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를 멈추고 호기심을 키우세요

0

여러분은 오늘 하루 동안 몇 번이나 “좋다” 또는 “나쁘다”라는 판단을 내렸나요? 아침에 일어나 날씨를 확인하며 “오늘 날씨 별로네”, 출근길 교통상황을 보며 “최악이야”, 점심 메뉴를 보며 “이건 괜찮고 저건 별로야”라고 무의식적으로 평가하는 순간들 말입니다.

이러한 즉석 평가는 우리 일상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어서, 마치 숨쉬는 것처럼 당연하게 여겨집니다. 하지만 철학자이자 웰빙 연구자들이 제기하는 흥미로운 질문이 있습니다. 과연 이런 이분법적 사고가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고 있을까요?

평가의 함정: 세상을 단순화시키는 마음의 습관

우리가 무언가를 “좋다” 또는 “나쁘다”로 즉석에서 분류할 때, 뇌는 놀라울 정도로 효율적으로 작동합니다. 복잡한 현실을 단순한 범주로 압축시켜 빠른 판단을 내릴 수 있게 해주죠. 하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습니다.

구름 낀 하늘을 보며 “날씨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의 시야는 급격히 좁아집니다. 구름이 만들어내는 시원한 그늘, 바람에 따라 변화하는 극적인 하늘의 모습, 그 아래서 피어나는 꽃들의 생동감, 넓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감탄하는 아이의 순수한 눈빛 – 이 모든 것들이 “나쁘다”는 한 마디 평가에 가려져 버립니다.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평가적 사고에 빠진 마음은 기대하는 것만 보고 나머지는 걸러내는 경향이 있습니다. 마치 선택적 필터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것처럼, 우리가 미리 정해놓은 “좋음”과 “나쁨”의 기준에 맞는 정보만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죠.

호기심의 힘: 평가를 넘어선 탐구의 자세

그렇다면 평가를 멈추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행복과 웰빙을 연구하는 철학자들은 흥미로운 발견을 했습니다. 즉각적인 평가를 중단하고 세상을 더 열린 마음으로 바라볼 때, 우리의 호기심과 탐구심이 자연스럽게 활성화된다는 것입니다.

교통 체증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평소라면 “최악이야, 오늘 하루가 망했어”라고 생각했을 상황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어떨까요? 차 안에서 평소 들어보지 못했던 라디오 프로그램을 발견할 수도 있고, 창밖 풍경에서 새로운 건물이나 변화를 관찰할 수도 있습니다. 혹은 이 시간을 활용해 깊은 생각에 잠길 수도 있죠.

이런 전환은 단순한 긍정적 사고가 아닙니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도, 그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과 의미를 발견하려는 적극적인 자세입니다.

심리적 풍요로움: 삶의 질을 높이는 내적 변화

평가를 멈추고 호기심을 키우는 삶은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까요?

  • 첫째, 감정의 다양성이 풍부해집니다. 좋다/나쁘다의 이분법에서 벗어나면, 우리는 당혹스러움, 신비로움, 경이로움, 도전의식 같은 더 복잡하고 섬세한 감정들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러한 감정의 스펙트럼 확장은 삶을 더욱 생동감 있고 의미 있게 만들어줍니다.
  • 둘째, 인지적 복잡성이 향상됩니다. 단순한 판단 대신 상황의 여러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능력이 발달합니다. 예를 들어, 어려운 동료를 만났을 때 “짜증나는 사람”이라고 단정하는 대신, 그 사람만의 고유한 배경과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 셋째, 창의력과 문제해결 능력이 증진됩니다.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연결고리를 찾고, 예상치 못한 해결책을 발견하는 능력이 향상됩니다.

자아 확장: 더 큰 가능성을 품은 나 자신 발견하기

심리적 풍요로움이 가져다주는 또 다른 선물은 ‘자아 확장’입니다. 새롭고 흥미로운 경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우리는 단순히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정체성과 가능성에 대한 이해가 확장됩니다.

최근 연구에서 흥미로운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심리적 풍요로움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기후 변화와 같은 거대한 문제에 대해서도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이는 자아 확장을 통해 “내가 세상에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자아가 확장된다는 것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커지는 것과 동시에, 세상과의 연결감도 깊어진다는 의미입니다. 나 개인의 경계를 넘어 더 큰 공동체, 더 넓은 세상과 하나됨을 느끼게 되는 거죠.

오늘부터 시작하는 평가 중단 연습

이론적 이해도 중요하지만, 실제 삶에서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다음과 같은 방법들을 시도해보세요.

1. 언어 습관 바꾸기

“좋다”나 “나쁘다”라는 말이 입에서 나오려고 할 때, 잠시 멈추고 다른 표현을 찾아보세요. “흥미롭네”, “독특하다”, “복잡한 상황이군” 같은 중성적이면서도 탐구적인 언어를 사용해보세요.

2. 호기심 질문하기

평가 대신 질문을 던져보세요.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이 상황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어떨까?” 같은 질문들이 마음을 열어줍니다.

3. 3분 관찰 연습

하루에 한 번, 3분 동안 주변의 한 가지 대상을 평가 없이 관찰해보세요. 나무, 건물, 사람, 심지어 쓰레기통도 좋습니다. 단순히 보고, 느끼고, 궁금해하는 연습을 해보세요.

더 풍요로운 삶을 향한 마음의 여행

결국 이 모든 것은 삶을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에서 시작됩니다. 좋다/나쁘다의 이분법은 효율적이지만 제한적입니다. 반면 호기심과 탐구의 자세는 번거로울 수 있지만, 우리에게 훨씬 더 풍요로운 경험의 세계를 열어줍니다.

여러분도 오늘부터 작은 실험을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평소라면 “별로야”라고 생각했을 상황에서 “흥미롭네, 뭔가 다른 게 있을까?”라고 접근해보세요. 그 작은 변화가 여러분의 삶에 어떤 새로운 색깔을 입혀줄지, 정말 궁금하지 않나요?

참고 자료: The Conversation, “Stop the ‘good’ vs ‘bad’ snap judgments and watch your world become more interesting”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