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혹시 ‘새로운 CEO가 오면 조직 문화가 확 바뀔 거야’라는 기대를 해본 적이 있나요? 아니면 ‘우리 회사도 실리콘밸리처럼 혁신적인 문화를 만들 수 있을 거야’라는 희망을 품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안타깝게도, 최근 발표된 대규모 연구 결과는 우리의 이런 기대에 찬물을 끼얹습니다.
7,000개 기업을 10년간 추적한 결과
약 7,000개 기업의 5만 5천 건에 달하는 실적 발표 회의록을 대규모 언어 모델로 분석한 연구는 충격적인 사실을 드러냅니다. 기업 문화는 시간이 지나도 거의 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연구진은 기업들을 4개 그룹으로 나누어 10년간 추적했습니다. 그 결과는 명확했습니다. 처음부터 문화 점수가 낮았던 기업은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낮았고, 처음부터 높았던 기업은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부실한 기업 문화를 개선하는 기업은 거의 없었고, 좋은 문화를 가진 기업에서 문화가 크게 악화되는 경우도 드물었습니다.
창업자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더 흥미로운 발견은 기업 문화가 언제 형성되는가에 관한 것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기업 문화는 창업자가 회사를 설립하고 초기 팀을 구성할 때 본질적으로 결정됩니다. 창업자의 리더십 스타일, 가치관, 의사결정 방식이 조직의 DNA가 되는 것이죠. 창업자가 어떤 성향을 가졌느냐에 따라 기업 문화의 기본 틀이 만들어지고, 이는 이후 오랫동안 거의 변하지 않습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시점은 기업공개(IPO)입니다. 회사가 상장되면서 최고 경영진에 상당한 변화가 생기고, 창업자가 한 걸음 물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새롭게 주입되는 문화 역시 장기간 지속되며, 이후로는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새 CEO의 등장, 그 달콤한 환상
많은 조직이 새로운 CEO의 취임을 문화 쇄신의 기회로 여깁니다. 하지만 연구 결과는 이러한 기대가 대부분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새로운 CEO는 혁신 문화를 촉진하는 데 어느 정도 효과를 보입니다. 취임 초기에는 조직 전반에 걸쳐 혁신 친화적인 분위기가 조성되죠. 하지만 이 효과는 몇 년 후 사라지고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갑니다. 마치 스포츠 팀의 신임 감독처럼, 잠시 동안은 분위기를 띄울 수 있지만 곧 팀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더 실망스러운 것은 정직성이나 팀워크와 같은 핵심적인 사회문화적 요소에는 신임 CEO가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취임 후 1년 동안 잠깐 개선되는 듯 보이지만, 그마저도 1년이 지나면 거의 완전히 사라집니다.
기업 문화 개선 서적들의 맹점
시중에는 기업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개선 방법을 제시하는 책들이 넘쳐납니다. 이들은 모두 훌륭한 기업 문화 덕분에 성공한 기업의 사례를 제시하고, 문화의 부족으로 실패한 기업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가 보여주는 것은 명확합니다. 그런 책들의 조언이 실행되지 않거나, 실행되더라도 효과가 없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미 형성된 기업 문화는 근본적으로 바꾸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 연구가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기업 문화 개선을 기대하기보다, 처음부터 좋은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분들이라면, 초기 팀 구성과 가치관 설정에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투자자라면, 단순히 비즈니스 모델뿐 아니라 창업자의 리더십과 초기 조직 문화를 면밀히 살펴봐야 합니다. 그리고 직장을 선택하는 구직자라면, 회사가 “문화를 개선하겠다”는 약속보다는 현재의 문화가 어떤지를 더 중요하게 봐야 합니다.
여러분의 조직은 지금 어떤 문화를 가지고 있나요? 그리고 그 문화는 여러분이 원하는 모습인가요? 만약 아니라면, 변화를 기대하기보다는 더 근본적인 선택을 고민해야 할 때일지도 모릅니다.
참고 자료: Klement on Investing, “Corporate culture is important, but can it be chang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