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검색 시장에서 후발주자였던 퍼플렉시티가 어떻게 챗GPT, 구글 제미나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업으로 성장했을까요? 그 답은 차별화된 성장 전략과 끊임없는 실험 정신에 있습니다.
2025년 3월, 퍼플렉시티는 출시 20개월 만에 연간 매출 1억 달러(약 1411억 원)를 기록했습니다. 전년 대비 6.3배 성장한 수치입니다. 5월에는 활성 사용자 2200만 명을 확보했고, 현재 기업가치는 180억 달러(약 25조 원)에 달합니다.
이런 폭발적 성장의 중심에는 라만 말릭 그로스 부사장과 그의 팀이 있습니다. 그들은 어떤 전략으로 경쟁이 치열한 AI 검색 시장에서 6.2%의 점유율을 확보했을까요?
성장의 시작: 오가닉 트래픽과 활성화율에 주목하다
라만 말릭이 퍼플렉시티에 합류한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고객의 전체 구매 여정을 세밀하게 분석하는 것이었습니다. 첫 방문부터 수익 전환까지의 모든 과정을 들여다보며 그는 두 가지 핵심 인사이트를 발견했습니다.
첫째, 퍼플렉시티의 오가닉 트래픽 비율이 무려 80%에 달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사용자들이 자발적 호기심으로 서비스를 찾아왔다는 의미죠. 이는 곧 이들을 서비스에 계속 머물게 하는 것이 성장의 핵심 과제임을 시사했습니다.
둘째, 활성화율을 더욱 높일 여지가 충분하다는 가능성이었습니다. 활성화율은 핵심 기능을 실제로 사용한 사용자의 비율을 의미하는데, 퍼플렉시티는 무료 시험판 사용자 중 30%를 활성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활성 사용자를 늘리는 세 가지 접근법
라만 말릭은 전체 활성 사용자 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다음 세 가지 방법론을 체계적으로 실행했습니다.
- 마일스톤 메트릭 수립
- 고객 여정의 초기 단계에서 리텐션과 상관관계가 높은 요소를 찾아내는 작업입니다. 퍼플렉시티의 경우 첫 세션에서 사용자가 세 개의 질문을 던지는 것이 핵심 마일스톤이었습니다. 이 지표를 달성한 사용자는 서비스의 진정한 가치를 이해했다고 볼 수 있었고, 장기 체류 가능성도 높았습니다.
- 타깃 오디언스 세분화
- 수평적 타깃을 가진 서비스인 만큼, 높은 리텐션을 보이는 특정 세그먼트를 찾아 집중하는 전략입니다. 흥미롭게도 퍼플렉시티는 논문 작성에 서비스를 활용하는 학생 집단에서 특히 높은 리텐션을 발견했습니다. 전체 시험판 사용자의 트래픽은 컸지만 리텐션이 낮은 반면, 이 학생 그룹은 정반대의 패턴을 보였죠.
- 채널 배포 최적화
- 다양한 플랫폼과 디바이스에서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 일상 속에서 퍼플렉시티를 자연스럽게 떠올리도록 하는 전략입니다. 초기부터 웹앱을 출시하고 노트북과 모바일 모두에서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만든 것도 이 때문입니다.
리텐션율 45%라는 야심찬 목표
활성 사용자 수가 실제로 증가하자, 퍼플렉시티는 본격적으로 활성화율을 높이기 위한 두 가지 전략을 구사했습니다. 바로 리텐션율 향상과 파트너십 강화였습니다.
라만 말릭은 6개월 안에 45%의 리텐션율을 달성하는 것을 최고 수준의 성과로 설정했습니다. 상당히 높은 기준이죠. 이 지표를 달성하기 위해 그는 독특한 접근법을 사용했습니다.
30일, 60일 동안 체류한 사용자들이 처음 세 번의 세션에서 보이는 행동 패턴을 면밀히 관찰한 것입니다. 어떤 경험이 그들을 서비스에 깊이 몰입하게 만들었는지, 어느 지점에서 퍼플렉시티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했는지를 파악했습니다. 이렇게 발견한 지점을 자체 지표로 설정했고, 해당 지표를 달성한 사용자는 이후에도 오래 체류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퍼플렉시티는 단순히 한 가지 지표만 보지 않았습니다. 세션당 질문 개수뿐 아니라 세션 체류 시간도 함께 모니터링했죠. 이를 통해 사용자의 니즈를 더욱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풍부한 검색 출처와 정교한 답변을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파트너십 전략의 위력
라만 말릭은 활성화율을 높이는 또 다른 강력한 방법으로 파트너십 전략을 강조합니다. 퍼플렉시티는 링크드인, 레니의 팟캐스트 같은 브랜드와 제휴를 맺고 연간 유료 회원권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전략이 효과적인 이유는 명확합니다. 사용자들이 이미 익숙하게 사용하는 플랫폼에서 퍼플렉시티를 추천받거나 번들로 제공받으면 자연스럽게 시험판을 사용해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대규모로 빠르게 서비스를 배포하는 데 파트너십만큼 효율적인 방법이 없다는 것이 라만 말릭의 설명입니다.
앞으로 퍼플렉시티는 리텐션율이 높은 학생 오디언스를 겨냥해 대학교와의 파트너십을 더욱 공격적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구매 여정의 최상단부터 적극적으로 사용자에게 다가가겠다는 전략이죠.
디테일이 만드는 차이: 마이크로 최적화
전략이 아무리 훌륭해도 실행이 따라주지 않으면 소용없습니다. 퍼플렉시티는 리텐션율을 높이는 세부 방법으로 마이크로 최적화를, 파트너십 강화 방법으로는 광고를 활용했습니다.
마이크로 최적화란 개별 마케팅 요소를 조금씩 조정하며 핵심 지표의 변화를 관찰하는 실험 프로세스입니다. 예를 들어 퍼플렉시티는 카피라이팅을 활발히 실험합니다. 얼마 전까지 사용하던 ‘Ask anything. Where the knowledge begins’라는 문구가 최근 사라진 것도 이런 실험의 일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라만 말릭은 이처럼 작은 변화가 큰 임팩트를 만들어낸다고 강조합니다. 리텐션율을 10%만 올려도 전체 활성 사용자 지표가 크게 바뀔 수 있다는 것입니다. 최소한의 실험으로 전체 지표를 움직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마이크로 최적화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엄청난 변화를 일으키는 작업입니다.
물론 부작용도 있습니다. 실험 기간 동안 10~15%의 성장을 끌어내지 못하는 시기가 올 수 있고, 그 시간이 낭비처럼 느껴질 수 있죠. 그래서 퍼플렉시티는 분기당 한 번은 거시적으로 큰 변화를 시도합니다. 새로운 기능 출시나 대규모 마케팅 캠페인처럼 실패 위험은 크지만 성공하면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입니다. 이런 대규모 캠페인의 성공률은 약 25% 정도라고 합니다.
A/B 테스트: 제대로 설계해야 의미가 있다
라만 말릭은 A/B 테스트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입니다. 특정 지표 변화가 다른 지표에 선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죠. 프로젝트 매니저들은 A/B 테스트를 통해 성장 속도가 적절한지, 퍼널의 핵심 부분을 제대로 조정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두 가지 중요한 경고를 덧붙입니다. 첫째, 잘 설계되지 않은 A/B 테스트는 시간 낭비일 뿐입니다. 특히 보고서용 테스트는 회사에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는 최악의 실험이라고 말합니다. 둘째, 직관을 활용해 어떤 지표가 오르고 내릴지 미리 예측하고 인사이트를 최대한 도출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테스트 결과는 의미 없는 숫자 나열에 불과하다는 것이죠.
광고와 커뮤니티의 힘
퍼플렉시티는 이미 사용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특정 오디언스에게 접근하는 방법을 배운다는 목적으로 유료 광고를 집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틱톡에 주당 약 1만 달러(약 1500만 원)를 투입하며 가볍게 실험 중입니다.
틱톡에서 퍼플렉시티는 18~24세 사용자를 타깃으로 핵심 가치와 차별화된 혜택을 전달합니다. 다만 ‘AI 회사’라는 점을 직접적으로 강조하면 재미가 없으니, AI 측면은 추상화하고 대신 한 번의 검색으로 다양한 출처에서 대화형 답변을 얻을 수 있다는 실용적 가치를 전면에 내세웁니다.
이를 통해 어떤 사용 사례가 공감을 얻는지, 어떤 메시지가 좋아요와 공유를 이끌어내는지 테스트할 수 있습니다. 리텐션율 변화는 몇 개월에 걸쳐 모니터링해야 하지만요.
라만 말릭은 과소평가되는 광고 채널로 ‘커뮤니티’를 꼽았습니다. 파워 유저들이 자신의 작지만 강력한 커뮤니티에서 제품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소개하는 것이 얼마나 큰 브랜드 파워를 발생시키는지 아직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퍼플렉시티는 학생 파워 유저들이 대학 캠퍼스에서 활발하게 홍보할 수 있도록 예산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그로스 팀: 언제, 어떻게 만들 것인가
이 모든 전략을 세우고 실행하는 핵심 조직이 바로 그로스 팀입니다. 라만 말릭은 입사 직후 바로 팀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먼저 회사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풀어야 할 질문들을 계속 쌓아갔습니다.
퍼플렉시티가 30%의 리텐션율을 기록했을 때, 그는 성장 엔진을 더욱 강력하게 가동할 준비가 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독립적인 그로스 팀에 투자해도 괜찮은 시점이 온 것이죠.
이때 새로운 팀이 반드시 마케팅 채널을 열 필요는 없었습니다. 퍼널 전반에 걸쳐 고객을 어떻게 더 쉽게 전환시킬지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30%의 리텐션을 40%로 높이는 것만으로도 팀을 만들 가치가 있다고 본 것입니다.
다행히 퍼플렉시티는 수평적 조직이었고, 구성원들은 성장을 위해 자신의 위치와 역할에 연연하지 않고 무엇이든 시도하려는 자세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시기와 환경이 모두 갖춰진 상황에서 라만 말릭은 그로스 팀을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로스 팀 빌딩 4단계
- 인프라 구축
- 팀 구성을 결정한 순간부터 라만 말릭은 고객 확보, 리텐션율, 고객 참여도, 수익화 등 모든 상황을 신속하게 맵핑했습니다. 엔지니어들의 도움을 받아 측정 가능한 지표를 만들고 데이터를 정리하는 작업을 빠르게 진행했습니다.
- 구성원 채용
- 인프라를 어느 정도 구축한 후 본격적인 채용에 나섰습니다. 라만 말릭은 목표에 따라 뽑을 사람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설명합니다. 퍼널 초입에서 실험을 많이 진행하고 온보딩 경험을 개선하는 것이 목표라면 마케터를 채용합니다. 반면 고객 유입은 이미 잘되고 있고 복잡한 퍼널을 보유한 상황이라면 프로덕트 관련 인재를 찾아야 합니다.
- 채용 문제 출제
- 라만 말릭은 스타트업 기준으로는 느리고 신중하게 채용하는 편입니다. 특히 구성원의 자율성을 가장 중시하는데요. 그래서 퍼플렉시티 그로스 팀의 채용 과제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 실제 퍼플렉시티에서 일어날 수 있는 2~3개의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자신의 생각을 작성하도록 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 제품 출시 시 그로스 전략을 어떻게 세울지 답하는 문제가 나옵니다. 정답은 없지만, 답변을 통해 지원자의 사고방식과 문제 접근법을 파악할 수 있다고 합니다.
- 직원 온보딩
- 퍼플렉시티 그로스 팀의 온보딩 문서는 간소합니다. 라만 말릭은 신입 구성원에게 할 일을 명확히 전달하기보다는 스스로 문제를 찾도록 안내하는 리더십 스타일을 선호합니다. 자신의 시각과 실행 방법을 가이드라인으로 전달하되, 최대한의 오너십을 부여해 스스로 문제와 해결책을 찾아가도록 만듭니다.
이런 과정을 보면 그로스 팀 구성원들이 한마음으로 문제를 찾는 데 집착하고 함께 해결책을 찾아나갈 의지가 있어야만 회사의 성장을 이끌 수 있다는 사실이 명확해집니다.
성장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라만 말릭은 “그로스가 사내에서 독립적인 기능으로서 프로덕트와 마케팅을 연결하는 튼튼한 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회사의 핵심 제품이 ‘사용자를 확보하는 퍼널’ 그 자체가 되어야 하며, 이 퍼널 전체를 쉼 없이 모니터링하며 부지런히 사용자를 유지하고 파워 유저를 만드는 일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물론 퍼플렉시티는 그로스 팀이 이런 작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회사입니다. 수평적 조직 문화, 실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구성원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시스템이 모두 갖춰져 있었죠.
하지만 퍼플렉시티의 성장을 단순히 운이 좋았다고 치부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들은 자신만의 그로스 전략을 기반으로 과감하게 실험했고, 그 과정에서 배운 내용으로 성장 엔진을 계속 업그레이드해왔습니다.
퍼플렉시티의 사례는 성장이 저절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줍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적절한 투자와 자기 회사에 맞는 전략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합니다.
여러분의 조직은 어떤 그로스 전략을 가지고 있나요? 퍼널의 어느 지점에서 가장 큰 기회를 발견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