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의 주주서한에서 배우는 투자 지혜: 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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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투자를 단순히 주식 가격의 상승과 하락으로만 바라보곤 합니다. 하지만 워런 버핏의 1980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진정한 투자의 본질과 경제적 현실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버핏의 편지에서 드러난 투자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 방식과 그가 강조한 ‘숨겨진 이익’의 개념, 그리고 인플레이션이 실질 수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표면 아래에 숨겨진 버크셔의 진짜 수익

버핏은 1980년 버크셔 해서웨이의 영업이익이 4,190만 달러로 전년 대비 개선되었음을 보고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이 수치가 회사의 진정한 경제적 성과를 완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설명합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버크셔 해서웨이는 수많은 기업들의 지분을 20% 미만으로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회계 규칙에 따르면, 이러한 지분 소유는 해당 기업들이 지급하는 배당금만을 버크셔의 수익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이 기업들이 수익의 일부만을 배당금으로 지급한다는 점입니다.

버핏은 이를 ‘빙산의 일각’에 비유했습니다. 표면 위로 보이는 공식 수익은 실제 경제적 이익의 절반도 안 된다는 것이죠. 그가 언급한 대로:

우리 수익의 상당 부분이 우리가 부분적으로 소유한 회사들이 사내에 유보한 이익(배당금으로 지급되지 않은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는 우리의 연간 영업이익보다도 더 큰 금액입니다.

이는 마치 여러분이 친구와 함께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데, 공식적으로는 월 100만원의 수입을 받지만, 실제로는 카페의 가치가 매달 300만원씩 증가하고 있는 상황과 비슷합니다. 장부상으로는 100만원만 보이지만, 실질적인 경제적 이익은 400만원인 셈이죠.

GEICO: 버핏의 투자 철학의 완벽한 사례

버크셔의 가장 큰 단일 투자였던 GEICO는 이러한 ‘숨겨진 이익’의 개념을 완벽하게 보여줍니다. 버크셔는 GEICO의 33% 지분을 4,700만 달러에 구입했으며, 당시 배당금으로 연간 약 300만 달러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버핏은 GEICO에 대한 버크셔의 실질적인 경제적 이익을 연간 약 2,000만 달러로 추정했습니다.

이는 공식 영업이익에 반영된 금액의 거의 7배에 달하는 수치였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버핏이 GEICO 경영진이 이 유보이익을 재투자하는 방식을 전적으로 신뢰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그들은 자사주 매입을 통해 불과 2년 만에 유통주식 수를 34.2백만 주에서 21.6백만 주로 줄였습니다.

버핏은 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GEICO 경영진이 우리 소유권에 해당하는 추정 1,700만 달러의 수익을 보유하는 것에 대해, 마치 그 금액이 우리 자신의 손에 있는 것만큼이나 편안하게 느낍니다.

이는 단순히 배당금이나 단기적인 주가 상승만을 쫓는 것이 아니라, 뛰어난 경영진이 이끄는 탁월한 사업에 투자하는 버핏의 철학을 완벽하게 보여주는 예시입니다.

인플레이션: 보이지 않는 세금

버핏이 편지에서 강조한 또 다른 중요한 메시지는 인플레이션이 투자자에게 미치는 파괴적인 영향입니다. 그는 이를 ‘자본에 대한 세금’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버핏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구매력의 증가만이 실제 투자 수익을 나타냅니다. 만약 여러분이 (a) 햄버거 10개를 포기하여 투자를 구매하고; (b) 세금 후 배당금으로 햄버거 2개를 살 수 있으며; (c) 투자를 판매한 후 세금을 제한 수익으로 햄버거 8개를 살 수 있다면, (d) 여러분의 투자가 달러로 얼마나 많이 상승했든 간에 실질적인 소득은 없었던 것입니다.

다시 말해, 명목상 수익이 아무리 좋아 보여도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화폐 가치의 하락을 고려하면 실질 수익은 크게 감소하거나 심지어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인플레이션이 높은 시기에는 기업들이 명목상 양호한 수익을 보고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주주들의 자본을 갉아먹고 있을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버핏은 12%의 인플레이션 환경에서는 자기자본수익률(ROE)이 20%인 기업조차도 (세금을 고려하면) 주주들의 실질 자본을 감소시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버핏이 이러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에게 간접적으로 조언하는 내용입니다. 그는 높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는 대다수의 평범한 기업들보다는 “자본에 대한 인플레이션 세금”을 극복할 수 있는 예외적인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암시합니다.

현재의 성과와 미래의 가치

버핏은 투자를 평가할 때 단일 연도의 성과보다 장기적인 성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경영진이 책임을 맡은 16년 동안 주당 장부가치가 연평균 20.5%씩 증가했다고 보고했습니다.

이러한 장기적인 성과는 부분적으로 비지배 지분 기업들의 유보이익이 시장 가치 상승으로 이어진 결과였습니다. 버핏은 이 과정이 균일하지 않고 시기를 예측할 수 없으며 반드시 1:1 비율로 실현되지는 않는다고 인정했지만, 구매 가격이 합리적일 경우 유보이익이 축적되면 장기적으로는 시장에서 인정받게 된다고 확신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투자 방식에 대한 확신을 다음과 같이 수량화했습니다:

만약 우리가 보유한 주식을 매각하고 장기 비과세 채권으로 대체한다면, 우리의 보고된 영업이익은 즉시 연간 3,000만 달러 이상 증가할 것입니다. 그러한 전환은 우리를 전혀 유혹하지 않습니다.

이는 버핏이 단기적인 회계상 이익보다 장기적인 경제적 가치 창출을 얼마나 중요시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실제 투자자를 위한 교훈

버핏의 1980년 편지에서 우리가 오늘날 적용할 수 있는 핵심 교훈은 무엇일까요?

1. 표면 너머를 보라

회계적 수치만으로는 기업의 진정한 경제적 가치를 완전히 파악할 수 없습니다. 배당금, 주가 상승뿐만 아니라 기업 내부에 유보되는 이익과 그 재투자 방식을 고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네이버와 같은 기업이 매년 배당금을 적게 지급하더라도, 유보된 이익을 새로운 성장 사업에 효과적으로 재투자한다면 장기적으로는 주주들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2.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항상 고려하라

명목상 수익률이 아닌 실질 수익률을 고려해야 합니다.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하는 환경에서, 이 교훈은 특히 중요합니다.

만약 여러분의 투자가 연간 5%의 수익을 내지만 인플레이션이 4%라면, 실질 수익률은 단 1%에 불과합니다. 세금을 고려하면 실질 수익은 더욱 감소할 수 있습니다.

3. 경영진의 자본 배분 능력을 평가하라

버핏이 GEICO 경영진을 높이 평가한 이유는 그들이 기업의 유보이익을 효과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자사주 매입과 같은 방식으로 주주 가치를 높인 점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한국에서도 자사주 매입, 배당금 지급, 새로운 사업에 대한 투자 등 경영진의 자본 배분 결정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4. 장기적 관점을 유지하라

버핏은 단일 연도의 성과보다 장기적인 가치 창출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시장의 단기적인 변동성에 휘둘리지 않고 기업의 근본적인 경제적 가치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최근 인공지능 열풍으로 관련 주식들이 급등했다가 조정받는 상황에서도, 장기적인 경쟁 우위와 수익 창출 능력을 갖춘 기업들에 투자하는 관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버핏의 지혜는 시대를 초월한다

40년이 넘은 버핏의 이 편지는 오늘날의 투자자들에게도 여전히 귀중한 교훈을 제공합니다. 표면적인 회계 수치 너머를 보고,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고려하며, 뛰어난 경영진이 이끄는 탁월한 사업에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원칙은 시대를 초월한 투자의 지혜입니다.

버핏이 말했듯이, “숲에서 자라는 나무가 우리가 부분적으로 소유하고 있지만 우리의 재무제표에 그 성장이 기록되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는 여전히 그 나무의 일부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투자자는 단기적인 시장의 소음을 넘어 이러한 ‘보이지 않는 나무’의 가치를 인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투자를 하고 계신가요? 단순히 배당금이나 주가 상승만을 쫓고 계신가요, 아니면 버핏처럼 기업의 진정한 경제적 가치에 투자하고 계신가요? 오늘 이 글을 통해 여러분의 투자 관점에 작은 변화라도 일어났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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