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7가지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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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혹시 이런 생각을 해본 적 있으신가요?

우리 제품이 더 좋은데 왜 안 팔리지?

서울 강남의 한 공유오피스. 새벽 2시가 넘어가는 시간에도 불은 꺼지지 않습니다. 스타트업 창업자 세 명이 노트북 화면을 응시하며 사업계획서의 한 섹션을 붙들고 있습니다. 바로 “경쟁우위(Competitive Advantage)”에 대한 파트입니다.

화면에는 이런 문장들이 적혀 있습니다.

우리는 시장에 가장 먼저 진입했습니다.

우리 팀은 업계 최고의 경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우리 기술은 독보적입니다.

하지만 진실은 냉혹합니다. 시장의 진짜 승자들은 ‘더 나은 제품’으로 이기지 않습니다. 그들은 경쟁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게임의 룰을 새롭게 설계합니다.

이 글은 해밀턴 헬머(Hamilton Helmer)의 전략서 《Seven Powers》를 기반으로, 시장을 지배하는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활용하는 7가지 구조적 우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단순한 마케팅 팁이 아닌, 사업의 물리법칙을 다시 쓰는 방법론입니다.

경쟁우위에 대한 치명적인 착각

대부분의 창업자들이 ‘경쟁우위’를 이야기할 때 떠올리는 것들이 있습니다. 더 빠른 개발 속도, 더 혁신적인 기술, 더 세련된 사용자 경험(UX). 하지만 이것들은 생각보다 쉽게 복제됩니다.

구글(Google)을 예로 들어볼까요? 구글은 검색엔진의 ‘첫 번째’ 주자가 아니었습니다. 야후(Yahoo), 알타비스타(AltaVista) 등 수많은 선발주자들이 이미 시장을 점유하고 있었죠. 페이스북(Facebook) 역시 소셜네트워크의 ‘원조’가 아니었습니다. 마이스페이스(MySpace), 프렌드스터(Friendster)가 먼저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구글과 페이스북이 승리했을까요?

선발주자는 실수를 직접 비용으로 지불합니다. 후발주자는 그 학습비용을 절약하고, 더 나은 전략으로 시장에 진입합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2013년 연구에 따르면, 시장 선점자(First Mover)의 47%가 결국 시장에서 실패했다고 합니다.

진짜 우위는 ‘비경제적 경쟁(Non-economic competition)’에서 나옵니다. 즉, 경쟁자가 여러분을 따라오려고 할 때 손해를 보는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시장을 지배하는 7가지 불공정한 힘(Seven Powers)

해밀턴 헬머는 《Seven Powers》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해지는, 복제 불가능한 7가지 구조적 우위를 정리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성공 팁’이 아닌 사업의 엔진을 설계하는 청사진에 가깝습니다.

1. 규모의 경제 (Scale Economies): 커질수록 유리한 게임판

규모가 커질수록 단위당 비용이 낮아지는 구조입니다.

아마존(Amazon)을 떠올려보세요. 물류센터를 하나 운영할 때와 전국에 수십 개를 운영할 때의 배송 단가는 천지 차이입니다. 월마트(Walmart)도 마찬가지입니다. 거대한 구매력으로 공급업체와 협상할 때, 단가를 극적으로 낮출 수 있습니다.

이건 단순한 ‘효율화’가 아니라 덩치가 커질수록 더 싸게 팔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죠. 후발주자가 같은 가격 경쟁을 시도하면 적자를 감수해야 합니다. 2022년 아마존의 연간 매출은 5,140억 달러(약 680조 원)였고, 물류 네트워크만 110개국 이상에 퍼져 있습니다.

2. 네트워크 효과 (Network Effects): 사람이 곧 방어막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서비스의 가치가 함께 커지는 현상입니다.

카카오톡을 생각해보세요. 한 명이 쓸 때는 그냥 메신저입니다. 하지만 주변 사람 모두가 쓰면 ‘안 쓸 수 없는 도구’가 됩니다. Zoom, LinkedIn, 카카오톡처럼 네트워크가 커질수록 서비스 자체가 복제 불가능한 진입장벽으로 변합니다.

메트칼프의 법칙(Metcalfe’s Law)에 따르면, 네트워크의 가치는 사용자 수의 제곱에 비례합니다. 사용자가 10명에서 100명으로 늘면, 가치는 10배가 아니라 100배 증가한다는 의미입니다. 사람이 곧 방어막이 되는 구조인 셈이죠.

3. 역포지셔닝 (Counterpositioning): 따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기존 기업이 절대 따라 할 수 없는 모델을 선택하는 전략입니다.

넷플릭스(Netflix)의 초기 전략이 대표적입니다. 넷플릭스가 “연체료 없는 DVD 대여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 당시 시장 지배자였던 블록버스터(Blockbuster)는 매출의 약 16%(연간 8억 달러)가 연체료에서 나왔습니다. 블록버스터는 넷플릭스의 전략을 알았지만 따라 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하면 스스로 수익 구조를 무너뜨리는 꼴이었으니까요.

이처럼 기존 질서를 깨되, 그들이 절대 따라오지 못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그게 역포지셔닝의 핵심입니다. 2010년, 블록버스터는 파산했고, 넷플릭스는 현재 글로벌 구독자 2억 3천만 명을 보유한 스트리밍 제국이 되었습니다.

4. 전환비용 (Switching Costs): 떠나기 어려운 덫

고객이 한 번 사용하기 시작하면, 쉽게 다른 곳으로 옮기지 못하게 만드는 힘입니다.

아이폰 사용자가 안드로이드로 바꾸는 상황을 상상해보세요. 사진은 iCloud에, 메모는 Apple Notes에, 음악은 Apple Music에 있습니다. 게다가 에어팟, 애플워치, 맥북까지 연동되어 있다면요? 단순히 ‘기기’를 바꾸는 게 아니라 ‘생태계 전체’를 옮겨야 합니다.

2023년 애플의 조사에 따르면, iOS 사용자의 충성도는 90% 이상입니다. 기술보다 중요한 건, 고객이 시간과 감정을 투자한 흔적입니다. 그게 보이지 않는 벽이 되고, 이탈을 어렵게 만듭니다.

5. 브랜딩 (Branding): 감정을 파는 기업

브랜드는 로고나 디자인이 아닙니다. 고객이 느끼는 ‘감정’의 문제입니다.

나이키(Nike)의 스우시 마크를 보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단순한 운동화가 아니라 “Just Do It”이라는 도전 정신, “운동하는 나 자신”의 상징이 됩니다. 포브스(Forbes)의 2023년 브랜드 가치 평가에서 나이키는 339억 달러(약 45조 원)로 스포츠 브랜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좋은 브랜드는 가격 경쟁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소비자가 ‘이 브랜드의 세계관’에 소속감을 느끼게 합니다. 같은 기능의 운동화라도 나이키 로고가 있으면 30~50% 더 비쌉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기꺼이 삽니다.

6. 독점 자원 (Cornered Resource): 돈으로도 못 사는 것

다른 누구도 얻을 수 없는 핵심 자원을 소유한 상태입니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테슬라(Tesla)의 배터리 기술과 충전 네트워크, OpenAI의 방대한 학습 데이터셋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2023년 기준, 테슬라는 북미 지역 전기차 충전소의 약 60%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건 단순한 ‘소유’가 아닙니다. 시간이 갈수록 누적되는 복리 자산입니다. 경쟁사가 돈을 쏟아부어도 하루아침에 따라잡을 수 없는 이유죠. 데이터, 콘텐츠, 네트워크는 모두 시간의 함수입니다.

7. 프로세스 파워 (Process Power): DNA에 각인된 경쟁력

회사의 내부 시스템과 문화가 만드는 지속적인 경쟁력입니다.

도요타(Toyota)의 생산 시스템(TPS: Toyota Production System)을 생각해보세요. ‘린(Lean) 생산’, ‘저스트 인 타임(Just-in-Time)’ 같은 개념은 이미 공개되어 있고, 수많은 기업이 벤치마킹했습니다. 하지만 똑같이 작동하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이건 매뉴얼이 아니라 문화와 DNA에 각인된 능력이기 때문입니다. 픽사(Pixar)의 창의적 협업 문화, 아마존의 ‘고객 집착(Customer Obsession)’ 문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과 조직에 체화된 방식은 쉽게 복제되지 않습니다.

불공정한 우위는 ‘선택’의 문제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하나. 한 번에 7가지를 다 가질 수는 없습니다.

VR 플랫폼을 개발하던 창업자 스티브(Steve)의 사례를 볼까요? 처음에 그는 “모든 기능을 다 넣어야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멘토 메리(Mary)는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한 가지만 골라. 그리고 거기에 미쳐야 해.

스티브는 결국 네트워크 효과를 선택했습니다. 단순히 VR을 만드는 도구에서, 건축가들이 서로의 3D 모델을 공유하고 협업하는 플랫폼으로 전환한 것이죠.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VR 모델을 올리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콘텐츠의 다양성과 속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경쟁사는 따라올 수 없는 생태계가 만들어졌습니다.

타이밍과 스테이지의 문제

모든 ‘힘’에는 적정 시점이 있습니다.

브랜딩은 자원이 많고 긴 호흡이 가능한 기업에게 유리합니다. 반면 역포지셔닝은 오히려 자원이 부족한 스타트업이 시도할 수 있는 무기입니다.

초기 스타트업이라면 ‘규모의 경제’ 같은 거대한 시스템보다는 가볍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지는 우위, 예컨대 네트워크 효과전환비용 같은 구조를 선택하는 게 더 현명합니다.

지금 당장 고객이 붙을 때마다 가치가 커지고, 쓰면 쓸수록 떠나기 힘들어지는 구조를 설계하는 것. 이게 초창기 팀이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방어 전략입니다.

결국 질문은 하나로 정리됩니다.

지금 내 단계에서 쌓아야 할 힘은 무엇인가?

그 질문을 던지는 순간, 여러분의 사업은 ‘경쟁’이 아니라 ‘설계’의 단계로 들어섭니다.

경쟁이 아니라 게임의 법칙을 다시 쓰는 것

많은 창업자들이 경쟁을 ‘피해야 할 싸움’으로 여깁니다. 하지만 진짜 시장의 승자들은 싸움의 규칙 자체를 바꿉니다.

도요타는 자동차 산업의 ‘효율 전쟁’을 ‘조직 문화의 혁신’으로 바꿨습니다. 애플은 기술 스펙의 싸움을 ‘감성’과 ‘경험’의 경쟁으로 전환했습니다. 넷플릭스는 유통의 경쟁을 ‘구독이라는 일상적 습관’으로 재정의했습니다.

그들은 더 잘 싸운 것이 아니라, 아예 다른 게임을 설계한 사람들입니다. 진짜 전략가는 전장을 고르는 사람이 아니라, 전장의 법칙을 새로 쓰는 사람입니다.

복리처럼 쌓이는 전략

이 불공정한 우위들은 모두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지는 복리의 구조를 갖습니다.

  • 더 많은 사용자는 더 강한 네트워크를 만듭니다.
  • 더 깊은 브랜드는 더 높은 장벽을 세웁니다.
  • 더 정교한 프로세스는 더 빠른 혁신을 불러옵니다.

즉, 하루아침에 얻는 ‘버즈(buzz)’가 아니라, 매일 쌓이는 ‘습관의 복리’가 기업의 힘을 만듭니다. 워런 버핏의 말처럼, “누군가는 오늘 그늘에 앉을 수 있는 이유는 오래전에 나무를 심었기 때문”입니다.

성장은 폭발이 아니라 누적입니다. 오늘의 미세한 차이가 내일의 격차가 되고, 그 격차가 어느 순간 복리처럼 기하급수로 커지는 순간이 옵니다. 꾸준함이 복리가 되는 구조. 그것이 진짜 ‘지속 가능한 경쟁력’의 본질입니다.

진짜 차별화: 남이 안 하는 것을 꾸준히

메리가 스티브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이 있습니다.

진짜 해자(moat)는 남이 하기 싫은 일을 꾸준히 하는 데서 만들어진다.

누구나 기술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생태계를 만들 순 없습니다.

누구나 제품을 팔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문화를 팔 순 없습니다.

기술은 빠르게 복제되지만, 습관과 문화는 느리게 쌓입니다. 그리고 그 느림 속에 진짜 불공정한 우위가 자리 잡습니다.

결국 차이는 “무엇을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꾸준히 만들고 있는가”에서 생깁니다.

다르게 존재하는 것이 경쟁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더 잘하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 존재하는 것’. 그 다름이 경쟁을 무의미하게 만듭니다. 그 무의미함이 바로 지속 가능한 힘입니다.

여러분이 지금 만들고 있는 ‘작은 불공정함’이 언젠가 큰 복리로 돌아오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작은 씨앗을 심는 순간이 바로 오늘이길 바랍니다.

당신의 비즈니스에서 시간이 갈수록 강해지는 구조는 무엇인가요?

참고 자료: LeanX, “7 Ways to Build a Market-Dominating Business (YouTube, by Ash Maur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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