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와 이해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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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빠르게 판단하고 결론 내리는 것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소셜 미디어의 댓글란에서는 한 번의 발언으로 누군가를 영웅 또는 악당으로 규정하고, 충분한 맥락 없이도 타인에 대한 평가를 서슴없이 내립니다. 하지만 이렇게 성급하게 내려진 판단이 얼마나 정확할까요?

오늘은 타인을 진정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무엇이며, 왜 이 시대에 ‘찬찬히 들어보고 이해하기’가 더욱 중요해졌는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타인을 대하는 두 가지 방식: 이해와 매도

인간관계에서 우리가 타인을 대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시도이고, 다른 하나는 매도하려는 시도입니다.

타인을 대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이해하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매도하려는 것입니다. 사실 누군가를 이해하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극악무도한 범죄자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정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그를 불쌍히 여길 만큼 깊이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그의 환경·인생 여정·당시의 상황·내면의 결핍 등 온갖 것들을 통해서 말입니다.

진정한 이해란 단순히 상대방의 말을 듣는 것을 넘어 그 사람의 환경, 경험, 상황, 내면의 고민까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갑자기 화를 내는 동료가 있다면, 대부분은 그를 ‘감정 조절을 못하는 사람’으로 판단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의 상황을 더 깊이 들여다본다면 – 어쩌면 가정에서의 어려움, 건강 문제, 혹은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때문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이해는 표면적인 행동 너머의 다층적인 맥락을 살피는 과정입니다.

반면, 매도는 어떻게 작동할까요?

반대로 우리가 누군가를 매도하려고 마음먹는다면, 그가 아무리 인간보다는 천사에 가까운 존재일지라도 밑도 끝도 없이 매도할 수 있습니다.

그의 이타적 행동은 깊은 자기만족에서 오는 이기적 행위입니다. 그가 이렇게 착하게 살 수 있는 건, 부유하게 자랐기 때문입니다. 그는 착한 척 하지만 알고 보면 다 자기 평판을 위한 것이고, 아프리카 아이의 인권이나 닭의 동물권에 대해 말하지 않는 걸 보면 차별주의자입니다.

이처럼 매도는 상대방의 어떤 행동이나 특성도 부정적으로 해석하여 폄하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사회적 기부를 많이 하는 기업가는 ‘세금 회피를 위한 전략’으로, 친절한 이웃은 ‘숨겨진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식으로 해석되곤 합니다.

이런 매도의 심리는 소셜 미디어 시대에 더욱 강화되어, 때로는 ‘정의’라는 이름으로 타인에 대한 비판과 공격이 정당화되기도 합니다.

선과 악의 이분법을 넘어서기

우리는 종종 세상과 사람들을 선인과 악인으로 나누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이분법적 구분이 얼마나 현실적일까요?

그래서 언젠가부터 나는 사람을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 나누는 일에 큰 관심이 없어졌습니다. 그 대신 나랑 잘 맞는 사람인가, 내가 충분히 이해하고 싶은 사람인가, 나랑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인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인간관계에서 절대적인 선악 구분보다 중요한 것은 상호 이해와 조화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이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전혀 다르게 인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참 좋은 변호사가 상대편 당사자에게는 원수일 수도 있고, 내가 믿는 참 훌륭한 회사 대표가 그 직원한테는 원망스러운 상사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관점의 차이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예를 들어, 효율성과 성과를 중시하는 리더는 회사의 성장에 기여하는 ‘훌륭한 경영자’로 평가받을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과도한 업무 압박을 받는 직원들에게는 ‘냉혹한 상사’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또한 원칙을 중시하는 교사는 학교 시스템에서는 ‘모범적인 교육자’로 칭송받지만, 개성이 강한 학생에게는 ‘이해심 없는 선생님’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섣부른 판단의 위험성

현대 사회에서는 제한된 정보만으로 빠르게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섣부른 판단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한 사람에 대한 판단도 너무 쉽게 내려서는 안된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섣불리 누군가에 대해 내린 판단이 달라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거듭 만나보고, 이야기를 더 깊이 들어보고, 그의 생각이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최초의 편견을 넘어서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우리는 처음 만난 사람에 대해 몇 분 만에 판단을 내리곤 합니다.

직장에서 처음 말이 없는 동료를 보고 ‘무뚝뚝하다’고 판단했다가, 나중에 알고 보니 그저 수줍음이 많았던 것임을 알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는 SNS에서 특정 발언만 보고 유명인을 비난했다가, 전체 맥락을 알게 되면 그 판단이 얼마나 성급했는지 깨닫게 되는 경험도 흔합니다.

그러면 오히려 편견을 갖고 빠르게 판단했던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되는 경우들도 적지 않습니다. 사람은 깊게 사귀고 볼 일입니다.

몰이해의 시대, 독을 치료하는 해독제

현대 사회, 특히 소셜 미디어 환경에서는 빠른 판단과 매도가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요즘 사회를 한 마디로 하자면, 그야말로 손쉬운 판결과 매도가 넘쳐나는 세상입니다. 잘 모르는 셀럽에 대해서도 그가 한 말 한마디, 어록 하나 어디서 듣고 악플부터 쓰기 바쁩니다.

흥미로운 소문들은 늘 손쉽게 누군가를 악인으로 만들 수 있는 이야기들입니다. 소셜 미디어에서는 30초 클립만으로 누군가의 인격을 판단하고, 한 줄의 뉴스 헤드라인만으로 사건의 전체를 이해했다고 착각하기 쉽습니다.

2024년 한 연구에 따르면, 소셜 미디어 사용자의 67%는 전체 기사를 읽지 않고 제목만 보고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는 표면적인 정보만으로 타인과 세상에 대한 깊은 이해를 포기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몰이해가 만연한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이런 몰이해의 세상 속에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이해하려는 시도가 하나의 해독제가 될 수도 있다고 느낍니다. 찬찬히 들어보고 이해하기, 라는 것만큼 이 시대의 독을 치료해 가는 첫 단계가 있을까, 싶기도 한 것입니다.

일상에서 실천하는 ‘찬찬히 들어보고 이해하기’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일상에서 ‘찬찬히 들어보고 이해하기’를 실천할 수 있을까요? 몇 가지 방법을 생각해봅시다.

  • 판단 유예의 습관 들이기: 누군가에 대한 첫인상이나 정보를 접했을 때, 바로 결론 내리기보다 “더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습관을 들여보세요.
  • 다양한 관점 탐색하기: 특정 사안에 대해 여러 다른 견해와 관점을 의도적으로 찾아보세요. 당신이 동의하지 않는 의견도 진지하게 고려해보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 맥락 파악하기: 누군가의 행동이나 말을 판단하기 전에, 그 사람이 처한 상황과 맥락을 고려해보세요. “만약 내가 그 상황이었다면 어땠을까?”라고 자문해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 적극적 경청 연습하기: 대화할 때 상대방의 말을 중간에 끊거나 반박하기보다, 끝까지 듣고 이해한 후 반응하는 연습을 해보세요.
  • 판단했던 경험 되돌아보기: 과거에 누군가를 성급하게 판단했다가 나중에 그 판단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던 경험을 주기적으로 되돌아보세요. 이런 자기 성찰이 미래의 판단을 더 신중하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결론: 이해의 가치

빠른 판단과 매도가 넘쳐나는 이 시대에, ‘찬찬히 들어보고 이해하기’는 단순한 미덕을 넘어 사회적 치유의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타인을 진정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은 우리 자신의 편견과 한계를 직면하게 해주고, 더 넓은 세계관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누가 옳은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관점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일 것입니다. 그 첫걸음은 바로 타인의 이야기를 ‘찬찬히 들어보고 이해하려는’ 작은 시도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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