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막스가 말하는 이론과 현실의 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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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 중 하나인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 캐피털의 회장이자 공동 창립자인 그가 2011년 패서디나에서 전한 메시지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그는 투자 이론과 실제 시장 사이의 거대한 간극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이는 모든 투자자가 반드시 이해해야 할 핵심 개념입니다.

여러분은 투자할 때 감정에 휘둘린 경험이 있으신가요? 시장이 오를 때 더 사고 싶어지고, 떨어질 때 팔고 싶어지는 마음 말입니다. 바로 이것이 하워드 막스가 지적한 ‘투자의 인간적 측면’의 핵심입니다.

이론과 현실, 그 사이의 깊은 골

효율적 시장 가설의 한계

투자 이론은 시장이 효율적이고 객관적이며 냉철하다고 가정합니다. 모든 정보가 완벽하게 가격에 반영되고, 투자자들은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는 전제하에 말이죠. 하지만 막스는 이런 가정이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명확히 지적했습니다.

실제 시장은 감정, 불안감, 극단적 행동 경향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종종 실수를 범하고 잘못된 극단으로 치닫곤 하죠. 특히 2008년 금융위기나 최근의 시장 변동성을 보면, 시장이 얼마나 비합리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납니다.

위험과 수익률의 역설

이론적으로는 위험이 큰 자산일수록 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해야 합니다. 하지만 막스는 “위험이 큰 자산이 항상 더 높은 수익을 제공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위험한 자산이 아니다”라는 날카로운 통찰을 제시했습니다.

2007년 중반을 생각해보세요. 그때는 위험과 수익률의 관계가 거의 평평했습니다. 추가 위험을 감수해도 얻는 수익이 미미했죠. 반면 2008년 4분기 리먼 브라더스 파산 이후에는 위험 프리미엄이 과도하게 높아졌습니다. 이런 극단적 변화가 바로 시장의 인간적 측면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투자 심리의 진자 운동

강세장과 약세장의 3단계

막스가 제시한 강세장의 3단계는 투자자 심리를 이해하는 핵심 프레임워크입니다:

강세장의 3단계:

  • 몇몇 사람이 개선을 인식하기 시작하는 단계
  • 대부분이 개선을 인식하는 단계
  • 모두가 영원히 좋아질 것이라고 믿는 단계

약세장의 3단계:

  • 몇몇 사람이 과대평가와 위험을 인식하는 단계
  • 대부분이 하락을 인식하는 단계
  • 모두가 영원히 나빠질 것이라고 믿는 단계

현명한 투자자가 첫 번째 단계에서 하는 일을 바보는 세 번째 단계에서 합니다. 2021년 코인과 성장주 열풍, 그리고 2022년의 급락을 떠올려보세요. 많은 투자자들이 이 패턴을 그대로 반복했습니다.

역발상의 수요 곡선

경제학에서 배우는 수요 곡선은 가격이 높을 때 수요가 적고, 낮을 때 많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투자에서는 정반대 현상이 일어납니다.

투자자들은 주가가 80에서 100으로 오르면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하며, 120이 되면 “더 사야겠다”고 판단합니다. 반대로 80에서 60으로 떨어지면 “기다려야겠다”고 하고, 40이 되면 “줄여야겠다”, 20이 되면 “팔아야겠다”고 생각하죠.

이런 행동 패턴이 바로 대부분의 투자자가 ‘높은 가격에 사고 낮은 가격에 파는’ 이유입니다.

겸손과 불확실성의 수용

“나는 안다” vs “나는 모른다” 학파

막스는 투자자를 두 그룹으로 나누었습니다:

“나는 안다” 학파:

  •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고 믿음
  • 집중 투자와 레버리지 선호
  • 최대 수익 추구에 집중

“나는 모른다” 학파:

  •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임
  • 분산 투자와 헤지 전략 선호
  • 손실 방지에 중점

흥미롭게도 막스가 만난 뛰어난 투자자들 대부분은 거시경제에 관해서는 “나는 모른다” 학파에 속했습니다. 기업 분석은 누구보다 잘하지만, 전체 경제나 시장 방향에 대해서는 겸손한 태도를 유지했죠.

존 케네스 갈브레이스의 통찰

갈브레이스의 명언은 오늘날에도 매우 적절합니다:

우리에게는 두 종류의 예측가가 있다. 하나는 모르는 이들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모르는 이들이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최근의 AI 혁명까지. 누가 이런 사건들을 정확히 예측했을까요? 불확실성을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더 안전한 전략일 수 있습니다.

위험의 진정한 의미

블랙 스완과 대체 역사

나심 탈렙의 ‘블랙 스완’ 개념을 인용하며, 막스는 위험의 본질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위험이란 단순한 변동성이 아니라 “일어나야 할 것보다 더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6피트 키의 사람이 평균 5피트 깊이의 강을 건너다 익사한다는 비유는 투자에서도 적용됩니다. 평균적으로 견딜 수 있는 포트폴리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어야 하죠.

단기 성과의 함정

투자에서 가장 위험한 것 중 하나는 단기 성과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막스는 이를 “쌍둥이 사기꾼”이라고 불렀습니다 – 단기적인 우수한 성과와 저조한 성과 모두 진정한 투자 능력을 말해주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좋은 결정도 실패할 수 있고, 나쁜 결정도 성공할 수 있습니다. 무작위성만으로도 단기적으로는 거의 모든 결과가 가능하죠. 진정한 가치는 10년, 20년간 지속적인 성과를 내는 것에 있습니다.

실전 투자 전략의 핵심

역발상과 객관성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서는 군중과 반대로 행동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예일대 데이비드 스웬슨의 말처럼, “비전통적인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것은 불편할 정도로 독특한 포트폴리오를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2020년 3월 코로나19 공포가 절정에 달했을 때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들을 생각해보세요. 당시에는 무모해 보였지만, 결과적으로 훌륭한 투자였습니다.

시장 비효율성 활용

막스와 오크트리 캐피털의 철학은 명확합니다:

  • 실수를 피하고 다른 사람의 실수에서 기회를 찾기
  • 위험을 이해하고 통제하기
  • 손실을 피하면 승자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이들은 거시경제 예측에 의존하지 않고, 시장 타이밍을 위해 현금 비중을 조절하지도 않습니다. 대신 개별 자산의 가치에 집중하며, 전문성에 기반한 투자를 합니다.

투자 관료주의의 함정

기관투자자의 딜레마

많은 기관투자자들이 빠지는 함정이 있습니다. 바로 ‘당혹스러움을 피하려는’ 행동입니다. 남들과 다른 결정을 내리고 실패할 바에는 차라리 남들과 같이 실패하는 것을 선택하죠.

케인스의 말처럼 “전통적인 실패보다 비전통적인 성공이 더 낫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제로는 과도한 분산투자나 벤치마크 추종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궁극의 투자 수수께끼

막스가 제시한 궁극의 수수께끼는 이것입니다: “실패할 경우 문제가 될 만큼 과도하게 투자하지 않겠다”고 하면, 성공했을 때 의미 있는 차이를 만들 수 없습니다. 반대로 의미 있는 수익을 위해 충분히 투자하면 실패 위험도 커집니다.

이 딜레마를 해결하려면 용기와 규율이 필요합니다. 실패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기회에 대한 충분한 확신을 가져야 하죠.

인간다운 투자의 지혜

하워드 막스의 통찰은 결국 하나의 핵심으로 수렴됩니다. 투자는 수학적 공식이나 완벽한 이론으로만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것입니다. 인간의 감정, 편견, 실수가 만들어내는 시장의 비효율성을 이해하고, 이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진정한 투자 성공은 완벽한 예측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겸손한 태도로 시장에 접근할 때 가능합니다. 군중의 광기에서 벗어나 객관적 판단을 유지하는 것, 그리고 장기적 관점에서 일관된 원칙을 지키는 것이 바로 투자의 본질입니다.

여러분도 다음번 투자 결정을 내릴 때, 하워드 막스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세요. “지금 내가 하려는 행동이 군중을 따르는 것인가, 아니면 가치에 기반한 독립적 판단인가?” 이 간단한 질문 하나가 여러분의 투자 성과를 크게 바꿀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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