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집권 이후 약속된 경제 기적은 어디로 갔을까요? 폴 크루그먼의 날카로운 분석을 통해 정치적 수사와 경제적 현실 사이의 괴리를 살펴보겠습니다.
사이비 종교와 정치적 신념: 트럼프 지지층의 심리적 메커니즘
최근 트럼프-엡스타인 관련 폭로는 단순한 스캔들을 넘어 현대 정치의 복잡한 심리적 구조를 드러냅니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를 “사이비 종교적 신념”이라는 프레임워크로 분석합니다.
트럼프 지지자들 중 상당수는 도널드 트럼프가 소아성애자들로부터 세상을 영웅적으로 지켜냈다고 믿습니다. 이러한 믿음은 객관적 사실보다는 감정적 애착에 기반하고 있으며, 반박하는 증거가 나와도 부정하거나 무시하는 패턴을 보입니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편향을 넘어선 현상입니다. 인지부조화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의 기존 믿음과 모순되는 정보를 접했을 때 그 정보를 거부하거나 왜곡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정치적 정체성이 개인의 자아상과 깊이 연결되어 있을 때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강화됩니다.
약속된 경제 기적의 실상: 수치로 보는 현실
트럼프는 대통령 취임과 함께 여러 경제적 공약을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이러한 약속들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인플레이션과 물가 상승의 지속
“취임 첫날부터 인플레이션을 멈출 것”이라는 약속과 달리, 소비자 물가 보고서는 물가상승률이 3%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향후 몇 달 동안 물가상승률이 더욱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예측 오류가 아닙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추방 조치는 구조적으로 물가 상승 압력을 가하고 있습니다. 관세는 수입품 가격을 직접적으로 인상시키고, 노동력 부족은 임금 상승과 함께 생산비용 증가로 이어집니다.
에너지 가격의 현실
“12개월 안에, 최대 18개월 안에 에너지와 전기 가격을 절반으로 인하하겠다”는 약속 역시 현실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전기 가격은 빠르게 오르고 있으며,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3달러를 훌쩍 넘어서고 있습니다.
에너지 시장은 복잡한 글로벌 요인들의 영향을 받습니다. 국제 유가 변동, 지정학적 리스크, 기후 변화 대응 정책 등이 모두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단순한 정치적 의지만으로는 가격을 통제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고용 시장의 정체
제조업 분야에서의 일자리 붐 역시 실현되지 않고 있습니다. 일자리 증가세는 정체된 상황이며, 여러 독립적 조사 결과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컨퍼런스 보드 소비자 설문 조사에 따르면, 작년 12월에서 8월 사이 일자리가 “풍부하다”고 답한 사람의 수는 급격히 감소했고, “구하기 어렵다”고 답한 사람의 수는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뉴욕 연준 조사에서도 현재 직장을 잃을 경우 새 직장을 빨리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의 비율이 급격히 감소했습니다.
통계 조작의 유혹: 노동통계국에 대한 공격
경제 지표가 정치적 약속과 맞지 않을 때, 정치인들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정책을 수정하거나, 통계를 부정하는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트럼프 행정부는 후자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BLS 국장 해고와 그 의미
트럼프는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일자리 수치를 보고한 노동통계국(BLS) 국장을 해고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인사 조치가 아닙니다. 통계 기관의 독립성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며,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적인 투명성 원칙을 훼손하는 행위입니다.
통계 기관의 독립성은 정책 결정의 객관적 근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정치적 압력에 의해 통계가 왜곡되면, 국민들은 올바른 정보에 기반한 판단을 내릴 수 없게 됩니다.
데이터 수정에 대한 오해
BLS가 발표한 과거 일자리 증가 추정치 하향 조정을 두고 백악관은 “BLS가 망가졌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통계학적 프로세스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부족을 보여줍니다.
경제 정책 연구소(EPI)의 설명에 따르면, 이러한 수정은 오류를 바로잡는 것이 아닙니다. 월별 일자리 수는 고용주에 대한 부분적인 설문 조사를 기반으로 한 추정치이며, 1년에 한 번 공개되는 실업 보험 세금 기록을 통해 포괄적인 데이터를 얻어 추정치를 수정하는 것은 정상적이고 투명한 절차입니다.
독립적 지표들이 말하는 진실
BLS 공식 통계 외에도 여러 독립적 조사들이 현재 경제 상황의 어려움을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연준의 정기 비공식 설문 조사인 베이지북은 고용 정체의 모습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11개 지구는 전체 고용 수준의 순변화가 거의 없거나 전혀 없다고 답했고, 1개 지구는 소폭 감소했다고 답했습니다. 7개 지구는 기업들이 수요 감소나 불확실성으로 인해 인력 채용을 주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지표들의 일관된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현재는 경제 호황기가 아니며, 트럼프가 약속한 경제 기적은 실현되지 않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와 통계의 신뢰성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통계 기관에 대한 정치적 공격이 장기적으로 미칠 영향입니다. 노동통계국과 같은 전문 기관의 신뢰성이 훼손되면, 정책 결정의 기반이 되는 객관적 정보 자체가 의심받게 됩니다.
이는 단순히 트럼프 행정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통계를 조작하거나 부정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입니다. 시민들이 믿을 수 있는 객관적 정보 없이는 합리적인 정치적 판단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