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크셔 해서웨이의 1988년 주주서한은 워런 버핏의 투자 철학과 경영 원칙을 담은 귀중한 자료입니다. 이 서한은 단순한 재무 보고서를 넘어 오랜 시간이 지나도 가치를 잃지 않는 투자의 지혜를 담고 있습니다. 오늘은 버핏이 말하는 성공적인 기업 경영과 투자의 핵심 원칙들을 살펴보겠습니다.
1988년 버크셔 해서웨이의 성과와 미래 전망
1988년 버크셔 해서웨이는 5억 6,900만 달러의 순자산 증가를 기록했으며, 이는 20.0%의 성장률을 보여줍니다. 현 경영진이 인수한 이후 24년 동안 주당 장부가치는 $19.46에서 $2,974.52로 연평균 23.0%의 복리 성장을 이뤘습니다.
버핏은 단순한 장부가치보다 ‘내재적 사업 가치(intrinsic business value)’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내재적 사업 가치란 기업이 미래에 창출할 현금흐름의 현재 가치를 의미하며, 버핏은 버크셔의 내재적 가치가 장부가치를 크게 상회한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버핏은 다음과 같은 도전 과제에 직면해 있음을 솔직하게 인정합니다:
- 과거 24년보다 덜 매력적인 주식 시장 환경
- 투자 수익에 대한 법인세율 인상
- 기업 인수 시장의 고평가
- 주요 투자 기업(Capital Cities/ABC, GEICO, Washington Post)의 사업 환경 악화
그리고 무엇보다 큰 문제로 ‘자본 기반의 확대’를 언급합니다. 버핏은 향후 10년간 연 15%의 수익률을 달성하려면 103억 달러의 이익이 필요하다고 계산했습니다.
뛰어난 사업과 경영진의 가치
버핏은 버크셔가 소유한 ‘신성한 일곱(Sainted Seven)’ 기업들의 뛰어난 성과를 강조합니다:
- Buffalo News (신문사)
- Fechheimer (유니폼 제조)
- Kirby (청소기 제조)
- Nebraska Furniture Mart (가구 소매)
- Scott Fetzer Manufacturing Group (제조업)
- See’s Candies (초콜릿 제조)
- World Book (백과사전 출판)
이 기업들은 1988년에 평균 자기자본 대비 67%라는 놀라운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버핏은 이들의 성공 비결로 ‘탁월한 사업 프랜차이즈’와 ‘뛰어난 경영진’을 꼽으며, 자신과 찰리 멍거의 역할은 “이러한 경영진을 그대로 두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보르샤임의 인수
1989년 초, 버크셔는 오마하 소재 보석 사업인 보르샤임(Borsheim’s)의 지분 80%를 인수했습니다. 버핏은 이 인수가 자신이 찾던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뛰어난 사업과 우리가 좋아하고, 존경하며, 신뢰하는 사람들이 운영하는 기업.
보르샤임은 네브라스카 가구마트와 마찬가지로 블럼킨 가족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로즈 블럼킨(Mrs. B)의 자매인 레베카 프리드만과 그녀의 남편 루이스가 1948년에 설립한 이 기업은 가족 경영의 뛰어난 사례입니다.
버핏은 보르샤임의 성공 철학을 다음과 같이 요약합니다:
싸게 팔고 진실을 말하라(Sell cheap and tell the truth).
또한 다음과 같은 핵심 원칙을 제시합니다:
- 단일 매장 운영 및 모든 가격대를 포괄하는 대규모 재고 보유
- 최고 경영진의 일상적인 세부 사항 관리
- 빠른 재고 회전율
- 똑똑한 구매 전략
-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낮은 비용 구조
이러한 원칙들이 보르샤임과 네브라스카 가구마트가 경쟁자들을 압도하는 가격 경쟁력을 갖게 했다고 버핏은 설명합니다.
보험 사업의 현황과 전망
버핏은 보험 산업의 현황을 분석하면서 합산비율(이익을 내려면 100 이하여야 함)과 손실 발생률 등의 지표를 제시합니다. 그는 보험 산업이 비정상적으로 수익성이 낮을 뿐만 아니라 대중에게도 인기가 없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버핏은 캘리포니아의 발의안 103과 같은 요율 규제 조치가 GEICO와 같은 효율적인 보험사에 위협이 된다고 우려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버크셔의 보험 사업은 탁월한 성과를 유지했으며, 1988년 합산비율은 104를 기록했습니다.
버핏은 향후 몇 년간 보험 사업 규모는 줄어들더라도 우수한 수익성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그는 “경제적 손실이 예상되는 요율로는 보험을 인수하지 않을 것”이라는 원칙을 분명히 합니다.
시장성 있는 유가증권 투자
버핏은 버크셔의 투자 철학을 다섯 가지 주요 카테고리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 장기 주식 투자
- 중기 고정 수익 증권
- 장기 고정 수익 증권
- 단기 현금성 자산
- 단기 차익거래(arbitrage) 포지션
주요 장기 보유 주식으로는 Capital Cities/ABC, GEICO, Washington Post를 언급하며, 이들 기업의 경영진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표현합니다. 버핏은 이 경영진들이 “사업을 사랑하고, 소유자처럼 생각하며, 정직함과 능력을 발산한다”고 평가합니다.
1988년 주요 매입으로는 Federal Home Loan Mortgage(프레디 맥)와 코카콜라를 꼽습니다. 버핏은 “우수한 기업과 뛰어난 경영진을 보유할 때, 우리가 선호하는 보유 기간은 영원”이라고 강조합니다.
차익거래(Arbitrage)의 성공 사례
1988년 버크셔는 차익거래에서 예외적으로 큰 이익을 얻었습니다. 평균 투자금 1억 4,700만 달러로 약 7,800만 달러의 세전 이익을 기록했습니다.
버핏은 차익거래를 “발표된 기업 이벤트(인수, 합병, 자본 재구성 등)로부터 이익을 추구하는 활동”으로 정의하며, Arcata Corp 사례를 통해 그 복잡성과 가능성을 설명합니다. 버크셔는 KKR의 Arcata 인수 과정에서 주당 $35에 매입하여 $37.50에 매각했고, 이후 정부와의 소송 해결로 추가 $29.48을 받아 상당한 수익을 올렸습니다.
버핏은 자신의 차익거래 접근법이 다른 투자자들과 다른 점을 설명합니다:
- 매년 소수의 대형 거래에만 참여
- 공개적으로 발표된 거래에만 참여(루머나 인수 대상 추측에 기반하지 않음)
연말 기준으로 유일한 주요 차익거래 포지션은 RJR Nabisco 334만 주(2억 8,180만 달러 비용, 3억 450만 달러 시장가치)였으며, 이후 이 포지션을 청산하여 6,400만 달러의 세전 이익을 얻었습니다.
효율적 시장 이론(EMT)에 대한 비판
버핏은 1970년대에 학계에서 유행했던 효율적 시장 이론(EMT)을 강하게 비판합니다. EMT는 모든 공개 정보가 주가에 적절히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주식 분석이 무용하다고 주장합니다.
버핏은 그레이엄-뉴먼(Graham-Newman), 버핏 파트너십, 버크셔의 63년에 걸친 차익거래 경험이 EMT의 오류를 입증한다고 주장합니다. 이 기간 동안 그들은 차익거래에서 연평균 20% 이상의 수익률을 달성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일반 시장은 배당금을 포함해 연간 10% 미만의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버핏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이 차이가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하며, EMT 지지자들이 이러한 모순되는 증거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합니다.
뉴욕 증권거래소 상장
1988년 11월 29일, 버크셔 주식이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되었습니다. 버핏은 상장의 주요 목적이 거래 비용 절감이었으며, 이 목표가 달성되고 있다고 밝힙니다.
버핏은 대부분의 상장 기업과 달리 버크셔의 두 가지 특별한 목표를 설명합니다:
- 버크셔 주가의 최대화가 아닌, 내재적 사업 가치를 중심으로 한 좁은 범위 내에서의 거래
- 매우 적은 거래 활동
버핏은 “매수 시점에 매도 일정이나 가격 목표가 없고 무기한으로 우리와 함께할 계획을 가진 장기 소유자를 유치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합니다.
데이비드 도드를 기리며
버핏은 93세로 별세한 그의 스승 데이비드 도드를 추모합니다. 콜럼비아 대학에서 평생을 가르친 도드는 벤저민 그레이엄과 함께 ‘증권분석(Security Analysis)’을 공저했습니다.
버핏은 도드의 가르침이 “단순하고, 건전하며, 유용하고, 지속적”이었다고 평가하며, 그의 학생들의 성공 기록이 그의 재능을 증명한다고 말합니다. 버핏과 찰리 멍거는 도드와 그레이엄이 가르친 원칙을 버크셔의 투자에 적용해 왔으며, “우리의 번영은 그들의 지적 나무의 열매”라고 표현합니다.
기업 인수의 기준
버핏은 향후 인수하고자 하는 기업의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제시합니다:
- 대규모 인수(세후 이익 최소 1,000만 달러)
- 일관된 수익 창출력 입증(미래 전망이나 회생 상황에는 관심 없음)
- 적은 부채로 자기자본에 대한 좋은 수익률을 내는 기업
- 경영진이 이미 존재할 것(우리가 제공할 수 없음)
- 단순한 사업(기술이 많으면 이해할 수 없음)
- 제안 가격이 명확할 것
버핏은 “적대적 인수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며, “완전한 기밀 유지와 매우 빠른 답변”을 약속합니다. 그는 블럼킨-프리드만-헬드만 방식의 인수를 선호하는데, 이는 기업의 소유주 겸 경영자가 현금을 창출하면서도 여전히 중요한 소유주로 남아 과거와 같이 기업을 계속 운영하기를 원하는 경우입니다.
결론
1988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서한은 워런 버핏의 투자 철학과 경영 원칙을 집약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는 내재적 사업 가치의 중요성, 뛰어난 경영진의 가치, 장기적 투자 관점, 그리고 시장의 비효율성을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버핏의 성공은 단순히 뛰어난 투자 기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건전한 사업 원칙과 정직한 경영 방식, 그리고 장기적 가치 창출에 대한 집중에서 나온 것입니다. 이 서한은 시대를 초월한 투자 지혜를 담고 있으며, 투자자들에게 “꽃은 잘라내고 잡초에 물을 주는” 일반적인 시장 행동과 반대되는 현명한 접근법을 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