이 아닌, 우리 삶에 의미 있는 가치를 제공하는 행위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츤도쿠, 그 친숙한 경험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봤을 상황입니다. 여유 시간이 생기면 읽어보겠다는 마음으로 구매한 책, 누군가의 추천으로 사게 된 책, 영화를 보고 원작이 궁금해서 산 책들이 책장 한 켠에 자리 잡고 있죠.

처음엔 다음 주에 읽을 계획이었지만, 시간이 흘러가면서 일상의 바쁨에 밀려 그 책은 점점 먼지만 쌓여갑니다. 친구가 “그 책 어땠어?”라고 물으면 살짝 미안한 마음과 함께 “아직 못 읽었어”라고 답하게 되죠.

하지만 이런 행동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책을 모으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 여러 가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집의 즐거움: 세상을 넓히는 경험

적당한 범위 내에서 무언가를 수집하는 것은 우리의 경험과 사회적 연결을 자연스럽게 확장시켜줍니다. 책을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우리는 새로운 서점을 발견하고, 온라인 커뮤니티에 참여하며,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만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철학서를 수집하는 사람이라면 전문 서점을 찾아다니면서 점주와 대화를 나누고, 온라인 독서 모임에 참여하며,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됩니다. 단순히 책을 모으는 행위만으로도 우리의 세계가 넓어지는 것이죠.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는 그 분야에 대해 더 깊이 알게 되고, 다른 사람들의 추천을 받으며, 새로운 관점을 접하게 됩니다. 책을 실제로 읽지 않았더라도, 수집하는 과정 자체가 이미 우리를 성장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기대감이 주는 정서적 안정

책으로 둘러싸인 환경은 언젠가 그것들을 읽게 될 날에 대한 기대감을 조성합니다. 이는 마치 계획된 휴가를 기대하는 것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책은 우리를 새로운 세계로 데려가고, 현실 세계에 대해 가르쳐주며, 평소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해줍니다. 아직 읽지 않은 책들이 주변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언젠가 이 책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배우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깁니다.

특히 힘들고 우울한 날, 책장에 꽂힌 책들을 바라보며 “이 책을 읽으면 기분이 나아질 것 같아”라는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정서적 위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읽지 않았더라도, 그 가능성 자체가 우리에게 희망과 위로를 주는 것이죠.

공간을 아름답게 만드는 인테리어 효과

책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오브제입니다. 벽이나 책장 위에 쌓인 책들만으로도 공간이 훨씬 더 지적이고 세련되어 보입니다. 각 책의 표지나 등 부분의 디자인은 시각적으로 매력적일 뿐만 아니라, 특별한 에너지를 전달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평화롭고 차분한 에너지를 느낍니다. 이는 책이 가진 고유한 분위기 때문인데, 우리 집에 있는 책들도 마찬가지로 안정감과 위안을 주는 환경을 만들어줍니다.

또한 책의 색상, 크기, 디자인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시각적 조화는 인테리어 소품으로서의 역할도 충분히 해냅니다. 단순히 장식품을 두는 것보다 훨씬 더 의미 있고 개성 있는 공간을 연출할 수 있습니다.

정체성 형성과 자기표현의 도구

연구에 따르면 취미를 가지는 것은 우리에게 목적과 기쁨을 제공하며, 수집하는 것도 그 일환이 될 수 있습니다. 책을 수집하는 것은 우리 자신만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소재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경제학 서적을 주로 수집하는 사람은 “경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형성하게 됩니다. 이는 직장이나 가족 책임 외에 자신만의 관심사를 발전시키는 기회가 되며, 진정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됩니다.

또한 집에 놀러온 친구들이 책장을 보며 “이런 책도 있구나”라고 말하는 순간, 우리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관심사와 가치관을 공유하게 됩니다. 실제로 모든 책을 읽었는지 여부보다는, 그 책들이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성취 강박에서 벗어나기: 존재 자체의 가치

현대 사회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성취를 요구합니다. 모든 활동은 결과를 기반으로 평가되어야 하고, 항상 무언가를 달성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습니다. 하지만 아직 읽지 않은 책들이 주변에 있다는 것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행동하는 것’보다 ‘존재하는 것’에 더 익숙해지도록 도와줍니다.

“지금까지 그 책을 읽었어야 한다”는 생각을 “모든 것은 적절한 때에 일어난다”는 태도로 바꾸면, 우리 삶의 다른 부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취미는 반드시 결과에 따라 평가하거나 판단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죠.

때로는 우리의 의도와 가능성 자체가 가장 중요한 것일 수 있습니다. 책을 사고 쌓아둔다는 것은 “언젠가 이것을 읽어 성장하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며, 이러한 마음가짐 자체가 이미 우리를 변화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츤도쿠의 진정한 의미

결국 츤도쿠는 단순한 게으름이나 미루기가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성장하고 배우고 싶어하는 욕구의 물리적 표현이며, 미래의 자신에 대한 투자이자 현재의 자신에게 주는 위안입니다.

책을 읽지 않는 것에 대한 죄책감 대신, 그것이 주는 다양한 긍정적 가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우리는 때로는 무언가를 소유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고 만족할 수 있으며,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여러분의 책장에 쌓인 책들을 바라보며 죄책감을 느끼는 대신, 그것들이 여러분에게 주는 가능성과 희망, 그리고 아름다움을 느껴보세요. 그 책들은 언젠가 읽힐 그날을 기다리며, 여러분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참고 자료: The i Paper, “Can’t stop buying books you never read? Here’s why that’s not a bad 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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