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혹시 AI 도구를 사용하면서 “왜 이렇게 복잡해야 하지?”라고 생각해본 적 있으신가요? 2024년 말, Model Context Protocol(MCP)이 등장했을 때 많은 기업들이 환호했습니다. 드디어 AI 능력을 확장할 표준 프로토콜이 생겼다고요. 하지만 곧 현실의 벽에 부딪혔습니다. GitHub의 공식 MCP만 해도 수만 개의 토큰을 소비했고, 몇 개만 추가해도 정작 LLM이 실질적인 작업을 할 여유가 거의 없었죠.
그런데 2025년 10월, Anthropic이 완전히 다른 접근법을 내놓았습니다. 바로 Claude Skills입니다. 놀라운 점은 그 단순함에 있습니다. 복잡한 프로토콜도, 거창한 서버-클라이언트 구조도 필요 없습니다. 그저 Markdown 파일 하나와 필요하다면 몇 개의 스크립트만 있으면 됩니다.
Claude Skills?
Claude Skills는 AI 모델에게 특정 작업을 수행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폴더 단위의 능력 확장 시스템입니다. 핵심은 극도로 단순합니다. Excel 작업 방법을 설명하는 Markdown 파일, 조직의 브랜드 가이드라인을 담은 문서, 데이터 처리를 돕는 Python 스크립트 등을 하나의 폴더에 모아두면 그게 바로 하나의 ‘스킬’이 됩니다.
더욱 흥미로운 건 효율성입니다. 세션이 시작될 때 Claude는 모든 스킬의 메타데이터만 스캔합니다. 각 스킬은 YAML frontmatter에 짧은 설명만 담고 있어서 단 수십 개의 토큰만 소비합니다. 실제로 사용자가 관련 작업을 요청할 때만 전체 내용이 로드되죠. 이게 바로 Skills를 단순한 파일 모음이 아닌 진짜 ‘기능’으로 만드는 핵심입니다.
Slack GIF 생성기 사례
이론보다 실제 사례를 보는 게 이해가 빠릅니다. Anthropic이 공개한 slack-gif-creator
스킬을 살펴볼까요?
이 스킬의 메타데이터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Slack에 최적화된 애니메이션 GIF 생성 툴킷. 크기 제약 검증기와 조합 가능한 애니메이션 기본 요소 포함.
사용자가 “Slack용 GIF 만들어줘”라고 요청하면 Claude는 자동으로 이 스킬을 활성화합니다.
실제 테스트에서는 “Make me a gif for slack about how Skills are way cooler than MCPs”라는 프롬프트만으로 GIF가 생성됩니다. 생성된 Python 스크립트를 보면 Skills의 정교함이 드러납니다:
- 스킬 디렉토리를 Python 경로에 자동 추가 (
sys.path.insert(0, '/mnt/skills/examples/slack-gif-creator')
) - 스킬의
core/
디렉토리에 있는GIFBuilder
클래스 활용 - 결과물을
/mnt/user-data/outputs/
에 저장 - Slack의 2MB 크기 제한을 검증하는
check_slack_size()
함수 자동 호출
마지막 포인트가 특히 중요합니다. 크기가 초과되면 모델이 자동으로 더 작은 파일을 재생성 시도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코드 생성을 넘어 실제 플랫폼의 제약을 이해하고 준수하는 ‘전문가 시스템’에 가깝습니다.
코딩 환경의 중요성
Skills가 완전히 작동하려면 세 가지가 필요합니다:
**파일시스템, 파일시스템 탐색 도구, 명령 실행 능력**
이는 ChatGPT Code Interpreter가 2023년 초에 선보인 이후 확립된 LLM 툴링의 일반적 패턴입니다. 이후 Cursor, Claude Code, Codex CLI, Gemini CLI 같은 도구들이 이 패턴을 로컬 머신까지 확장했죠.
이런 요구사항은 MCP나 ChatGPT Plugins 같은 이전 시도들과의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중요한 의존성이긴 하지만, 잠금 해제되는 새로운 능력의 규모가 놀라울 정도로 큽니다.
물론 안전성 문제는 여전히 중요합니다. 프롬프트 인젝션 같은 공격을 허용 가능한 수준의 피해로 제한할 수 있도록 샌드박스 환경을 구축하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는 해결해야 할 과제이지, Skills의 가치를 부정하는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코딩 도구를 넘어 범용 자동화 에이전트로
Claude Code는 사실 이름이 잘못 붙여진게 아닐까란 생각이 듭니다. Claude Code는 순수한 코딩 도구가 아니라 범용 컴퓨터 자동화 도구에 가까우니까요. 컴퓨터에 명령을 입력해서 달성할 수 있는 모든 작업을 자동화할 수 있죠. 이를 가장 정확하게 설명하는 용어는 “범용 에이전트(general agent)”입니다.
Skills는 이 가능성을 훨씬 더 명확하고 명시적으로 만듭니다. 응용 가능성은 현기증 날 정도로 광범위합니다.
데이터 저널리즘 에이전트 구축 사례
구체적인 예를 들어볼까요. 다음과 같은 스킬 폴더를 구성한다고 상상해보세요:
- 데이터 소싱 스킬: 미국 인구조사 데이터의 출처와 구조를 이해하는 방법
- 데이터 처리 스킬: 다양한 형식의 데이터를 Python 라이브러리로 SQLite나 DuckDB에 로드하는 방법
- 데이터 퍼블리싱 스킬: S3의 Parquet 파일이나 Datasette Cloud 테이블로 데이터를 온라인에 게시하는 방법
- 스토리 발굴 스킬: 경험 많은 데이터 리포터의 지침을 담아 새로운 데이터셋에서 흥미로운 스토리를 찾는 방법
- 시각화 스킬: D3를 사용해 깔끔하고 가독성 높은 데이터 시각화를 구축하는 방법
결과는? Markdown 파일 몇 개와 Python 스크립트 예제만으로 미국 인구조사 데이터에서 스토리를 발견하고 게시하는 완전한 “데이터 저널리즘 에이전트”가 완성됩니다. 이는 단순한 도구를 넘어 전문 영역의 워크플로우 전체를 자동화하는 수준입니다.
MCP와의 결정적 차이: 단순함이 이긴다
Model Context Protocol(MCP)은 2024년 11월 출시 이후 엄청난 관심을 받았습니다. 모든 기업이 “AI 전략”이 필요했고, MCP 구현을 발표하는 것이 그 요구를 충족하는 쉬운 방법처럼 보였죠. 하지만 한계는 명확했습니다.
토큰 사용량 문제가 가장 심각했습니다. GitHub의 공식 MCP는 그 자체만으로 수만 개의 컨텍스트 토큰을 소비합니다. 몇 개만 더 추가하면 LLM이 실제 유용한 작업을 할 공간이 거의 남지 않죠.
코딩 에이전트를 진지하게 사용하기 시작한 개발자들은 MCP 대신 CLI 도구를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LLM은 cli-tool --help
를 호출하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어서, 사용법 설명에 많은 토큰을 소비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모델이 필요할 때 스스로 파악할 수 있죠.
Skills는 정확히 같은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새 CLI 도구를 구현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작업 수행 방법을 설명하는 Markdown 파일만 드롭하면 됩니다. 안정성이나 효율성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경우에만 추가 스크립트를 포함하면 되죠.
복잡성의 대비
MCP의 사양을 보면 그 복잡성이 드러납니다:
- 전체 프로토콜 사양 문서
- 호스트, 클라이언트, 서버, 리소스, 프롬프트, 도구, 샘플링, 루트, 엘리시테이션 개념
- 세 가지 전송 방식(stdio, streamable HTTP, SSE)
반면 Skills는 Markdown + 약간의 YAML 메타데이터 + 선택적 실행 스크립트입니다. LLM의 정신에 훨씬 가까운 접근입니다: 텍스트를 던지고 모델이 알아서 처리하게 하는 것이죠.
공유의 용이성: Skills 생태계의 폭발적 성장 가능성
Skills의 가장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공유의 용이성입니다. 많은 스킬이 단일 Markdown 파일로 구현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더 정교한 스킬도 몇 개 파일이 있는 폴더 형태면 충분합니다.
더 놀라운 건 다른 모델에서도 사용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Skills 설계의 또 다른 장점이죠. 스킬 폴더를 Codex CLI나 Gemini CLI에 연결하고 “pdf/SKILL.md를 읽고 이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PDF를 만들어줘”라고 하면 작동합니다. 해당 도구와 모델이 스킬 시스템에 대한 내장 지식이 없어도 가능합니다.
일부에서는 Skills가 너무 단순해서 기능이라 하기 어렵다고 반발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Markdown 파일에 추가 지침을 넣고 코딩 에이전트에게 읽게 하는 트릭을 실험해왔다고 말이죠. AGENTS.md는 이미 잘 확립된 패턴입니다.
하지만 바로 이 단순함이 바로 흥분할 이유이고 핵심입니다. Skills는 어려운 부분을 LLM 하네스와 관련 컴퓨터 환경에 아웃소싱합니다. 지난 몇 년간 LLM의 도구 실행 능력에 대해 배운 모든 것을 고려할 때, 이는 매우 현명한 전략입니다.
Skills의 2025년 전망
올해의 MCP 러시를 초라하게 만들 정도로 Skills의 대폭발이 발생하지 않을까요? 그 이유는 명확합니다:
- 진입 장벽이 극도로 낮습니다: Markdown 작성 능력만 있으면 됩니다
- 즉각적인 가치 제공: 복잡한 인프라 없이 바로 작동합니다
- 범용성: Claude뿐만 아니라 다른 AI 도구에서도 활용 가능합니다
- 공유와 협업 용이: GitHub 저장소 하나면 충분합니다
Anthropic은 이미 Agent Skills 문서와 Claude Skills Cookbook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커뮤니티는 벌써 Datasette 플러그인 빌드 방법 같은 다양한 스킬 아이디어를 구상 중입니다.
단순함이 만드는 혁명
기술의 진화는 때로 복잡함에서 단순함으로 향합니다. Skills는 바로 그 여정을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입니다. MCP의 야심찬 프로토콜 사양이 실패한 곳에서, Skills는 Markdown 파일의 단순함으로 성공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개발자라면, 지금이 Skills를 실험해볼 완벽한 타이밍입니다. 조직의 워크플로우를 자동화하고 싶으신가요? 브랜드 가이드라인을 AI가 따르게 하고 싶으신가요? 복잡한 데이터 처리를 단순화하고 싶으신가요?
답은 생각보다 간단할 수 있습니다. Markdown 파일 하나로 시작해보세요.
참고 자료: Simon Willison, “Claude Skills are awesome, maybe a bigger deal than M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