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수익과 인플레이션의 복잡한 관계 속 관세 정책의 숨겨진 파급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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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관세 정책이 기업 실적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시장의 시각이 흥미롭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관세의 부정적 영향을 부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데이터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죠. 오늘은 관세가 기업 이익률과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과 시장이 이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관세의 딜레마: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두 가지 길

관세가 부과되면 기업들은 본질적으로 두 가지 선택지에 직면하게 됩니다. 첫 번째는 관세 부담을 자체적으로 흡수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이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입니다.

첫 번째 선택의 경우, 기업들이 관세를 흡수하면 당연히 이익률이 감소하게 됩니다. 원재료나 중간재 비용이 상승했지만 판매가격을 그대로 유지하기 때문이죠. 반면 두 번째 선택을 하면 관세 비용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게 되고, 이는 필연적으로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금융 시장이 이런 딜레마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론적으로는 둘 중 하나의 부정적 결과가 나타나야 하는데, 시장은 마치 이런 영향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거든요.

2분기 실적의 역설: 예상을 뛰어넘은 결과의 비밀

팩트셋 데이터에 따르면, S&P 500의 2분기 순이익률은 12.8%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 분기의 12.7%는 물론 전년 동기의 12.2%보다도 높은 수치입니다. 많은 시장 분석가들이 관세 영향으로 이익률 하락을 예상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죠.

이런 현상이 나타난 핵심 요인은 바로 ‘수입 시기 조절’ 전략에 있습니다. 기업들은 관세 발표를 예상하고 1분기에 필요 이상으로 많은 수입을 진행했습니다. 마치 폭풍이 오기 전에 미리 준비하는 것과 같은 전략이었죠.

S&P 다우존스 지수의 수석 지수 분석가인 하워드 실버블랫은 “2분기 초에 누가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겠습니까?”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예상치 못한 결과였습니다. 기업들이 관세 부과 전 가격으로 구매한 재고를 2분기에 판매하면서 일시적으로 이익률을 보호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재고 전략의 한계: 3분기 전망과 우려 요인

하지만 이런 재고 활용 전략은 영원히 지속될 수 없습니다. 실버블랫 분석가는 “관세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재고가 더 빠른 속도로 보충되기 때문에” 3분기 이익률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1분기 GDP 감소 현상과도 연결됩니다. 기업들이 대량으로 재고를 쌓으면서 일시적으로 GDP가 감소한 것처럼 보였지만, 재고를 제외하면 실제로는 증가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재고라는 ‘버퍼’가 관세의 영향을 몇 달간 지연시켰을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었던 셈이죠.

관세 영향의 시차: 1년 후 정점을 맞는 인플레이션

댈러스 연준이 올봄 발표한 “무역 비용과 인플레이션 역학” 연구는 관세 정책의 시차 효과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관세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은 관세 발효 후 약 1년 후에 정점에 달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지난달 잭슨홀 연설에서 이 점을 인정하며 “관세 인상이 공급망과 유통망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즉,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상황은 관세 정책의 초기 단계일 뿐이며, 본격적인 영향은 앞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입니다.

회계 규칙의 함정: 소매 재고 회계 모델의 역설

여기에 더해 흥미로운 회계적 요인도 작용하고 있습니다. 소매업체에서 사용하는 ‘소매 재고 회계 모델’이라는 회계 규칙이 현실을 왜곡하고 있는 것입니다.

CNBC 분석에 따르면, 아이러니하게도 이 규칙은 비용이 상승할 때 소매업체가 수익성을 과장하게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즉, 관세로 인한 비용 상승이 오히려 회계상으로는 더 나은 수익성을 보여주는 착시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죠.

시장의 인지 부조화: 데이터와 현실 사이의 간극

미국 주식 시장이 지금까지 이런 불편한 진실을 대부분 무시해온 이유는 간단합니다. 데이터에 완전히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4월 초 관세가 발표된 이후에도 최근 인플레이션 수치는 큰 상승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시장 참여자들이 관세의 영향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는 일종의 ‘조용한 폭풍 전야’ 상황일 수 있습니다. 관세의 영향이 중기적으로 나타나고, 기업들의 재고 활용 전략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곧 더 명확한 데이터가 시장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투자자들이 알아야 할 핵심 포인트

관세 정책이 기업 이익률과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히 존재하며, 이는 2분기보다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시장이 보여주는 낙관적 분위기는 일시적인 요인들(재고 활용, 회계 규칙 등)에 의해 지탱되고 있을 뿐입니다.

투자자 여러분께서는 이런 구조적 변화를 미리 인지하고 포트폴리오 전략을 점검해보시기 바랍니다. 특히 수입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이나 가격 전가 능력이 제한적인 업종들은 앞으로 더 큰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시장은 종종 단기적 요인에 현혹되기 쉽지만, 결국 펀더멘털이 승리하는 법입니다. 관세라는 새로운 변수가 어떻게 경제 생태계를 변화시킬지, 그리고 여러분의 투자 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자료: Mark Hulbert, “Denial is driving the stock market higher — but what’s coming next can’t be igno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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