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스타트업, 2년 후 당신의 비즈니스는 살아남을 수 있는가?

0

Y Combinator에 방금 공개된 영상 하나가 스타트업 생태계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Anthropic의 연구원이자 YC 출신 창업가 Jordan Fisher의 강연은 AI 시대 비즈니스의 미래에 대한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게 합니다. 여러분이 지금 준비하고 있는 사업 계획은 과연 2년 후에도 의미가 있을까요? 그가 전하는 핵심 메시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장기 계획의 종말: 5년이 아닌 3주를 내다보는 시대

과거 우리는 5년, 10년 단위의 사업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시장 조사를 하고, 경쟁사를 분석하고, 단계별 로드맵을 그렸죠. 하지만 Jordan Fisher는 이제 3주 앞도 예측할 수 없다고 고백합니다. 이는 단순한 겸손이나 수사적 표현이 아닙니다. AI 기술 발전의 속도가 인간의 인지 능력과 예측 범위를 완전히 초월해버렸기 때문입니다.

많은 AI 전문가들이 “6개월 후 출시될 모델의 성능을 예상하고 제품을 개발하라”고 조언합니다. 얼핏 합리적으로 들리지만, Fisher는 이마저도 지나치게 안일한 접근이라고 일축합니다. 그가 제시하는 시간대는 훨씬 더 급진적입니다.

2년 안에 AGI(범용 인공지능)가 등장할 가능성을 전제로 모든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단순히 제품 개발 일정을 조정하거나 기술 스택을 바꾸는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채용 전략, 자본 배분, 시장 진입 방식, 심지어 회사를 설립할지 말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사결정까지 완전히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지금 3년짜리 사무실 임대 계약서에 사인하려 한다면, 그 결정이 과연 타당한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SaaS의 종말: 소프트웨어 비즈니스는 살아남을 수 있는가?

Fisher가 던지는 가장 충격적인 질문이 있습니다.

2-3년 후에도 SaaS 비즈니스 모델이 존재할까요?

이 질문을 이해하려면 미래의 사용자 행동을 상상해봐야 합니다. 사용자들이 더 이상 앱스토어에서 소프트웨어를 검색하고 다운로드하지 않는 세상을 말입니다. 대신 필요한 순간에 AI에게 “이런 기능이 필요해”라고 말하면, 즉석에서 맞춤형 앱이 생성되는 것이죠. 마치 지금 우리가 ChatGPT에게 코드를 요청하듯이요. 하지만 훨씬 더 정교하고 완성도 높게 말입니다.

이런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화폐는 무엇일까요? 바로 ‘신뢰(Trust)’입니다. Fisher는 두 가지 차원의 신뢰 위기를 지적합니다.

첫 번째 신뢰 위기: 누구를 위한 AI인가?

여러분의 AI 에이전트가 진짜 여러분의 이익을 위해 일하고 있을까요, 아니면 광고주의 이익을 위해 일하고 있을까요? 구글이 검색 결과에 광고를 섞어 놓듯이, 여러분의 개인 AI 비서가 특정 브랜드의 제품을 더 많이 추천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면? 이는 단순한 마케팅 윤리의 문제가 아니라, AI 시대 비즈니스의 근본적인 정당성에 대한 질문입니다.

두 번째 신뢰 위기: 반자동화된 기업의 위험

과거 기업에는 내부고발자라는 안전장치가 있었습니다. 회사가 잘못된 방향으로 갈 때, 양심 있는 직원이 이를 제기하고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었죠. 하지만 극소수의 인원이 AI로 모든 것을 자동화한 ‘반자동화된 회사’에서는 어떻게 될까요?

단 한 명의 악의적인 의사결정이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실행될 수 있습니다. 수천, 수만 명의 고객에게 영향을 미치는 결정이 단 한 사람의 손에서 나오고, 그 과정을 견제할 동료도, 검토할 팀도 없는 상황입니다. Fisher는 이를 인류가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차원의 시스템 리스크라고 경고합니다.

포스트 AGI 시대의 해자: 어려운 문제만이 답이다

그렇다면 이 거대한 변화 속에서 스타트업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Fisher는 핵심적인 질문 하나를 던집니다.

AGI가 프롬프트 한 줄로 당신의 비즈니스를 완벽하게 복제할 수 있다면, 당신의 경쟁 우위는 무엇입니까?

생각해보세요. 여러분이 6개월간 개발한 SaaS 도구를, AGI가 5분 만에 더 나은 버전으로 만들어낸다면? 여러분의 정교한 알고리즘을, AI가 즉시 역설계하고 개선한다면? 이런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무엇일까요?

Fisher의 답은 명확합니다:

‘어려운 문제(Hard Problems)’를 풀어야 합니다. AI가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물리적 세계와 깊이 얽혀 있는 문제들 말입니다.

어려운 문제란 무엇인가?

  • 인프라와 제조업의 복잡성: TSMC나 ASML 같은 기업을 생각해보세요. 이들은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수십 년간 축적한 암묵적 지식(Tacit Knowledge)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런 지식은 매뉴얼에 적혀 있지 않고, 인터넷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숙련된 엔지니어의 손끝 감각, 장비의 미묘한 특성, 수천 번의 시행착오 끝에 얻은 노하우들입니다.
  • 물리적 세계와의 접점: 에너지, 교통, 건설, 농업 등 현실 세계의 복잡한 제약 조건과 씨름해야 하는 분야입니다. 코드 몇 줄로는 해결할 수 없는, 진짜 땀과 시간이 필요한 영역이죠.
  • 규제와 안전성이 핵심인 영역: 의료, 금융, 항공 등 높은 신뢰성과 규제 준수가 필수적인 분야입니다. 여기서는 단순히 작동하는 것을 넘어,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음을 증명해야 합니다.

편리한 앱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이 아니라, 누구도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진짜 어려운 문제에 도전하는 기업만이 포스트 AGI 시대의 승자가 될 것입니다.

세상을 바꿀 마지막 기회

Jordan Fisher의 메시지는 단순히 생존 전략을 넘어섭니다. 그는 AI 혁명을 인류가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봅니다. 역설적이게도, AI가 모든 것을 자동화하기 전에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명확해진다는 것이죠.

어쩌면 당신이 지금 만드는 이 제품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마지막 인간 주도의 제품일 수도 있습니다.

이제 질문은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가 아닙니다. ‘사회에 무엇이 진짜 필요한가?’, ‘내가 풀 수 있는 진짜 어려운 문제는 무엇인가?’를 물어야 합니다.

여러분에게 묻습니다

지금 이 순간, 스스로에게 정직하게 질문해보세요.

  • 내가 만들고 있는 제품이 2년 후 AGI에 의해 5분 만에 복제될 수 있는가?
  • 내 비즈니스의 경쟁 우위는 정말 방어 가능한 것인가?
  • 사용자들은 왜 나를 신뢰해야 하는가?
  • 나는 진짜 어려운 문제를 풀고 있는가, 아니면 편리한 문제를 풀고 있는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 고통스러울 수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까지의 계획을 전부 뒤집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여러분의 비즈니스를 미래로 이끄는 유일한 길입니다.

AI 시대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명료함의 선물일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으니까요.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