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숫자 뒤에 가려진 위험 신호
여러분, 요즘 AI 관련 뉴스를 보면 어지러울 정도로 큰 숫자들이 쏟아집니다. 오라클이 오픈AI 데이터 센터에 3천억 달러 투자, 오픈AI가 오라클에 연간 600억 달러 지불 약속… 이런 천문학적 숫자들을 보면서 “와, 대단한데?” 하고 감탄하셨나요?
하지만 이 화려한 숫자들 뒤에는 우리가 놓치고 있는 중요한 진실이 숨어 있습니다.
거품은 결코 허공에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장 현실적이고, 가장 설득력 있고, 가장 혁신적인 이야기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설득력 있을수록 거품은 더 크게 부풀어 오릅니다. 지금 AI 산업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바로 그렇습니다.
1999년의 데자뷔: 닷컴 버블이 우리에게 남긴 교훈
1990년대 후반을 기억하시나요? 인터넷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확신으로 모두가 들떠 있던 시절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인터넷은 세상을 바꿨습니다. 이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아마존의 역설을 살펴보겠습니다. 1999년 최고점에서 아마존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는 95% 하락을 견뎌내야 했고, 수년간 손실을 감수하며 버텨야 했습니다. 만약 그가 10-15년을 인내하며 기다렸다면 엄청난 수익을 거뒀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땠을까요?
인간의 심리는 그런 인내를 거의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내 돈이 95% 증발하는 것을 보면서 “괜찮아, 이건 좋은 회사야”라고 말하며 버틸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더 중요한 사실은 아마존 하나가 살아남을 때, 수백 개의 기업이 닷컴 무덤으로 사라졌다는 점입니다. CMGI, JDS 유니페이즈… 당시에는 누구나 아는 유명 기업이었지만, 지금 이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야후에서 구글로: 승자는 예측할 수 없다
1999년, 야후는 인터넷 검색의 절대 강자였습니다. 구글 이전의 “구글”이었죠. 당시 누군가 “작은 스타트업이 야후를 몰아낼 것”이라고 말했다면, 여러분은 믿으셨을까요?
오픈AI는 다음 아마존일까요, 아니면 다음 야후일까요? 이것이 바로 핵심 질문입니다. 혁명이 일어나기 전에 최종 승자를 파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투자자로서 우리는 겸손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아무리 자신만만하게 말하더라도, 진실은 단 하나입니다.
아무도 진정으로 알 수 없습니다.
위험한 도미노 게임: 서로 얽힌 거대한 의존성
현재 AI 산업의 구조를 보면 소름이 돋습니다. 엔비디아가 오픈AI에 투자하고, 오픈AI는 그 돈으로 엔비디아 칩을 삽니다. 동시에 오픈AI는 AMD에도 투자하고 AMD 칩도 구매합니다. 엔비디아가 사실상 경쟁사인 AMD 칩 구매 자금을 대고 있는 셈입니다.
오라클은 재정적으로 탄탄한 기업이지만, 3천억 달러를 현금으로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결국 상당 부분을 빚으로 조달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새로운 데이터 센터 사업은 핵심 소프트웨어 사업과 달리 매우 낮은 마진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1990년대 후반 루슨트와 노텔이 적자 닷컴 기업들에 자금을 지원했던 상황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합니다. 시장이 폭락하고 닷컴 기업들이 저렴한 자본을 고갈시키자, 이 두 월스트리트의 귀재는 몰락했습니다.
오픈AI는 현재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보고 있습니다. 이 도미노들이 무너지지 않으려면, 몇 년 안에 연간 수천억 달러의 매출을 창출해야 합니다. 과연 가능할까요?
과잉 투자의 그림자: 너무 많은 데이터 센터, 너무 많은 기대
메타, 구글, xAI, 마이크로소프트… 이들은 AI 경쟁을 생존의 문제로 봅니다. 각 기업은 고립된 채 합리적으로 행동하며, 경쟁자가 더 똑똑한 AI로 자신들을 호박으로 만들까봐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이런 개별적 합리성이 전체적으로는 엄청난 과잉 생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단기적으로 너무 많은 데이터 센터와 너무 많은 컴퓨팅 파워가 구축될 것입니다.
더 위험한 것은 지금까지 이 군비 경쟁이 빅테크의 풍부한 현금으로 자금을 조달했다면, 이제는 레버리지 군비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오라클의 3천억 달러 부채 조달이 그 시작입니다. 생태계에 상당한 부채가 유입되면 시스템은 더욱 취약해지고, 경기 침체나 금리 변동, 지정학적 리스크에 훨씬 더 민감해집니다.
타이밍이 곧 운명: 2년의 차이가 만드는 재앙
오픈AI가 5년 만에 수익성을 달성하는 것과 3년 만에 수익성을 달성하는 것의 차이는 재앙적일 수 있습니다. 역사는 이를 반복해서 증명해왔습니다.
19세기 유럽의 철도 광풍, 2000년대 초 미국의 광섬유 건설… 당시 미국의 통신 인프라는 수천억 달러 손실을 입은 채권 및 주식 투자자들의 희생 위에 건설되었습니다. 투자자들은 파산했지만, 소비자들은 값싼 인프라의 혜택을 누렸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자금은 세 분야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데이터 센터, AI 칩, 발전 시설
이 중 어떤 것이 장기적 가치를 지닐까요?
전력 투자는 미국의 노후화된 전력망을 고려할 때 순이익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데이터 센터는 수십 년 지속될 수 있지만, 무제한 자본으로 건설된 초기 시설들은 미래의 저비용 센터들과 경쟁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AI 칩입니다. 엔비디아의 비즈니스 모델은 더 빠르고 효율적인 모델로 현재 하드웨어를 쓸모없게 만드는 데 의존합니다. AI 칩의 유효 수명은 불과 몇 년입니다. 게다가 엔비디아는 독점 지위를 활용해 소프트웨어 수준의 마진으로 칩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는 빠르게 감가상각되는 자산에 천문학적 자본이 쏟아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딥시크가 보여준 불편한 진실
중국의 딥시크 사례는 중요한 시사점을 던집니다. 미래 모델은 컴퓨팅과 전력을 포함해 모든 면에서 더 적은 것을 필요로 할 위험이 있습니다.
1990년대 말, 레벨 3와 퀘스트가 광섬유를 설치할 당시 광섬유 수요는 끝이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오늘날에도 광섬유는 여전히 과잉 공급 상태입니다.
AI 인프라 투자가 2020년대 말까지 수조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들이 있습니다. 이 자본에 대해 15-20% 수익을 얻으려면, 이 기업들은 연간 수조 달러의 신규 매출을 창출해야 합니다. 이는 미국과 유럽 자동차 산업 전체 규모와 맞먹습니다. 과연 현실적일까요?
강세장의 착시: 무적의 CEO들
강세장에서는 특정 주식이 손댈 수 없는 존재가 됩니다. CEO의 모든 움직임이 열 걸음 앞을 내다보는 천재의 행보로 해석됩니다. 젠슨 황이 여성 팬의 가슴에 사인을 하는 장면이 화제가 되는 것처럼요.
노텔, 루슨트, JDS 유니페이즈… 이들도 한때는 반드시 보유해야 하는 주식이었습니다. 그들의 CEO들도 무적의 기운을 풍겼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누가 기억할까요?
게임을 선택할 자유
어떤 게임을 할지 선택하는 것이 투자입니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AI 게임을 관찰하고 즐길 수는 있지만, 꼭 직접 참여할 필요는 없습니다.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용기입니다.
너무 어려워. 나도 잘 모르겠어.
진실은 이렇습니다. 아무도 모릅니다. 천재라고는 할 수 없지만 미래를 점칠 수 있는 수정 구슬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샘 알트먼조차도 모릅니다. 큰 돌파구는 그와 같은 낙관론자들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그의 역할입니다. 그의 회사는 현금이 고갈되고 있으며, 그는 모델 구축과 자금 조달, 두 가지 사업을 동시에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오픈AI나 다른 AI 주식 투자자들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덜 화려하지만 더 안전한 길
대신 수천 개의 다른 기업들에 집중하여 가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AI와 직접 연결될 필요는 없지만, AI로 인해 파멸하지 않도록 충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여러분은 화려한 AI 게임의 관중이 될 수도 있고, 더 안전한 다른 경기장의 선수가 될 수도 있습니다. 선택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하지만 기억하세요.
모든 거품은 언젠가 터집니다. 그리고 거품이 가장 아름답게 보일 때가 바로 가장 위험한 순간입니다.
참고 자료: Vitaliy Katsenelson, “Why Smart Investors Should Sit Out the AI Arms R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