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의 CEO가 한 명보다 나을까? 공동 경영 체제의 실패와 성공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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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혹시 ‘배는 선장이 둘이면 산으로 간다’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기업 경영에서도 비슷한 편견이 존재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명의 강력한 리더가 회사를 이끄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최근 스포티파이, 컴캐스트, 오라클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공동 CEO 체제를 선택하면서 이런 통념에 균열이 생기고 있습니다.

공동 CEO, 정말 자동차 충돌 사고와 같을까?

한 애널리스트는 공동 CEO 모델을 “슬로모션으로 보는 자동차 충돌 사고”라고 비유했습니다. 냉소적이지만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닙니다. 권력 다툼, 의사 결정 지연, 책임 소재의 모호함—이런 우려들은 충분히 현실적입니다.

하지만 데이터는 다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2022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연구에 따르면, 공동 CEO 체제를 운영하는 87개 상장 기업은 연평균 9.5%의 주주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단독 CEO 체제의 6.9%를 크게 웃도는 수치입니다. 더 흥미로운 점은 CEO 임기가 약 5년으로 단독 체제와 거의 동일했다는 것입니다. 공동 CEO가 더 빨리 실패한다는 가설은 데이터상으로 입증되지 않은 셈이죠.

오늘날 CEO에게 요구되는 것들

여러분이 만약 CEO라면 어떤 능력이 필요할까요? 정치가처럼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로비스트처럼 외부 환경을 관리해야 합니다. 동시에 공급망 전문가이자 기술 전문가여야 하며, 직원들의 치료사이자 응원단장 역할도 해야 합니다. 브랜드를 관리하고 회계를 이해하면서도, 세부 사항에 정통하면서 큰 그림을 놓치지 않아야 하죠.

이 모든 역량을 갖춘 슈퍼휴먼을 찾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비즈니스 환경이 복잡해질수록, 이 불가능한 역할을 둘로 나누는 것이 더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이것이 소수의 선도적인 기업들이 공동 CEO 체제를 선택하는 이유입니다.

실패 사례에서 배우는 교훈

공동 CEO 체제가 실패한 사례들을 살펴보면, 문제는 구조 자체가 아니라 실행 방식과 관련된 사람들에게 있었습니다.

세일즈포스의 창립자 마크 베니오프는 두 번이나 공동 CEO를 영입했지만 모두 실패했습니다. 근본적인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베니오프가 “내 회사”라고 생각하는 곳에서 진정으로 권력을 공유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죠. 공동 CEO는 더 나은 경영 방식이 아니라, 우수한 인재를 붙잡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했습니다.

SAP의 단기 실험도 교훈적입니다. 2020년 도입된 공동 CEO 체제는 실행력 부족으로 무너졌습니다. 관리자들은 두 명의 CEO 모두에게 승인을 받아야 했고, 미국과 독일에 각각 권력 중심이 형성되면서 조직은 혼란에 빠졌습니다. 명확한 역할 분담과 의사 결정 프로세스 없이는 공동 경영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넷플릭스: 공동 CEO의 표준을 제시하다

현재 공동 CEO 모델의 골드 스탠다드는 단연 넷플릭스입니다. 테드 사란도스와 그렉 피터스는 어떻게 이 어려운 체제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을까요?

첫째, 두 사람은 상호 보완적입니다. 피터스는 데이터 기반의 분석적 사고를 하는 반면, 사란도스는 직감과 창의성으로 움직입니다.

둘째, 역할 분담이 명확합니다. 사란도스는 콘텐츠, 마케팅, 법률,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고, 피터스는 제품, 기술, 광고, 인사, 게임을 총괄합니다. 경계가 명확하니 충돌할 이유가 없죠.

가장 중요한 것은 두 사람 모두 이 모델을 진심으로 믿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란도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직원이나 이사회 구성원이 아닌, 동료로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최고위직에 있는 것이 외롭다는 뜻이죠.

두 사람은 경영 코치의 도움을 받아 갈등을 사전에 관리하며, 상황이 악화될 경우 회장인 리드 헤이스팅스가 중재자 역할을 합니다. 10년 넘게 함께 일하며 쌓은 신뢰가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새로운 공동 CEO들의 공통점

최근 공동 CEO를 선택한 스포티파이, 컴캐스트, 오라클은 모두 넷플릭스의 성공 공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첫째, 두 CEO 모두 명확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스포티파이의 알렉스 노르스트룈과 구스타프 쇠데르스트룀은 각각 다른 영역에서 검증된 리더들입니다.

둘째, 이미 함께 일한 경험이 있습니다. 관계가 시험대에 올라 검증된 상태죠.

셋째, 교착 상태 시 최종 결정권자가 명확합니다. 스포티파이는 창립자 다니엘 에크가 회장으로, 컴캐스트는 창립자 가문의 브라이언 로버츠가, 오라클은 래리 엘리슨이 그 역할을 합니다.

넷째, 권한의 경계가 분명합니다. 에크는 실무형 회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고, 로버츠는 자신과 마이크 카바나가 “앞으로 몇 년간” 함께 회사를 운영할 것이라고 명시했습니다. 기대치 관리가 철저하게 이루어진 것이죠.

디즈니는 왜 공동 CEO를 고려해야 할까?

승계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한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월트 디즈니입니다. 테마파크, 크루즈, 소비재, 영화, 스포츠, 방송, 케이블, 스트리밍까지—디즈니는 이제 너무나 방대하고 복잡한 제국이 되었습니다.

미국 문화에서 디즈니가 차지하는 위치는 이 직책에 정치적 수완까지 요구합니다. 외부 인사를 영입하면 디즈니만의 독특한 문화와 충돌할 위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CEO 경선에 참여하는 내부 후보들은 모두 자신의 전문 영역 밖에서는 경험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밥 아이거의 전임자 밥 채펙이 좋은 예입니다. 그는 테마파크 사업에는 정통했지만, 인재 관리나 문화 전쟁 속 회사의 입장 설정에는 서툴렀습니다. 결국 실패했죠. 이는 공동 CEO가 위험할 수 있지만, 단독 CEO가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리더십 구조의 미래

공동 CEO 체제는 만병통치약이 아닙니다. 하지만 적절한 조건—상호 보완적인 역량, 명확한 역할 분담, 검증된 관계, 분명한 최종 결정권자—이 갖춰진다면, 이는 오늘날의 복잡한 비즈니스 환경에서 효과적인 해법이 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만약 기업의 이사회 구성원이라면, 다음 CEO를 선택할 때 이런 질문을 던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한 명의 슈퍼휴먼을 찾는 대신, 두 명의 우수한 리더가 협력하게 하는 것이 더 현명하지 않을까?” 배가 산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두 명의 선장이 더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배를 이끌 수도 있습니다.

참고 자료: Bloomberg, “Spotify Might Just Prove That Two CEOs Are Better Than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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