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한 나라가 어떻게 세계 최고 부국에서 경제적 웃음거리로 전락할 수 있는지 궁금해하신 적이 있나요? 아르헨티나의 이야기는 정부의 과도한 경제 개입이 어떤 참담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주는 생생한 교훈서입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현재 미국이 바로 그 길을 따라가고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페론주의: 포퓰리즘 경제 정책의 실험과 실패
후안 페론의 권력 중심적 경제 운영
20세기 중반 아르헨티나의 포퓰리스트 독재자 후안 페론은 대통령궁에서 경제 전반을 직접 통제했습니다. 어떤 기업이 특혜를 받을지, 어떤 산업이 국유화될지, 누가 국가 지원금을 받을지 모든 것을 그의 개인적 판단에 따라 결정했죠.
경제학자들은 이런 실험이 재앙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페론은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 참혹했습니다.
수입 대체 산업화 정책의 치명적 오류
페론의 핵심 경제 전략은 수입 대체 산업화(Import Substitution Industrialization, ISI)였습니다. 이는 관세, 쿼터, 보조금을 통해 해외에서 저렴하게 수입하던 제품을 국내에서 생산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었죠.
표면적으로는 국내 산업 보호와 경제 성장을 위한 정책으로 보였지만, 실제로는 다음과 같은 문제들을 야기했습니다:
- 비효율적인 제조업 구조: 높은 생산 비용과 연고주의에 시달리는 경쟁력 없는 산업 창출
- 농업 부문 붕괴: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농업에서 자원을 빼돌려 보호 산업으로 이전
- 소비자 부담 가중: 높은 가격, 공급 부족, 전반적인 생활 수준 저하
가장 악명 높은 사례는 크리스티나 키르치네르 정부의 전자제품 수입 규제였습니다. 국내 전자 산업 육성을 목표로 했지만, 결과는 참담했죠. 아르헨티나 소비자들은 칠레 소비자 가격의 두 배에 달하는 열악한 제품을 구매해야 했고, 아이폰 같은 인기 제품은 암시장에서 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페론주의적 접근
관세 정책의 위험한 확장
놀랍게도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는 페론주의의 전략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예일대 예산 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의 평균 관세율이 현재 18%를 넘어섰으며, 이는 아르헨티나의 10-16% 수준을 훨씬 상회합니다.
특히 트럼프가 선호하는 철강, 알루미늄, 구리, 자동차 제품에 대한 “국가 안보” 관세는 최고 50%에 달해, 아르헨티나가 스마트폰에 적용했던 35%보다 훨씬 높은 수준입니다.
정부의 민간 기업 통제 강화
트럼프 행정부는 민간 기업의 상업 활동에 대해 전례 없는 정부 통제를 행사하고 있습니다:
- 일본 제철의 US 스틸 인수: 미국 대통령에게 “황금주” 부여 강요
- 반도체 기업 통제: AMD와 엔비디아에 중국 매출의 15%를 정부에 제공하도록 요구
- 정부 지분 확보: MP 머티리얼즈 15%, 인텔 10% 지분 인수로 정부가 최대 주주가 됨
이런 조치들은 일시적인 위기 대응이 아닌 영구적인 국가 통제 체계 구축을 의미합니다.
개인적 관계에 의존하는 정책 결정
페론이 개인적 선호와 인맥으로 경제 정책을 결정했듯이, 트럼프 역시 유사한 접근 방식을 보이고 있습니다:
- 애플 CEO 팀 쿡: 관세 면제를 위해 백악관 출입
- 인텔 이사회: 정부 주주 인정과 CEO 교체 압박
- 엔비디아 젠슨 황: 대통령과 직접 협상
- 아마존과 자동차 업체: 가격 인상 고려 시 직접적 위협
페론주의가 남긴 교훈과 미국의 선택
기득권 세력 형성과 개혁 저항
페론주의의 가장 위험한 측면은 국가에 의존하는 기득권 세력을 만들어낸다는 것입니다. 기업, 측근, 노조, 공무원들이 정부 혜택에 의존하게 되면서 수십 년간 체계적 개혁에 성공적으로 저항해왔죠.
트럼프 행정부 역시 비슷한 역학 관계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밀실 거래와 개인적 약속에 기반해 수십억 달러 투자 결정을 내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시장 자본주의 원칙의 훼손
한 국가의 경제 정책이 일관된 규칙이 아닌 개인의 변덕과 관계에 의존하게 되면, 그 국가는 사실상 시장 자본주의를 포기한 것입니다. 아르헨티나가 다시 시장 자본주의로 돌아가는 데 거의 80년이 걸렸다는 사실을 우리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역사의 교훈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아르헨티나의 페론주의 실험은 정부의 과도한 경제 개입이 어떤 재앙을 불러오는지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입니다. 현재 미국이 보여주는 페론주의적 접근은 단순한 정책 차이를 넘어 자본주의 시장 경제 체제 자체에 대한 근본적 위협입니다.
정부의 경제 개입이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며, 시장의 자유와 정부의 역할 사이의 적절한 균형점은 어디일까요? 아르헨티나의 교훈이 미국의 미래에 어떤 시사점을 제공하는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참고 자료: The Atlantic, “America’s Peró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