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들이 만든 성공 신화로 보는 미국 자본주의의 역설

0

여러분은 혹시 “성공을 위해서라면 어디까지 거짓말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본 적 있나요? 미국 자본주의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놀랍도록 명확해집니다. 바로 “꽤 많이”라는 것이죠.

실리콘 밸리의 어두운 그림자

테라노스의 엘리자베스 홈즈 사건을 기억하시나요? 손가락 한 방울의 피로 수백 가지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던 그 혁신적인 기술. 하지만 그것은 철저한 거짓이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그녀의 재판을 담당했던 에드워드 다빌라 연방 판사조차 이렇게 말했다는 것입니다.

실리콘 밸리에서는 홍보 담당자들이 그런 행위를 하는 것이 흔한 일입니다.

이 말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과장과 거짓말이 단순히 일탈이 아니라 어쩌면 시스템의 일부일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법적 모호함이라는 안전지대

미국의 법률 시스템은 다른 나라들과 달리 상당히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엄격한 법규가 아닌 선례에 기반을 두고 있어, 의심스러운 사업 관행에 어느 정도 여지를 남겨둡니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의 프랭크 파트노이 교수는 이를 명확히 지적합니다.

사기의 최적 수준은 0이 아닙니다.

이 말은 충격적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미국 자본주의의 본질을 꿰뚫고 있습니다. 완벽한 투명성과 정직함만을 요구한다면, 혁신과 모험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죠.

강도 귀족들의 유산

19세기 미국의 급속한 성장을 이끈 인물들을 살펴볼까요? 제이 굴드 같은 철도 재벌들은 “월스트리트의 메피스토펠레스”라 불리며 설교단에서 비난받았습니다. 그는 금융 시장을 비밀리에 매점하고, 주식을 급등시켜 투자자들을 속였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건설하고 통합한 철도와 교통 시스템은 미국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켰습니다. 1869년 금 시장 매점 시도로 공황을 촉발했을 때도, 많은 투자자들이 파산했지만 굴드 본인은 소액의 이익을 챙기며 빠져나갔고 범죄 혐의조차 받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미국 자본주의의 첫 번째 역설입니다. 사기꾼이 인프라를 건설하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이 파산하지만, 결국 경제는 성장합니다.

현대판 사기극의 진화

시대가 바뀌어도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2014년 수소 연료 트럭 회사 니콜라를 설립한 트레버 밀턴을 보세요. 그는 사업의 거의 모든 측면에 대해 거짓말을 했고, 그 결과 니콜라의 기업 가치는 일시적으로 포드 자동차를 넘어섰습니다.

2022년 재판에서 전문 증인으로 나선 하버드 대학교의 앨런 페럴 교수는 놀라운 주장을 펼쳤습니다. “중요한 정보라면 주가가 바뀌었을 것”이라며, 밀턴의 거짓말이 주가에 영향을 주지 않았으니 책임이 없다는 논리였죠.

이게 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법적 모호함이라는 회색지대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권력과 돈의 커넥션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런 사기꾼들 주변에 모인 저명인사들입니다. 엘리자베스 홈즈의 이사회에는 조지 슐츠,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짐 매티스,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 등이 포진해 있었습니다. 키신저는 연봉 15만 달러와 주식 50만 주, 그리고 별도로 50만 달러의 컨설팅 수수료를 받았습니다.

FTX의 샘 뱅크먼-프리드는 사기로 25년형을 선고받았지만, 그전까지 톰 브래디와 어울리고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무대에 섰습니다. 이들 저명인사들은 대부분 명예와 부를 그대로 유지합니다.

트레버 밀턴은 더욱 극적입니다. 올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사면을 받았는데, 밀턴과 그의 아내가 지난 10월 트럼프 선거 캠프에 180만 달러를 기부한 사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적절한 정치적 연줄은 온갖 역경을 딛고 자유를 누리는 데 도움이 됩니다.

무너지지 않는 시스템의 비밀

여기서 우리가 마주하는 두 번째 역설이 있습니다. 이 모든 사기와 거짓말, 붕괴와 공황에도 불구하고 미국 자본주의는 250년 동안 무너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세계 경제의 중심에 서 있죠.

1920년대의 호황과 1929년의 폭락, 대공황의 시작. 이 대참사는 오늘날까지 적용되는 증권법 제정의 계기가 되었지만, 이러한 법들은 여전히 해석의 여지가 많습니다. 주식 시장은 언제나 회복되었고, 이전 호황의 잿더미에서 더 큰 호황이 일어났습니다.

프랭크 파트노이 교수의 말이 다시 떠오릅니다.

우리는 항상 스스로를 재창조하고 있습니다.

컴백의 문화

밀턴은 석방 후 소셜 미디어에서 당당하게 선언했습니다.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컴백 스토리가 곧 펼쳐질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미국식 자본주의의 핵심입니다. 실패해도, 사기를 쳐도, 투자자들을 망하게 해도, 두 번째, 세 번째 기회가 주어집니다. 낙관적인 대중은 언제나 재기의 스토리를 사랑하니까요.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

미국 자본주의의 이런 측면을 보면서 여러분은 무엇을 느끼나요? 분노? 냉소? 아니면 묘한 감탄?

이 시스템은 분명 문제가 많습니다. 거짓말과 과장이 용인되고, 권력과 돈이 결탁하며, 사기꾼들이 처벌받지 않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동시에 이 시스템은 놀라운 혁신과 성장을 만들어냈습니다.

에드워드 르네한 주니어는 이렇게 정리합니다.

미국 사회의 최고위층 사람들이 이런 일에 연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개는 고의는 아니지만, 그들의 이름은 간판에 적혀 있죠.

결국 미국 자본주의는 극단의 모순 위에 서 있습니다. 사기와 정직, 붕괴와 성장, 처벌과 사면이 공존하는 이 시스템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어쩌면 그것은 “한계를 어디에 정할 것인가”라는 질문 자체일지도 모릅니다. 완벽한 투명성을 요구하면 혁신이 죽고, 너무 많은 자유를 주면 사기가 횡행합니다. 그 사이 어딘가에 최적점이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디에 그 선을 긋고 싶으신가요?

참고 자료: The Wall Street Journal, “Great Cons Are Part of the American Story. And That Might Not Be So Bad.”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