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투자의 현인(賢人) 워런 버핏이 1984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들에게 전한 연례 서신을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이 편지는 단순한 실적 보고서가 아닌, 투자와 비즈니스 운영에 관한 깊은 통찰력을 담고 있습니다. 버핏의 투자 철학과 사업 원칙을 통해 우리도 더 현명한 투자자가 될 수 있는 지혜를 얻어보겠습니다.
성장의 현실과 자본 수익률의 중요성
버핏은 서신 서두에서 1984년 버크셔 해서웨이의 순자산이 1억 5260만 달러(주당 133달러) 증가했다고 밝힙니다. 얼핑 보면 인상적인 숫자지만, 버핏은 이를 “그럭저럭한 성과(mediocre)”라고 평가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버핏은 경제적 이익을 평가할 때 절대적인 숫자보다 투자 자본 대비 수익률을 중요시합니다. 버크셔의 20년간 연평균 장부가치 성장률은 22.1%였지만, 1984년에는 13.6%에 그쳤습니다. 버핏은 이러한 수익률 하락이 자본 기반이 커질수록 높은 수익률을 유지하기 어려워지는 현실을 반영한다고 설명합니다.
우리의 역사적인 22%의 수익률은 말 그대로 ‘역사’일 뿐입니다.
이는 투자에서 절대적인 수치보다 상대적인 비율을 중시해야 함을 보여주는 중요한 가르침입니다. 여러분도 투자 성과를 평가할 때 단순히 얼마를 벌었는지가 아니라, 투입한 자본 대비 얼마의 수익을 거두었는지 살펴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비즈니스 가치 평가의 진정한 의미
버핏은 투자 결정에 있어 두 가지 핵심 개념을 강조합니다:
- 본질적 사업 가치(intrinsic business value): 기업의 진정한 가치
- 장부가치(book value): 재무제표상 나타나는 가치
그는 장부가치가 본질적 사업 가치의 완벽한 대리인은 아니지만, 유용한 척도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는 투자자들이 단순히 재무제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실질적인 가치를 이해하는 능력을 키워야 함을 의미합니다.
기업 인수와 주식 환매의 가치
버핏의 서신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통찰 중 하나는 기업의 자본 배분에 관한 것입니다. 특히 그는 주식 환매(stock repurchase)의 가치에 대해 강조합니다.
뛰어난 사업을 보유하고 재정적으로 안정된 회사들이 시장에서 자사주가 본질적 가치보다 훨씬 낮게 거래될 때, 주식 환매만큼 주주들에게 확실하게 이익이 되는 대안은 없습니다.
버핏은 주식 환매가 두 가지 측면에서 주주 가치를 증대시킨다고 설명합니다:
- 산술적 이점: 본질적 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자사주를 매입하면 주당 가치가 즉시 상승합니다. 실질적으로 1달러를 투자해 2달러의 가치를 얻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 장기적 신뢰 구축: 경영진이 주주 가치를 증대시키는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시장의 신뢰를 얻고, 이는 결국 주가에 반영됩니다.
버핏은 GEICO, 워싱턴 포스트, 제너럴 푸드와 같은 버크셔의 주요 보유 기업들이 적극적인 주식 환매를 통해 주주 가치를 크게 높였다고 설명합니다. 이는 오늘날 많은 기업들이 주식 환매를 단순한 주가 부양책으로 활용하는 것과는 다른 관점을 제시합니다.
성공적인 비즈니스 사례: 네브라스카 가구 마트
버핏은 1983년 인수한 네브라스카 가구 마트(Nebraska Furniture Mart)의 성공 사례를 통해 뛰어난
비즈니스의 특성을 보여줍니다. 로즈 블럼킨(Rose Blumkin, 일명 ‘미세스 B’)이 1937년 500달러로 시작한 이 사업은 1984년 연간 매출 1억 1500만 달러를 기록하며 미국 최대의 가정용 가구 매장으로 성장했습니다.
네브라스카 가구 마트의 성공 비결은 낮은 마진과 높은 효율성에 있었습니다. 경쟁사들이 44.4%의 마진으로 운영되는 반면, 네브라스카 가구 마트는 그 절반 수준의 마진으로 운영되었습니다. 이러한 낮은 마진에도 불구하고 운영 비용(판매, 점유, 광고 등)이 매출의 16.5%에 불과해 경쟁사의 35.6%보다 훨씬 효율적이었습니다.
버핏은 블럼킨 가족의 비즈니스 성공 비결을 다음과 같이 요약합니다:
- 벤자민 프랭클린과 호레이쇼 앨저를 ‘낙오자’처럼 보이게 할 정도의 열정과 에너지
- 자신들의 특별한 역량을 현실적으로 정의하고 그 영역에서 결단력 있게 행동
- 그 영역 밖의 유혹적인 제안은 무시
- 모든 거래 상대방과 높은 수준의 방식으로 일관되게 행동
미세스 B의 말로 간단히 요약하자면: “싸게 팔고 진실을 말하라(sell cheap and tell the truth)”입니다.
보험 사업의 도전과 기회
버핏은 버크셔의 주요 사업 중 하나인 보험 부문에 대해 깊이 있는 분석을 제공합니다. 특히 손해보험 산업의 예측 어려움과 손실 준비금(loss reserve) 설정의 복잡성을 강조합니다.
손해보험 회사의 재무제표는 기껏해야 수익과 재무 상태에 대한 ‘첫 번째 대략적인 초안’만을 제공합니다.
버핏은 버크셔의 보험 사업이 1984년 134라는 좋지 않은 합산비율(combined ratio, 100 이하면 언더라이팅 이익)을 기록했지만, 재무적 강점이 경쟁 우위로 작용하기 시작했다고 강조합니다. 그는 보험 계약자에게 중요한 것은 보험사의 약속의 가치이며, 이 가치는 역경의 시기에 평가되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투자 원칙: 사업가적 관점의 중요성
버핏은 WPPSS(Washington Public Power Supply System) 채권 투자 사례를 통해 투자에 대한 그의 고유한 접근 방식을 설명합니다. 그는 다음과 같이 투자의 본질을 정의합니다:
우리는 전체 비즈니스 구매에 적용하는 기준과 동일한 기준으로 보험 회사를 위해 시장성 있는 주식을 구매합니다.
버핏은 심지어 채권 투자도 ‘비즈니스’를 구매하는 것으로 간주합니다. WPPSS 채권에 대한 1억 3900만 달러 투자를 통해 세후 2270만 달러(16.3%)의 수익을 얻는 것은 유사한 금액으로 운영 사업에 투자하는 것보다 더 나은 수익률을 제공한다고 설명합니다.
이러한 ‘사업가적 관점’은 벤자민 그레이엄의 명저 ‘현명한 투자자(The Intelligent Investor)’의 마지막 장에서 강조한 “투자는 비즈니스적일 때 가장 지능적이다”라는 원칙과 일치합니다.
배당 정책에 대한 깊은 통찰
버핏은 서신의 상당 부분을 기업의 배당 정책에 대한 논의에 할애합니다. 그는 많은 기업들이 배당 정책을 단순히 보고할 뿐 설명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리고 자본 배분이 기업과 투자 관리에 핵심적인 요소임을 강조합니다.
버핏은 모든 수익이 동등하게 창출되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인플레이션 시기에는 일부 수익이 ‘제한된(restricted)’ 것이 되어 배당으로 분배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제한된 수익은 기업이 경제적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재투자해야 합니다.
반면, ‘제한되지 않은(unrestricted)’ 수익은 유보하거나 분배할 수 있습니다. 버핏은 경영진이 주주에게 가장 큰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제한되지 않은 수익은 기업이 보유한 자본으로 최소한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이 얻을 수 있는 수익률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수익을 창출할 합리적인 전망이 있을 때만 유보되어야 합니다.
버핏은 이러한 원칙을 10% 영구채에 대한 비유를 통해 설명합니다. 만약 시장 금리가 5%라면 쿠폰을 현금으로 받기보다는 더 많은 10% 채권에 재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반대로 시장 금리가 15%라면 쿠폰을 현금으로 받아 시장에서 더 높은 수익률의 투자를 찾는 것이 좋습니다.
마찬가지로, 주주들은 기업이 유보 수익으로 높은 수익률을 창출할 수 있다면 수익을 재투자하기를 원하고, 낮은 수익률이 예상된다면 배당을 받기를 원해야 합니다.
진정한 투자자의 자세
버핏은 대다수의 경영자들이 관행적인 결정을 내리려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실패하더라도 남들과 같은 방식으로 실패하는 것이 안전하기 때문입니다.
관행적으로 실패하는 것이 가는 길입니다. 집단으로서 레밍(lemmings)은 형편없는 이미지를 가질 수 있지만, 어떤 개별 레밍도 나쁜 평판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버핏과 찰리 멍거는 버크셔의 지분 47%를 소유하고 있어 해고 걱정 없이 주인으로서 보상을 받습니다. 따라서 그들은 버크셔의 자금을 자신들의 돈처럼 다룹니다. 이것이 그들로 하여금 투자와 비즈니스 관리 모두에서 비관행적인 행동을 취하게 하는 이유입니다.
주요 교훈 정리
버핏의 1984년 서신에서 얻을 수 있는 핵심 투자 교훈을 정리해보겠습니다:
- 자본 수익률에 집중하라: 절대적인 이익 금액보다 투자 자본 대비 수익률이 중요합니다.
- 본질적 가치를 이해하라: 장부상 수치를 넘어 비즈니스의 진정한 가치를 파악하는 능력을 키우세요.
- 사업가적 관점으로 투자하라: 주식이나 채권을 단순한 종이가 아닌 비즈니스 소유권의 일부로 바라보세요.
- 자본 배분을 중시하라: 주식 환매, 배당, 재투자 등 기업의 자본 배분 결정을 면밀히 분석하세요.
- 탁월한 경영진의 가치를 알아보라: 경영진의 정직성, 능력, 주주 친화적 성향은 장기적인 성공에 핵심입니다.
- 관행에 얽매이지 말라: 때로는 비관행적인 결정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 장기적인 관점을 유지하라: 단기적인 시장 성과보다 비즈니스 성과에 집중하세요.
투자자들에게 주는 의미
1984년 작성된 이 서신의 원칙들은 4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오히려 현대의 단기적 투자 풍토에서는 더욱 귀중한 지혜가 되었습니다. 시장의 변덕, 경기 순환, 인플레이션 등 많은 요소들이 변할 수 있지만, 성공적인 투자의 기본 원칙은 변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투자 결정을 내릴 때 어떤 원칙을 따르고 있나요? 단순히 주가 변동이나 트렌드를 쫓고 있나요, 아니면 버핏처럼 비즈니스의 본질적 가치와 경영진의 질을 평가하고 있나요? 진정한 투자의 지혜는 시장의 소음을 걸러내고 기업의 본질에 집중하는 능력에서 비롯됩니다.
버핏의 가르침을 통해 우리도 더 현명한 투자자가 되는 여정을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