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최근 성인이 된 후에도 레고나 인형을 구매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혹시 그런 구매에 대해 부끄러워하거나 변명을 늘어놓았던 기억은 없으신지요. 이제 그럴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여러분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키덜팅(Kidulting) 경제의 당당한 일원이니까요.
키덜팅 경제란 무엇인가?
키덜팅은 ‘Kid(아이)’와 ‘Adult(어른)’을 결합한 신조어로, 성인이 되어서도 어린 시절의 놀이와 장난감을 즐기는 현상을 말합니다. 단순한 일시적 유행이 아닌, 하나의 거대한 경제 생태계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 현상이 얼마나 강력한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28년 동안 쇼핑몰에 자리 잡고 있던 빌드어베어 워크숍이 최근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회사의 주가는 지난 5년간 무려 2,000% 이상 급등했습니다. 이는 같은 기간 엔비디아, 팔란티어,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AI 기술 대기업들을 앞지르는 수치입니다.
빌드어베어의 놀라운 성공 스토리
빌드어베어의 성공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고객들이 매장에서 직접 인형에 솜을 채우고, 이름을 붙이고, 옷을 입혀주는 전체 과정은 하나의 치료적 경험이 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수치를 살펴보면, 빌드어베어의 주가는 작년에만 두 배 이상 상승했고, 올해에도 66% 추가 상승을 기록했습니다. 만약 2021년 초에 빌드어베어 주식에 100달러를 투자했다면, 현재 약 1,600달러의 가치를 갖게 되었을 것입니다. 이는 같은 금액으로 엔비디아에 투자한 경우보다 200달러 더 높은 수익입니다.
2020년 팬데믹으로 매출이 급감하고 많은 매장이 문을 닫았던 위기를 딛고, 빌드어베어는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했습니다. 5월에 발표한 1분기 실적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1억 2,840만 달러를 달성했습니다.

성인 고객이 주도하는 시장 변화
현재 분석가들은 빌드어베어 매출의 약 40%가 성인용 제품에서 발생한다고 추정합니다. 이는 단순한 아동용 장난감 회사에서 성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의 완전한 전환을 의미합니다.
이런 변화는 빌드어베어만의 현상이 아닙니다. 세계 최대 장난감 제조업체인 레고는 최근 상반기에 346억 덴마크 크로네(약 54억 달러)의 기록적인 매출을 올렸습니다. 특히 성인 전용 보태니컬 세트와 포뮬러 원 테마 세트가 압도적인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젤리캣과 스퀴시멜로(2022년부터 버크셰 해서웨이 소유) 같은 봉제 인형 브랜드들도 성인 소비자층의 폭발적인 관심에 힘입어 매출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바비 인형이나 핫휠 같은 클래식 장난감 역시 성인 컬렉터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습니다.
향수를 넘어선 심리적 욕구
키덜팅 경제의 성장 배경에는 단순한 향수 그 이상의 복합적인 심리적 요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현대 성인들은 끊임없는 업무 압박, 사회적 책임, 그리고 부정적인 뉴스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어린 시절의 순수했던 놀이는 강력한 정서적 안식처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테마파크에서 뛰어노는 성인들, 볼 풀장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직장인들, 워크숍에서 곰 인형을 만들며 마음의 평화를 찾는 사람들의 모습은 이제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일상의 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이는 자기돌봄(Self-care)의 새로운 형태로서, 복잡한 성인의 삶 속에서 단순하고 순수한 즐거움을 찾는 건전한 방법입니다.
키덜팅 경제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키덜팅 트렌드는 기존 장난감 회사들에게만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성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체험형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는 성인 전용 놀이 공간, 추억의 게임 체험관, 수제 공예 워크숍 등이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수집품 시장에서는 한정판 장난감, 복고풍 디자인 제품, 성인을 위한 고급 버전의 아동용 제품들이 프리미엄 가격에도 불구하고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습니다.
키덜팅 경제의 미래와 우리의 선택
키덜팅 경제의 성장은 현대 사회의 변화하는 가치관을 반영합니다. 과거에는 “성숙함”이 진지함과 책임감만을 의미했다면, 이제는 자신의 정신 건강을 돌보고 순수한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도 성숙한 어른의 모습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볼 점이 있습니다. 키덜팅이 단순히 현실 도피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건전한 키덜팅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창의성을 회복하여 더 나은 성인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방식으로 키덜팅 경제에 참여하고 계신가요? 혹은 참여할 계획이 있으신가요? 중요한 것은 이런 선택이 더 이상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자신을 돌보는 현명한 투자일 수 있으니까요.
참고 자료: Sherwood, “The ‘kidulting’ economy is still booming as more grown-ups yearn for play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