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스타트업이 유니콘이 된다는 것은 정말 달성 가능한 목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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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혹시 “AI로 혼자서 유니콘 기업 만들기”라는 광고를 본 적이 있나요? 요즘 온라인 곳곳에서 쏟아지는 “1인 유니콘” 성공담들을 보면서, 과연 이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 듭니다. 오늘은 이 화려한 포장지 뒤에 숨겨진 현실을 파헤쳐보겠습니다.

1인 유니콘의 실체: 샘 알트만이 그린 달콤한 환상

“1인 유니콘(one-person unicorn)”이라는 개념은 한 명의 개인이 인공지능을 활용해 10억 달러 가치의 기업을 만들 수 있다는 내러티브입니다. 표면적으로는 매우 매력적이죠. 코딩부터 고객관리, 세일즈, 마케팅까지 AI가 모든 것을 처리해주니 비용 구조는 단순해지고, 폭발적인 생산성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트렌드를 주도하는 인물 중 하나가 바로 샘 알트만입니다. 그는 여러 차례 이런 비전을 제시하며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불어넣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알트만이 이런 이야기를 할 인센티브는 명확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AI 창업에 도전할수록 → AI 생태계로의 유입이 확대되고 → AI에 대한 기대와 수요가 증가하며 → 결국 OpenAI의 API와 컴퓨팅 수요가 폭증하게 됩니다.

즉, 이 스토리는 창업자들을 고무시키는 동시에 플랫폼 기업의 성장에도 기여하는 탁월한 마케팅 전략인 셈입니다.

자유시장경제가 증명하는 1인 유니콘의 불가능성

경쟁의 법칙: “Your margin is my opportunity”

자유시장과 자본주의의 본질은 바로 경쟁입니다. 높은 마진은 곧 시장 신호이고, 이 신호는 신규 진입을 불러옵니다. 한 명이 엄청난 수익을 내는 순간, 스타트업부터 대기업, 글로벌 자본까지 모든 플레이어가 달려듭니다.

소프트웨어는 복제 비용이 낮고, 인공지능 시대에는 기능 모방 속도가 더욱 빨라졌습니다. 전 세계의 똑똑한 사람들이 같은 도구를 쓰는 지금, 1인 기업이 유니콘 밸류를 받을 정도로 성장한다면 더 뛰어난 팀이 금세 더 나은 제품을 만들어내며 시장에 진입할 것입니다.

고객 기대치의 진화: 단순 복제의 한계

지금은 인공지능 시대의 초입이라 단순한 복제나 래퍼(wrapper) 형태로도 1인 창업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모든 개발자가 AI를 활용해 더 빠르고 더 나은 제품을 만들게 되고, 고객들의 기대치는 훨씬 높아질 것입니다.

결국 시장은 단순 복제가 아닌, AI의 강점을 본질적으로 활용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제품을 요구하게 됩니다. 이런 제품들은 기술적으로 난이도가 높고, 장기간 다수의 협업이 필요합니다.

운영 리스크: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의 무게

운영 리스크는 “기능이 돈다”가 아니라 “언제나 안전하게 돈다”를 증명하는 문제입니다. 최근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 바이브코딩(Vibe Coding): 프롬프트 기반 개발은 편리하지만 임의 코드 실행이나 메모리 손상 같은 치명적 취약성을 낳아 Wiz, Databricks 등이 반복적으로 경고했습니다.
  • Replit AI: 에이전트가 환각 증상을 보이며 프로덕션 DB를 삭제하는 사고가 보고되었습니다. 이는 설계 단계의 가드레일과 권한 통제 부재가 드러난 상징적 사건입니다.
  • Tea 앱: 급성장하던 바이브코딩 기반 소셜 앱이 수만 장의 신분증, 셀카, DM 이미지 유출과 100만 건 이상의 메시지 노출로 신뢰를 완전히 잃었습니다.

이 사례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교훈은 명확합니다. 아무리 기능이 뛰어나더라도 운영과 보안 체계가 취약하면 신뢰를 잃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누가 진짜 이득을 보는가: 디지털 치킨집을 양산하는 구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내러티브가 반복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이야기를 팔아 돈을 버는 집단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진짜 수혜자들

  • 모델과 클라우드 기업: 개인들이 몰릴수록 API와 컴퓨팅 매출은 폭발적으로 늘어납니다.
  • 플랫폼과 툴 제공자: 호스팅, 런타임, 자동 배포, 마켓플레이스 수수료로 안정적으로 이익을 챙깁니다.
  • 강의 산업: 해외의 극소수 성공담을 포장해 강의, 뉴스레터, 워크숍을 팔아치웁니다.

디지털 치킨집의 탄생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바로 강의 산업입니다. 저는 이것이 사실상 디지털 치킨집을 만드는 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치킨집이 동네마다 생겼다가 대부분 망하듯, 강의를 들은 수많은 사람들이 바이브 코딩을 통해서 비슷한 아이템, 비슷한 수준의 제품, 비슷한 마케팅으로 시장에 쏟아져 나옵니다.

겉으로는 ‘나도 창업했다’는 타이틀을 얻을지 몰라도, 현실은 금세 경쟁에 휩쓸려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입니다. 만약 돈을 벌더라도 더 빠르고 뛰어난 팀이 그 시장을 뺏아갈 것이기 때문에 어떤 아이템도 영속적이지 못하고 끝없이 새로운 아이템을 찾아 헤매야만 합니다.

더 큰 문제는 강의판매자들이 내세우는 메시지입니다. “나도 1인 유니콘이 될 수 있다”는 말은 달콤하지만, 사실상 리딩방에서 “몇 달 만에 몇 억” 벌 수 있다고 부추기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여기서 핵심 질문을 던져봅시다:

  • 그 강사들은 정말 1인 유니콘을 만들어 본 적이 있나요?
  • 본인들의 제품, 매출, 리텐션, 코호트 같은 기본 지표를 투명하게 공개하나요?
  • 혹시 그들의 유일한 제품은 “강의” 그 자체인가요?

미래 회사의 진짜 모습: AI 네이티브 시대의 승자들

제가 생각하는 미래의 진짜 승자들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질 것입니다:

확장을 전제로 속도를 위해 엘리트 마이크로 팀으로 시작하고, 장기적인 체계를 가지고 필요하다면 VC 자본을 갖춘 회사로 확장하며, AI를 목발이 아닌 근본적인 힘의 배수로 사용하는 팀들입니다.

AI는 사다리를 짧게 만들어주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오르막은 더 가파르게 만듭니다. 진입은 쉬워졌지만, 올라설 수 있는 팀은 오히려 줄어든다는 뜻입니다.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를 생각해보세요. 처음에는 PC 웹사이트를 아이폰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이식하는 방식이 기본이었습니다. 지금까지의 AI 스타트업들도 그런 모습인 곳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웹앱의 단순 이식을 넘어 아이폰이 가진 모든 장점을 활용할 수 있는 네이티브 앱들이 만들어지는 시기입니다. 마찬가지로 AI가 가진 모든 장점을 이용해 AI 네이티브 제품들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유행을 쫓는 창업의 함정

아마존 드랍쉽 → 크립토 → 메타버스 → 인공지능처럼 유행을 따라가는 방식의 창업은 구조적으로 불리합니다. 유행하는 것마다 전문가 행세하며 창업하는 분들을 너무 많이 봤고, 모두 기억하고 있습니다.

펀드레이징이 성공이 아닙니다. 엑싯, 현금흐름, DPI가 성공입니다.

지금 잘 나가는 팀은 예전부터 준비해왔던 팀입니다. 스타트업이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트렌드를 먼저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하고 비전을 가지고, 주변의 온갖 의심과 불신을 온몸으로 받아내면서, 끝까지 해내야 하는 것이 바로 창업자의 길입니다.

버블 속에서 찾아야 할 진짜 가치

요즘 AI 회사 중에 빠르게 매출이 늘어가거나 마케팅적으로 바이럴한 회사들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물론 대단한 회사들이지만, 동시에 이 회사들 중에 구조적으로 다른 모델이나 인프라 회사에 기대고 있고, 큰 영업손실을 입고 있다면 지금 밸류가 얼마나 높든, 돈을 얼마나 벌든 사상누각일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재미있는 비유를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지금 AI 회사들은 닭을 대포로 하늘에 쏘는 것과 같다”는 표현입니다. 닭들이 AI를 통한 바이럴로 높이 올라갔지만 날지를 못하니 점점 땅으로 내려오고, 그 위로 또 다른 닭들이 새로 쏘아지는 게 반복된다는 비유입니다.

물론 그중에 Cursor처럼 날 수 있는 새가 있다면 날아오르겠죠. 하지만 Cursor도 언젠가는 마진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본질을 잃지 않는 창업

AI는 지름길이 아니라 레버리지입니다. “1인 유니콘”은 상상력을 자극하고 꿈과 희망을 심어주지만, 경쟁, 해자, 운영의 무게라는 현실과 부딪힙니다. 버블이 빠지고 나면 누가 수영복을 입고 수영하고 있었는지 드러납니다.

중요한 건, 그 열기 속에서 다음 웨이브를 스스로 정의하고, 작지만 강한 팀으로 루프와 해자를 쌓아 지속 가능한 성과를 만드는 일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꾸준히 돈을 버는 방법이나 인사이트를 이야기해주는 글들보다, 주식 리딩방같이 “몇 개월 만에 몇 억” 혹은 “혼자서 몇 억” 같은 빠르고 자극적인 제목들이 인기를 쓴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사람들이 지난 유동성 잔치에 따른 도파민에 절어있고, 뒤처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여있다는 생각에 한편으로는 안타깝고 슬프기도 합니다.

소비자 가치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자유 시장 경제의 기본인 경쟁은 변하지 않습니다. 단기적인 변화에 운 좋게 돈을 벌 수는 있어도, 그건 세상을 바꾸는 회사가 아닙니다.

결국 중요한 건 허상을 쫓는 것이 아니라, 기본기와 신뢰 위에서 AI를 활용하여 장기적 소비자 가치를 만들어내는 팀과 그 제품을 만드는 일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인 유니콘의 꿈을 쫓고 계신가요, 아니면 지속 가능한 팀을 만들어가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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