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혹시 SNS에서 친구의 투자 성공담을 보고 마음이 조급해진 경험이 있으신가요? 또는 최근 급등한 주식이나 암호화폐 소식을 듣고 ‘나만 뒤처지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느끼신 적이 있나요? 이러한 심리 현상을 바로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라고 부릅니다.
투자 시장에서 포모는 단순한 심리적 현상을 넘어 실제 수익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요인입니다. 오늘은 왜 우리가 남의 투자를 따라하게 되는지, 그리고 이런 행동이 왜 위험한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2016년 리우 올림픽, 채드 르 클로스의 교훈
2016년 리우 올림픽 200미터 접영 결승에서 벌어진 흥미로운 장면 하나를 기억하시나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채드 르 클로스는 레이스 내내 옆 레인의 마이클 펠프스를 힐끗힐끗 쳐다보며 그의 움직임을 따라하려 애썼습니다. 반면 펠프스는 오직 앞만 바라보며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했죠.
결과는 어땠을까요? 펠프스는 금메달을 획득했고, 르 클로스는 4위에 머물렀습니다. 이 장면은 투자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중요한 교훈을 담고 있습니다. 남을 의식하며 따라하려는 순간, 우리는 자신만의 전략과 목표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포모가 생기는 심리적 메커니즘
관찰학습의 본능
인간은 태생적으로 관찰을 통해 학습하는 동물입니다. 신간 “Like”의 저자 마틴 리브스와 밥 굿슨에 따르면, 우리는 특히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을 관찰하며 그들의 경험에서 배우려고 합니다.
친구나 동료가 특정 투자로 큰 수익을 올렸다는 소식을 들으면, ‘나도 새로 연구할 필요 없이 그들이 이미 검증한 방법을 따라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이는 진화적 관점에서 매우 합리적인 반응이죠.
소셜 미디어의 증폭 효과
문제는 현대의 소셜 미디어 환경이 이러한 심리를 극대화한다는 점입니다. 인스타그램의 ‘좋아요’ 버튼이나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공유되는 투자 성공담들은 우리의 포모 심리를 자극하는 강력한 도구가 됩니다.
특히 투자의 경우, 성공 사례는 빠르게 확산되지만 실패 사례는 잘 공유되지 않는 ‘생존자 편향’이 작용합니다. 결국 우리가 접하는 정보는 왜곡된 현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월스트리트의 마케팅 전략
심리를 이용한 상품 판매
월스트리트의 마케터들은 이미 우리의 심리를 꿰뚫고 있습니다. 그들은 포모와 동조 심리를 적극 활용해 ‘지금 가장 핫한’ 투자 상품을 판매합니다.
올해 금 가격이 30% 상승하자마자 귀금속 관련 광고가 쏟아진 것을 기억하시나요? 암호화폐가 급등할 때마다 관련 펀드와 ETF 광고가 범람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들은 트렌드의 정점에서 상품을 출시해 투자자들의 포모 심리를 자극합니다.
타이밍의 함정
여기서 핵심적인 문제가 드러납니다. 월스트리트가 특정 투자를 대대적으로 홍보할 때는 이미 그 투자가 과대평가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마케팅 비용을 들여가며 판매하려는 상품은 거의 정의상 ‘팔 때’가 된 상품일 수 있습니다.
테마형 펀드의 처참한 현실
모닝스타의 충격적인 분석
모닝스타의 애널리스트 제프리 프탁의 분석 결과는 포모 투자의 위험성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최근 3년간 테마형 펀드(특정 트렌드에 맞춰 만들어진 펀드)에 투자된 1달러는 연평균 약 7%의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S&P 500 지수는 연평균 11% 상승했으니, 테마형 펀드 투자자들은 시장 대비 무려 18%포인트나 뒤처진 셈입니다. 이는 단순한 운의 문제가 아닙니다.
과대평가의 덫
프탁의 분석에 따르면, 테마형 펀드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할 때는 이미 다른 투자자들이 그 테마를 선점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후발 투자자들은 과대평가된 주식 바구니를 높은 가격에 사게 되어 큰 손실 위험에 노출됩니다.
이는 마치 유행이 한창일 때 뒤늦게 합류하는 것과 같습니다. 파티가 절정에 달했을 때 도착한 사람은 정리 비용만 떠안게 되는 것처럼 말이죠.
현명한 투자자가 되는 방법
마이클 펠프스처럼 앞만 보기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명확한 목표와 전략을 갖는 것입니다. 펠프스가 옆 레인을 의식하지 않고 오직 앞만 보며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했듯이, 투자자도 남의 성과에 휘둘리지 말고 자신의 계획을 고수해야 합니다.
작가 마이크 파이퍼는 이를 휴가에 비유해 설명합니다. 지금 즐기고 있는 휴가가 있다면, 분명 더 좋은 다른 선택지들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선택이 합리적이라면, 다른 대안들을 계속 찾아보는 것은 오히려 현재의 만족을 해치고 성과 추구의 함정에 빠뜨릴 뿐입니다.
단순성과 낮은 비용의 힘
헤지펀드들이 최고의 펀드매니저를 영입하기 위해 1억 달러 이상의 보수를 지급한다는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의 보도는 역설적으로 중요한 사실을 알려줍니다. 진정으로 시장을 이길 수 있는 투자자는 극소수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설사 그런 투자자들이 존재하더라도, 그들의 펀드는 일반 개인 투자자에게 열려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듣는 성공 사례들은 거의 예외적인 경우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데이터가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명확합니다. 대부분의 투자자에게 대부분의 시간 동안, 단순하고 저비용의 분산투자가 최선의 선택입니다.
맥락을 이해하는 지혜
빌 게이츠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외모만 보면 평범한 69세 노인과 별반 다르지 않을 수 있지만, 그의 투자 전략은 절대 평범하지 않아야 합니다. 자산 규모, 투자 목적, 위험 허용도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SNS에서 보는 투자 성공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사람의 전체적인 상황, 다른 실패 경험, 투자 가능 자금의 비중 등을 모른 채 결과만 보고 따라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포모를 극복하는 실천 방법
정보 소비 습관 점검
먼저 자신의 정보 소비 패턴을 점검해보세요. 투자 관련 유튜브나 블로그, SNS 계정들을 팔로우하고 있다면, 그들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지 냉정히 분석해보세요.
특히 ‘지금이 기회’, ‘놓치면 후회’, ‘이번이 마지막’ 같은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면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는 전형적인 포모 마케팅 기법입니다.
투자 일기 작성
매 투자 결정 전에 간단한 일기를 써보세요. ‘왜 이 투자를 선택하는가?’, ‘내 장기 목표와 어떻게 부합하는가?’, ‘다른 사람의 성공담에 영향받은 것은 아닌가?’ 등을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세요.
시간이 지난 후 이 기록들을 다시 읽어보면, 자신의 투자 패턴과 감정의 변화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다양성보다 일관성
새로운 투자 기회가 나타날 때마다 포트폴리오를 바꾸는 것보다, 한 번 세운 합리적인 전략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분산투자된 인덱스 펀드에 정기적으로 투자하는 단순한 전략이 복잡한 테마 투자나 개별 종목 선택보다 장기적으로 더 나은 결과를 가져다주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투자에서 진정한 성공이란
포모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심리입니다.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지만, 이를 인식하고 통제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투자에서 진정한 성공은 남보다 더 많이 버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입니다.
마이클 펠프스가 옆 레인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만의 레이스에 집중했듯이, 우리도 다른 사람의 투자 성과에 휘둘리지 말고 자신만의 투자 철학과 목표에 충실해야 합니다.
여러분의 투자 여정에서 가장 큰 적은 시장의 변동성이 아닙니다. 바로 자신 안의 포모 심리일 수 있습니다. 이를 극복했을 때, 비로소 진정한 투자자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 자료: Adam M. Grossman, “Eyes Forw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