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전설적인 투자자 Marc Andreessen의 채용 철학은 단순한 기법이 아닌, 기업 성공의 핵심 동력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18년 전 작성된 그의 에세이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채용에서 가장 큰 착각: 지능 과대평가
많은 기업이 빠지는 함정 중 하나는 ‘가장 똑똑한 사람을 데려오면 성공한다’는 믿음입니다. 하지만 Andreessen은 이를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학력, 지능 검사, 논리 퍼즐 풀이 같은 전통적 평가 기준과 실제 기업 성과 사이에는 명확한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 그의 핵심 주장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진짜 중요할까요? Andreessen이 제시하는 세 가지 핵심 평가 기준을 들여다봅시다.
첫 번째 기준: 추진력(Drive) – 성공의 가장 강력한 예측 변수
추진력이란 외부의 압박이나 지시 없이도 스스로를 움직이게 하는 내재적 동력을 의미합니다. Andreessen은 윈스턴 처칠의 덩케르크 연설을 예로 들며 이를 설명합니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해변에서, 상륙 지점에서, 들판과 거리에서, 언덕에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절대 항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불굴의 의지가 바로 추진력의 핵심입니다. 추진력을 가진 사람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목표 달성을 위해 끊임없이 시도합니다.
추진력을 판별하는 실전 기법
면접에서는 지원자의 이력을 통해 추진력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참여했다’, ‘일부였다’가 아닌, 직접 ‘해냈다’는 증거입니다. 고등학교 때 직접 시작한 사업, 대학 시절 설립한 비영리 단체, 주요 기여를 한 오픈소스 프로젝트 등이 그 예입니다.
특히 어려운 환경에서도 성과를 낸 사람들에게 주목해야 합니다. 힘든 가정 환경에서 스스로 학비를 벌며 공부한 사람이 좋은 환경에서 자란 또래와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다면, 이는 강력한 추진력의 증거입니다.
성공한 대기업 출신에 대한 경고
Andreessen은 성공한 대기업 출신 지원자들에 대해 특별한 주의를 당부합니다. IBM이 업계를 지배하던 시절, “IBM 출신은 절대 바로 채용하지 마라. 먼저 다른 곳에서 실패를 맛보게 해라”라는 격언이 있었습니다.
거대 기업의 성공적인 경력이 개인의 능력을 정확히 반영하는지 의문을 가져야 합니다. 그들이 정말로 주장하는 역할을 해냈는지, 현실 세계의 혹독함을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두 번째 기준: 호기심(Curiosity) – 진정한 열정의 지표
호기심은 그 일을 진심으로 사랑하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신호입니다. 자신의 분야를 사랑하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맹렬한 호기심을 갖게 됩니다.
프로그래머 면접에서의 호기심 테스트
인터넷 기업의 프로그래머 지원자에게 현재 가장 흥미로운 10가지 기술 트렌드에 대해 물어보세요. REST vs SOAP, 새로운 API, 프레임워크의 확장성 논란, 새로운 프로그래밍 언어 등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는 것입니다.
진정으로 자신의 분야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주제들에 대해 확고한 개인적 견해를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최신 트렌드를 모른다면, 그들의 열정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정체된 환경의 경고 신호
만약 지원자가 현재 업무만으로는 지식이나 기술이 발전하지 않는 환경에 오래 머물러 있었다면, 과연 그들이 뛰어난 인재일까요? 진정한 고수라면 자신의 성장이 멈추는 곳에 그렇게 오래 있지 않을 것입니다.
세 번째 기준: 윤리성(Ethics) – 타협할 수 없는 기본기
윤리성은 측정하기 어렵지만 절대 타협해서는 안 되는 요소입니다. 지원자의 이력이나 평판에서 조금이라도 윤리적 문제가 감지된다면 즉시 경계해야 합니다.
정직함을 테스트하는 방법
면접관이 잘 아는 주제로 점점 더 어려운 질문을 하여 지원자가 모르는 지점까지 몰아보세요. 이때 “모르겠습니다”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과 어설프게 아는 척하는 사람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면접에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입사 후에도 똑같이 속이려 들 것입니다. 자신 있고 윤리적인 지원자는 모르는 것을 솔직히 인정하며, 나머지 면접을 통해 자신의 실력을 증명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효과적인 채용 프로세스 구축 전략
1. 채용 절차의 문서화
놀랍게도 많은 스타트업이 주먹구구식 채용을 진행합니다. 어떤 과정이든 상관없으니 명문화하고 모든 팀원이 공유하도록 하세요. 일관성 있는 프로세스가 복불복식 채용을 방지합니다.
2. 실무 중심의 기술 테스트
이력서에는 전문가라고 적혀있지만 기초적인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지원자가 의외로 많습니다. 프로그래머에게는 연결 리스트, 이진 탐색 같은 기본 알고리즘을, 영업사원에게는 실제 제품 판매 시연을, 마케터에게는 신제품 출시 계획 작성을 요구하세요.
3. 미리 준비된 면접 질문 체계
즉석에서 질문을 만드는 것보다 미리 준비된 질문 목록을 활용하세요. 각 면접관의 역할을 명확히 배분하고, 반복적인 개선을 통해 조직의 채용 역량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4. 미묘한 신호 포착하기
면접 과정의 작은 신호들이 입사 후 큰 문제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번도 웃지 않는 지원자는 함께 일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고, 다른 사람의 말을 자주 가로채는 사람은 자만심이 있을 수 있습니다. 간단한 질문에 두서없이 답하는 것은 업무 무질서함의 전조가 될 수 있습니다.
채용 실수에 대한 현실적 접근
채용 성공률의 냉혹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아무리 엄격한 절차를 거쳐도 실무자 채용 성공률은 70%, 임원 채용은 50% 정도에 그칩니다. 이보다 높은 성공률을 주장한다면 자신의 채용 실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빠른 결단의 중요성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부적합한 직원을 해고하는 일에 너무 머뭇거립니다. 하지만 팀의 뛰어한 구성원들은 오히려 이런 결정을 환영합니다. 그들은 이미 그 사람의 부적합함을 알고 있었고, 높은 기준을 유지하는 리더십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해고는 당사자에게도 좋은 일입니다. 성공할 수 없는 환경에서 벗어나 다른 곳에서 성공할 기회를 찾게 해주는 것입니다. 우리 업계는 끊임없이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므로, 누군가를 거리로 내모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특별한 인재 확보와 유지
Andreessen의 채용 철학은 단순한 기법을 넘어 조직 문화와 가치관의 문제입니다. 추진력, 호기심, 윤리성이라는 세 가지 기준을 통과한 인재들은 정말로 특별한 사람들입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합류한 팀원들을 최대한 아끼고 대우해야 합니다. 그들은 여러분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며, 회사 성공의 핵심 동력이기 때문입니다.
채용은 기업의 운명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기준으로 미래의 동료를 선택하고 계신가요?
참고 자료: Marc Andreessen, “How to hire the best people you’ve ever worked wi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