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혹시 완벽한 이론을 현실에 적용했다가 처참하게 실패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아니면 반대로 논리적으로는 말이 안 되는데 실제로는 효과가 있었던 일은 없으셨나요? 오늘은 책으로 배운 지식과 경험으로 배운 지식 사이의 흥미로운 갭에 대해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노벨상 수상자도 예측하지 못한 현실의 벽
아치볼드 힐의 발견과 한계
1926년, 생물물리학자 아치볼드 힐은 혁신적인 발견을 했습니다. 매일 아침 운동장을 뛰며 자신의 한계를 탐구하던 그는 결국 인간의 운동 능력을 수치화하는 데 성공했죠. 즉, 산소 소모량과 근육 피로도를 정밀하게 측정하여 “우리 몸은 기계와 같아서, 에너지 소비량을 세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입니다.
이 발견으로 그는 노벨 의학상까지 받았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의 완벽한 이론을 비웃었습니다.
이론과 현실 사이의 괴리
실험실에서는 완벽했던 예측이 실제 육상 경기에서는 전혀 맞지 않았습니다. 체력이 떨어진다고 측정된 선수가 최고 체력의 선수들을 제치고 우승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죠. 이론상으로는 더 오래 달릴 수 있어야 할 선수들이 예상보다 일찍 포기하는 상황이 반복되었습니다.
힐 자신도 이를 인정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어떤 용도를 위해서가 아니라, 재미로 한 일입니다”라고 말할 정도였으니까요.
뇌가 만드는 안전장치: 맥락이 결정하는 능력
생존 본능이 만드는 제한
힐의 연구는 의도치 않게 중요한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운동 능력에는 단순한 육체적 능력 이상의 것이 작용한다는 점이었죠. 우리의 뇌는 자동차의 조속기처럼 작동합니다. 생명에 위험이 없는 한, 몸이 최대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제동을 걸어버리는 거죠.
연습 상황에서의 한계와 올림픽 결승전에서의 한계, 그리고 칼을 든 사람을 피해 도망갈 때의 한계는 모두 다릅니다. 차에 깔린 사람을 구하기 위해 맨손으로 자동차를 들어 올린 사례들이 이를 증명하죠.
맥락의 힘
“운동선수들에게는 순수한 화학 작용 이상의 것이 있습니다”라는 힐의 말처럼, 관중의 압박감, 경기 중의 위험도, 패배의 수치심, 승리의 보상 같은 실제 상황의 맥락이 능력을 결정합니다. 이런 요소들은 실험실에서는 재현할 수 없는 것들이죠.
경제학에서도 발견된 같은 패턴
흥미롭게도 힐은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누이와 결혼했습니다. 케인스 역시 경제학에서 비슷한 사실을 발견했죠. 주식시장이나 경제 전체가 순수한 기계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영혼”을 가지고 있다는 것 말입니다.
힐이 말한 “도덕적 요소”와 케인스가 말한 “야성적 충동”은 본질적으로 같은 현상을 가리킵니다. “현실의 사람과 책 속의 사람은 다르다. 거기에 맞춰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죠.
실무 경험의 가치: 윌리 서튼의 통찰
책과 현실의 차이를 아는 지혜
1920년대 은행 강도였던 윌리 서튼이 변호사가 되려고 했을 때의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당시 변호사가 되려면 개업 변호사 밑에서 연수를 받아야 했는데, 고참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연수 제도가 법률에 조예가 깊은 변호사로 만들어주진 않겠지만, 지금보다 훨씬 재판에 뛰어난 변호사가 되게 해줄 것이야.
이 말 속에는 깊은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이론적 지식과 실무 능력은 별개라는 것이죠.
두 가지 지식의 특성과 한계
책으로 배운 지식의 가치와 위험
책으로 배운 지식은 실험실이나 대규모 집단에서 검증된, 역사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지식입니다. 수식, 데이터, 자연과학의 패턴을 이해하는 데 매우 유용하죠.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위험합니다.
예를 들어, “변동성이 높은 자산이 더 높은 수익률을 가져다준다”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분명 책으로만 배운 사람일 겁니다. 실제로 변동성 높은 자산에 투자했다가 원금이 반 토막 나는 상황에서 아내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본 경험이 없는 거죠.
경험으로 배운 지식의 가치와 한계
경험으로 배운 지식은 책에 나와 있지 않거나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미묘한 것들을 다룹니다. 심리학, 기호학, 사회학 속의 세부 요소들 말이죠.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위험합니다.
오랜 기간 안정적인 상황이 지속되면 “앞으로도 이런 상태가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안정성은 자만을 낳고, 자만은 과도한 위험 감수로 이어지며, 결국 불안정으로 귀결되는 패턴이 반복되어 왔습니다.
손실 혐오 이론 vs 현실의 복잡성
카너먼의 발견과 탈렙의 반박
행동경제학의 아버지 대니얼 카너먼은 “손실 혐오” 개념을 발견했습니다. 같은 크기의 수익과 손실이 있을 때, 손실로 인한 아픔이 수익으로 인한 기쁨보다 크다는 것이죠.
하지만 나심 탈렙은 이에 대해 다른 관점을 제시합니다:
한 피험자에게 100달러를 잃을 확률이 1%인 경우 얼마를 걸겠느냐고 물어봐도, 그가 감수해야 할 현재와 미래의 모든 다른 재정적 위험을 무시할 수 없다. 차 외부 긁힘, 투자 포트폴리오 손실, 빵집 화재 위험, 자녀 학비, 실직 위험 등 온갖 종류의 위험이 그의 반응에 영향을 미친다.
학문적 지식 vs 실제 세상의 논리
카너먼의 발견은 학문적 지식이고, 탈렙의 반론은 실제 세상의 논리입니다. 진실에 더 가까이 다가가려면 이 둘을 합쳐서 생각해야 합니다.
규칙과 예외, 그리고 뉘앙스의 중요성
학생은 규칙을 알고, 스승은 예외를 안다
이 말을 빌리면, 책은 진실을 알고 있고 경험은 그 뉘앙스를 알고 있습니다. 먼저 규칙을 배우고, 그 다음 사람들이 이 규칙을 어떻게 사용하고 남용하는지 관찰해야 합니다.
투자에서 대부분의 비극은 좋고 유용한 규칙들을 너무 맹목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일어납니다. 넷플릭스 공매도가 효과가 없었던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가치 투자자나, 연준 정책이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에 당황하는 경제학자들이 그 예입니다.
LTCM의 교훈
LTCM(Long-Term Capital Management)의 관련자들은 자신들이 만든 완벽한 수학적 모델을 금과옥조처럼 믿다가 결국 파산했습니다. 규칙 자체보다 사람들이 그 규칙을 어떻게 다루는지 관찰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죠.
경계를 넘나드는 학습의 필요성
자기 분야를 넘어서는 독서
투자자라고 해서 투자 서적만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의학, 군사사, 진화론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어야 합니다. 그 분야의 구체적인 사실을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이해하기 위해서죠.
보상에 대한 반응, 위험에 대한 생각,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한 대처 방식 등은 논문의 공식으로 정량화하기 어렵지만, 사람들의 실제 행동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멈춰 서서 안경을 닦는 지혜
힐은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화학자건 시인이건, 생물학자건 성인이건, 누구나 가는 길이 맞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그리고 안경을 닦기 위해서는 가끔씩 멈춰 서야 한다.
결론: 균형 잡힌 지식의 추구
책으로 배운 지식과 경험으로 배운 지식은 각각 고유한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느 하나만으로는 완전하지 않죠. 책은 우리에게 패턴과 원리를 알려주고, 경험은 그 패턴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떤 예외가 있는지를 가르쳐줍니다.
진정한 지혜는 이 두 가지를 균형 있게 결합하는 데서 나옵니다. 여러분도 이론을 배울 때는 그것이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어떤 한계가 있는지 함께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경험을 쌓을 때는 그 경험이 더 큰 패턴의 일부일 수 있음을 염두에 두세요.
결국 가장 현명한 사람은 책의 지혜와 현실의 교훈을 모두 아우르는 사람이 아닐까요?
참고 자료: The Collaborative Fund, “Real World vs. Book Knowled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