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애크먼의 운과 땀, 그리고 대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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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은 실패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여러분은 혹시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서 ‘저 사람은 타고났어’, ‘운이 좋았던 거야’라고 생각해본 적 있으신가요? 빌 애크먼(Bill Ackman)이라는 투자자가 있습니다. 180만 명이 넘는 X(구 트위터) 팔로워를 거느리며,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과 반유대주의, 언론의 자유 같은 논쟁적 주제에 거침없이 목소리를 내는 그는 스스로를 “해고될 수 없는 사람(uncancelable)”이라고 말합니다.

그의 이야기는 단순한 성공 스토리가 아닙니다. 오히려 실패와 좌절, 그리고 그것을 딛고 일어서는 과정에 대한 솔직한 고백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를 통해 공개된 그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성공’의 의미가 조금은 달라질지도 모릅니다.

자수성가 신화의 이면: 유리한 출발점을 인정하는 용기

애크먼은 자신이 완전한 자수성가형 인물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합니다. 그는 뉴욕 맨해튼에서 태어나 채파콰(Chappaqua)의 중산층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상업용 부동산 중개인이었던 아버지 래리 애크먼은 1965년에 56,000달러에 집을 샀는데, 당시로서는 “부담스러운” 금액이었다고 합니다.

저는 훨씬 유리한 출발을 했습니다. 뉴욕 사우스 브롱크스의 험난한 지역이 아니라 미드타운에서 태어났으니까요.

하지만 그의 유년 시절이 풍족했던 것만은 아닙니다. 원하는 CB 재킷이나 나이키 운동화는 한 번도 사본 적이 없었고, 용돈도 받은 적이 없었습니다. 돈이 필요하면 직접 일해서 벌어야 했죠. 무엇보다 아버지는 분명히 못 박았습니다.

내게서 돈을 물려받을 순 없어. 너 스스로 성공해야 해.

이 한마디가 애크먼의 삶을 규정했습니다. 부모가 모든 것을 결정해주는 삶이 싫었던 그는 자유롭게 말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스스로 길을 개척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18살이나 19살 때 아버지에게 이렇게 선언했습니다.

30살까지 백만장자가 되고, 40살까지 1억 달러, 50살까지 10억 달러를 벌겠습니다.

놀랍게도 그는 항상 자신이 세운 목표보다 앞서 있었습니다. 이것이 순전히 운이었을까요?

자신감의 복리 효과: 작은 성공이 만드는 선순환

애크먼은 자신의 비교 우위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합니다.

제 비교 우위는 어렸을 때 이루고자 했던 것들을 실제로 이뤘고, 그 덕분에 다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웠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통찰입니다. 성공은 한 번의 큰 도약이 아니라, 작은 성취들이 쌓여 만들어내는 ‘자신감의 복리 효과’라는 것이죠. 하버드 대학을 다녔다고 해서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많은 똑똑한 사람들이 고등학교 시절에 정점을 찍고, 현실에서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만큼 빠르거나 재능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래서 애크먼은 “저는 운이 좋았습니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의 운은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나락에서 재기까지: MBIA 사건과 퍼싱 스퀘어의 탄생

애크먼의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2002년경이었습니다. 그는 채권 보증 회사 MBIA의 AAA 등급에 의문을 제기하는 백서를 작성했고, 이로 인해 엘리엇 스피처 뉴욕 검찰총장과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를 받게 됩니다. 회사는 공격적으로 그를 몰아붙였고, 애크먼은 사업적으로나 개인적으로 큰 위기에 처했습니다.

그때 목발을 짚은 한 남자가 다가왔습니다. 루카디아 내셔널(Leucadia National)의 회장 이안 커밍(Ian Cumming)이었습니다.

애크먼, 도대체 무슨 일이야? 이 일이 꼬일 거라고 말했잖아. 하지만 우리는 널 정말 믿어. 넌 이겨낼 거고, 네가 준비되면 우리가 든든하게 지원해 줄 거야.

이것이 전환점이었습니다. 2004년 1월, 애크먼은 퍼싱 스퀘어 캐피털 매니지먼트(Pershing Square Capital Management)를 설립합니다. 초기 투자금은 고작 400만 달러. 그는 집을 담보로 100만 달러를 빌려야 했습니다. 당시 그의 순자산은 약 천만 달러 정도였습니다.

그로부터 약 20년이 지난 지금, 그의 자산은 얼마나 늘어났을까요?

천 배요. 정말 많이요.

50살이 되었을 때, 그는 회사 전체를 모아놓고 선언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없습니다. 헤지 펀드 사업에서 손을 뗐습니다. 버핏이 가졌던 것을 우리도 가지고 있습니다.

워런 버핏이 50살이었을 때 버크셔 해서웨이는 4억 달러의 자본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애크먼의 상장 펀드는 39억 달러였습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10배는 더 큰 규모였습니다.

돈에 대한 역설: 억만장자가 주차비를 아끼는 이유

흥미롭게도 애크먼은 돈을 낭비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합니다. 주차비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곳으로 가고, 주말에 가스 그릴이 켜져 있으면 정말 속상해합니다. 집안을 돌아다니며 모든 불을 끕니다.

돈 낭비하는 건 정말 싫어요. 신경증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긴 해요.

이것은 그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습관입니다. 래리 애크먼은 물건을 낭비하지 않는 것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했고, 빌이 방에 불을 켜 놓으면 엄청 화를 냈습니다.

하지만 애크먼은 거대한 비행기나 배, 화려한 파티를 즐기는 부자들을 판단하지 않습니다. “각자의 선택”이라고 말하죠.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가치관을 지키는 것입니다.

자녀 교육의 딜레마: 부와 열정 사이의 균형

애크먼은 아이들과 돈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할지 여전히 고민 중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좋은 본보기가 되는 것을 지지하며, 위선적이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아이들이 특정한 방식으로 자라면서 부모가 ‘카푸치노는 못 마셔’라고 하는 건 혼란스러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철학은 명확합니다. 아이들이 가장 열정을 쏟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교사가 되고 싶어 하는데, 단지 뉴욕시에서 살 수 있는 돈을 벌기 위해 투자 은행가가 되기를 바라지는 않을 겁니다. 만약 아이들이 교사가 되면서도 좋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아파트를 마련해 줄 수 있다면, 그건 부모가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훌륭한 일이고, 아이들에게 독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부는 자유를 주는 도구이지, 목적 그 자체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해고될 수 없는’ 사람: 진실을 말하는 자유

애크먼이 사회 문제에 대해 거침없이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는 하버드대 클로딘 게이(Claudine Gay) 총장의 사임을 이끌어낸 인물로, DEI 정책과 반유대주의에 대해 가장 강력하게 비판한 동문이었습니다.

왜 사람들은 목소리를 내지 않을까요? 해고당할까 봐,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비난을 받을까 봐, 사업을 잃을까 봐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애크먼은 재정적으로 독립한 덕분에 두려움 없이 진실이라고 믿는 것을 말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주식을 더 사고 싶지 않다면 제 주식은 사지 마세요. 누가 신경 쓰겠습니까?

그는 X(트위터)를 통해 포른허브(Pornhub)에 압력을 넣어 합의되지 않았거나 18세 미만 아동 성 학대 영상의 85%를 삭제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비자와 마스터카드를 비난함으로써 이를 달성했죠. 이것이 그가 소셜 미디어를 “정말 강력한 수단”이라고 보는 이유입니다.

물론 그의 트위터 활동이 항상 완벽한 것은 아닙니다. 가끔 게시물을 삭제하기도 하지만, 주로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입니다.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제 실수를 공개적으로 인정하는데, 제 업계에서는 그렇게 하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건방진가, 자신감인가?

애크먼은 자신이 건방지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렸을 때 사람들은 그가 건방지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그저 자신감이 넘쳤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건방진 건 근거가 없거나 부족한데도 자신감이 넘치는 겁니다. 자신감은 자신이 하겠다고 한 말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기 때문에 자신을 믿는 것입니다.

이것은 중요한 구분입니다. 건방짐은 허세이지만, 자신감은 증명된 능력에서 나옵니다.

가장 무서웠던 순간: 브래드 피트의 방문

그런데 이 대담하고 자신감 넘치는 투자자에게도 무서웠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바로 당시 여자친구였던 네리 옥스먼(Neri Oxman)이 MIT 연구실에 브래드 피트가 방문한다고 전화했을 때였습니다.

브래드 피트가 있으면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는 무전처럼 조용합니다. 그녀는 답장을 하지 않거든요. ‘좋아, 이 여자를 잃게 되겠지. 브래드가 내 여자친구를 훔쳐가고, 그러면 난 완전히 망하겠지.’라고 스스로에게 말했습니다.

결국 그는 옥스먼과 결혼했고, 이 에피소드를 돌아보며 “그럼 운이 얼마나 작용했을까요? 아주 많이요”라고 웃으며 말합니다.

자선 활동과 사업: 어디서 더 큰 선을 행할 수 있을까?

애크먼은 지금까지 9억 달러 넘게 기부했고, 재단에는 아직 약 10억 달러가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선 활동에 대해 독특한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원래 사업은 돈을 버는 것이고, 자선 활동은 좋은 일을 하는 것이며, 그렇게 세상을 구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사업은 실제로 엄청난 선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결론을 꽤 빨리 내렸습니다. 어떤 비영리 단체보다 훨씬 더 큰 선한 일을 말이죠.

그는 많은 비영리 단체들이 지배 구조와 운영 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자선 활동은 자본 시장의 실패를 위해, 즉 영리 목적의 해답이 없는 분야를 위해 아껴두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입니다.

초기 단계의 과학 연구, 아프리카의 빈곤 해결, 기아 감소 같은 분야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목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안테나를 높이 들어라: 아버지의 가르침

애크먼의 아버지 래리는 항상 이렇게 말했습니다.

빌, 인생에서는 안테나를 높이 들어야 해. 기회는 저절로 찾아오니까. 그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해.

이것은 수동적으로 운을 기다리라는 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주변을 관찰하고, 기회가 왔을 때 그것을 알아보고 붙잡으라는 뜻입니다.

애크먼의 성공은 운과 노력, 자신감과 회복력, 그리고 진실을 말하는 용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그는 유리한 출발점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음을 보여줍니다. 수많은 실패와 좌절을 겪었지만, 그때마다 일어서는 법을 배웠습니다.

여러분에게 던지는 질문

성공은 과연 무엇일까요? 돈을 많이 버는 것? 명성을 얻는 것? 아니면 자신이 믿는 바를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는 자유를 얻는 것?

애크먼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교훈은 아마도 이것일 겁니다. 성공은 한 가지 요소로만 설명될 수 없습니다. 운도 필요하고, 땀도 필요하며, 자신감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패에 어떻게 대처하느냐, 그리고 자신이 진실이라고 믿는 것을 말할 용기를 가지느냐입니다.

여러분의 안테나는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나요? 그리고 다가오는 기회를 알아볼 준비가 되어 있나요?

참고 자료: The Wall Street Journal, “Bill Ackman Says He’s ‘Uncancel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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