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장자인데 왜 가난할까요? 부자와 빈자를 가르는 유동성

0

순자산 1억도 현금이 없으면 파산한다

여러분은 백만장자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아마 화려한 저택, 고급 자동차, 여유로운 생활을 상상하실 겁니다. 하지만 현실은 때때로 우리의 예상을 뒤엎습니다. 억대 자산을 보유한 백만장자가 월세를 내지 못해 쫓겨나거나, 수천만 달러의 판결금을 받고도 파산 위기에 처하는 상황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2023년 래퍼 플로 라이다(Flo Rida)는 8,260만 달러라는 천문학적 금액의 배상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는 동시에 임대료 미납으로 퇴거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답은 바로 ‘유동성’에 있습니다.

유동성이란 무엇인가: 종이 위의 부와 실제 현금의 차이

유동성(liquidity)은 자산을 큰 손실 없이 얼마나 빠르게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개념입니다. 통장에 있는 현금이나 주식처럼 며칠 안에 팔 수 있는 자산은 유동성이 높고, 부동산이나 사모펀드처럼 현금화하는 데 몇 달이 걸리는 자산은 유동성이 낮습니다.

연방준비제도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 백만장자의 40%가 자산의 70% 이상을 부동산이나 사모펀드 같은 비유동 자산에 묶어두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부자지만, 정작 급하게 현금이 필요할 때는 속수무책이 되는 상황이죠.

전설적인 복서 마이크 타이슨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그는 프로 경력 동안 무려 4억 달러를 벌었지만 2003년 파산을 선언했습니다. 그의 재산은 저택, 고급 자동차, 희귀한 수집품 등 쉽게 팔 수 없는 자산에 몰려 있었고, 정작 세금과 생활비를 감당할 현금은 없었던 겁니다.

“가난한” 백만장자들: 화려한 겉모습 뒤의 재정 위기

니콜라스 케이지: 성과 공룡 두개골의 대가

배우 니콜라스 케이지는 2009년 심각한 금융 위기를 겪었습니다. 그는 독일의 성, 공룡 두개골, 희귀 만화책 등 사치품에 1억 5천만 달러를 쏟아부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자산들이 필요할 때 빠르게 현금화하기 어렵다는 점이었죠. 결국 1,400만 달러의 체납 세금을 감당하지 못해 자산을 손실을 보고 급매각해야 했습니다. 순자산은 있지만 실제 쓸 수 있는 돈이 없는, 전형적인 ‘가난한 백만장자’의 모습이었습니다.

커트 실링: 1억 달러가 5만 달러로

전 메이저리그 투수 커트 실링은 선수 생활 동안 1억 1,500만 달러를 벌었습니다. 하지만 2012년 비디오 게임 사업 실패로 7,500만 달러를 잃고 현금은 고작 5만 달러만 남았습니다. 그의 자산 대부분이 사업에 묶여 있었고, 사업이 실패하자 유동성이 완전히 고갈된 겁니다. 이는 분산 투자와 유동성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뼈아픈 사례입니다.

로리 러플린: 스캔들과 함께 사라진 재산

배우 로리 러플린은 2019년 대학 입학 스캔들에 연루되면서 순자산이 7천만 달러에서 1천만 달러 미만으로 급락했습니다. 할리우드에서의 수입이 끊기고 부동산 매각도 여의치 않았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빠르게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 부족했던 것이 결정타였습니다.

“부자” 백만장자들: 유동성으로 자유를 지키다

마크 큐반: 80%를 유동 자산에

억만장자 마크 큐반은 1999년 Broadcast.com을 57억 달러에 매각한 후 재산의 80%를 다각화된 거래 가능 자산에 재투자했습니다. 주식, 채권, ETF 등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에 집중한 거죠. 이 전략 덕분에 그는 부동산 시장 폭락이나 경기 침체 같은 위기에서도 재정적 유연성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오프라 윈프리: 유동성이 가능케 한 자선 활동

25억 달러의 순자산을 보유한 오프라 윈프리는 자산의 60%를 주식과 현금성 자산에 투자합니다. 이런 전략 덕분에 그녀는 재정적 부담 없이 대규모 자선 활동을 펼칠 수 있습니다. 2019년 모어하우스 대학에 1억 달러를 기부한 것도 충분한 유동성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돈은 많지만 막상 쓸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 원할 때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진짜 부를 갖춘 겁니다.

사라 블레이클리: 유동성으로 새로운 도전을

스팽스(Spanx) 창업자 사라 블레이클리는 2021년 회사를 12억 달러에 매각한 후 재산의 70%를 인덱스 펀드에 투자했습니다. 이 전략 덕분에 그녀는 새로운 사업 기회가 생길 때마다 신속하게 자금을 투입할 수 있었습니다. 유동성 높은 자산 포트폴리오는 단순히 위기 대비용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를 잡는 발판이 되는 겁니다.

워런 버핏이 현금을 쌓아두는 진짜 이유

억만장자 워런 버핏의 재산 대부분은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 같은 유동 자산에 투자되어 있습니다. 그는 항상 상당한 현금 비율을 유지하며 기회를 기다립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그가 골드만삭스와 제너럴일렉트릭에 신속하게 투자할 수 있었던 것도 충분한 유동성 덕분이었습니다.

버핏의 전략은 명확합니다. 좋은 자산을 보유하되, 그 자산을 언제든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유지하라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위기 대비가 아니라 기회 포착을 위한 전략입니다.

당신의 포트폴리오는 안전한가: 유동성 점검 체크리스트

재정 전문가 라밋 세티는 저서 『부자 되는 법을 가르쳐 드리립니다』에서 백만장자들이 경기 침체에 더 잘 대처하기 위해 자산의 30% 미만을 비유동 자산에 투자할 것을 권고합니다. 뱅가드 그룹의 연구에 따르면 자산의 50% 이상을 유가증권에 투자한 백만장자들은 다른 백만장자들보다 재정적 안정성 점수가 25% 더 높았습니다.

찰스 슈왑의 연구는 더 구체적인 지침을 제시합니다. 12개월 분의 생활비에 해당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백만장자들은 재정 위기 발생률이 35% 더 낮았습니다. 이는 단순히 자산 규모가 아니라 현금화 가능성이 진짜 재정 안정성을 결정한다는 의미입니다.

일론 머스크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테슬라 주식 230억 달러어치를 매각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는 트위터(현 X) 인수와 세금 납부를 위해 전략적으로 주식을 현금화했습니다. 억만장자조차도 필요할 때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유동 자산을 관리한다는 교훈을 줍니다.

실전 전략: 유동성 높은 포트폴리오 만들기

유동성을 확보하면서도 수익을 추구하는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일까요?

첫째, 자산의 최소 50%는 유동 자산으로 구성하세요.
주식, 채권, ETF, MMF(머니마켓펀드) 등이 여기 해당합니다. 이들은 며칠 안에 현금화할 수 있으면서도 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습니다.
둘째, 12개월치 생활비는 현금성 자산으로 보유하세요.
예적금, CMA 같은 상품이 적합합니다. 수익률은 낮지만 어떤 위기에도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안전판입니다.
셋째, 부동산이나 사모펀드 같은 비유동 자산은 전체 자산의 30%를 넘지 않도록 하세요.
이런 자산도 장기 수익 측면에서 가치가 있지만, 과도하게 몰빵하면 니콜라스 케이지나 커트 실링의 전철을 밟을 수 있습니다.
넷째, 정기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세요.
부동산 가격이 올라 비중이 커졌다면 일부를 매각해 유동 자산 비율을 유지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진짜 부자는 숫자가 아니라 자유로 결정된다

백만장자와 억만장자의 차이는 단순히 0의 개수가 아닙니다. 진짜 차이는 그 돈을 얼마나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느냐에 있습니다. 유동성이 높은 자산 구조는 위기 때 생존을 보장하고, 기회가 왔을 때 신속하게 행동할 수 있게 해줍니다.

순자산 1억이라는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그 중 얼마를 내일 당장 쓸 수 있느냐입니다. 여러분의 포트폴리오를 한번 점검해보세요. 화려해 보이지만 움직일 수 없는 자산에 갇혀 있진 않은지, 아니면 언제든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추고 있는지 말입니다.

부의 크기가 아니라 부의 유동성이 당신의 재정적 자유를 결정합니다.

참고 자료: The Daily Overview, “Poor vs rich millionaires: liquidity is the difference”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