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을 AI가 한다면 창업자는 무엇에 집중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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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딩과 제품 개발이 AI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창업자들은 새로운 전략적 사고가 필요합니다. Product의 시대에서 Distribution의 시대로 전환되고 있는 지금, 기업가치를 판단하는 기준도 점차 변화하고 있습니다.

팔란티어가 보여준 독점의 완성

피터 틸의 철학이 담긴 팔란티어(Palantir)는 현재 AI 시대의 독점 기업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 회사의 진정한 지위는 단순히 강력한 기술력에 있지 않습니다.

팔란티어의 독보적 위치:

  • IT, AI에 친화적이지 않은 대규모 전통 기업들의 유일한 AI 전환 파트너
  • 미국 정부부터 BP, Airbus까지 거대 조직들과의 독보적 트랙 레코드
  • 2014년 『제로 투 원』에서 제시한 독점 전략의 완벽한 실현

팔란티어가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 자체가 이들의 독점적 지위를 보여줍니다.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비즈니스 모델이지만, 결과는 확실합니다.

창업가 롤모델의 변화와 시대정신

창업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인물들의 변천사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패턴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1세대: 스티브 잡스의 시대

  • 디자인과 UX에 집중
  • 고객을 리드하는 선지자적 모습
  • 완벽한 제품에 대한 집착

2세대: 마크 저커버그의 시대

  • 네트워크 효과와 그로스해킹 중심
  • 빠른 실행과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 연결과 확장의 철학

3세대: 일론 머스크의 시대

  • 스케일과 First Principle 사고
  • 무지막지한 목표와 극한의 허슬
  • 세상을 놀라게 하는 제품으로 시장 변화 주도

그리고 이제 4세대: 피터 틸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독점과 유통에 집중하는 새로운 패러다임 말입니다.

AI 기술 발전이 가져온 제품 약화론

2010년대까지만 해도 좋은 IT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팀 자체가 희소했습니다. 뛰어난 개발자들을 모으고, 적절한 기술 스택을 구성하며, 제품 중심의 문화를 만드는 것 자체가 핵심 경쟁력이었죠.

채널톡의 AI 도입 사례가 이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Cursor라는 AI 코딩 도구를 전사 도입한 지 6개월 만에 AI가 작성하는 코드의 비율이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도구의 변화가 아닙니다. 제품 개발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과거에는 SSG.com과 쿠팡이 비슷한 서비스로 보일 수 없었습니다. 제품의 완성도, 사용자 경험의 차이가 명백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AI의 발전으로 이런 격차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본질로 돌아가는 Distribution의 시대

오히려 좋은 변화입니다. 스타트업의 본질은 언제나 동일했습니다:

  • 고객을 만족시켜 매출을 발생시키고
  • 영업이익을 남기며
  •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

제품에 집중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고객에게 더 가까운 문제들을 해결하는 시대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이 모두에게 효용을 주는 단계에 접어들면서, 진정한 차별화는 고객 접근과 확보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Distribution 중심의 성공 사례들

1. AI 바이럴의 힘: Cluely

Cluely는 바이럴 마케팅을 Distribution의 핵심으로 삼은 대표적 사례입니다:

  • 창업 스토리부터 바이럴: AI 치팅으로 대학 퇴학 → 창업으로 이어지는 극적인 스토리
  • 체계적인 바이럴 전략: a16z 투자 유치 후 대학생 인턴 50명을 채용해 미친 듯한 숏폼 콘텐츠 생산
  • 대담한 마케팅: 타임스퀘어 광고판까지 점령하는 파격적 접근

이들의 핵심 자산은 제품이 아닙니다. 바이럴에 대한 엄청난 노하우와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시스템, 그리고 이런 능력을 기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조인하는 선순환 구조입니다.

2. B2B 인바운드 마케팅의 달인: 위펀

위펀은 현재 30가지가 넘는 기업 복지 및 운영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언뜻 보면 집중력이 부족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 경쟁력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위펀의 진짜 경쟁력:

  • 다양한 롱테일 니즈를 해결하고 싶을 때 적절한 타이밍에 노출되는 능력
  • 기업 복지 담당자에게 정확한 시점에 도달하는 고객 접근 방법론
  • 고객 분류, 접근법, 획득에 대한 체계화된 노하우

ARR 30% 성장이라는 후행 지표 뒤에는 철저한 고객 획득 방법론이 숨어 있습니다. 제품보다는 유통에 강점이 있기 때문에 결국 수많은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3. 오픈소스 중심의 Distribution

AI 시대에 특히 주목해야 할 방법론입니다. AI 발달로 고객들이 IT에 직접 관여할 수 있는 범주가 늘어나면서, 다양한 관점에서 서비스를 고려하는 고객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n8n의 사례:

  • GitHub에서 무료로 다운로드 가능한 AI 자동화 도구
  • 129,393개의 GitHub 스타를 보유한 인기 프로젝트
  • 무료 사용자들이 결국 유료 Cloud 서비스로 전환하는 구조

Ghost 블로그의 사례:

  • 오픈소스로 시작해 1억 다운로드, GitHub 스타 5만 건 달성
  • 27,000개 고객사와 안정적인 ARR 창출
  • 직접 관리보다 안정적인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들의 자발적 유료 전환

기업가치 평가 기준의 변화

앞으로 기업가치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어떤 고객 획득 방법론을 통해 성장을 도모하고 있는지가 핵심 지표가 될 것입니다.

전통적인 기업가치 평가 순서:

  • 자산 가치
  • 연간 순영업이익
  • 연간 매출
  • MRR, ARR
  • MAU, DAU, CAC, LTV 등 보조지표
  • 기술 특허

이제 여기에 Distribution 역량이 새로운 선행 지표로 추가되어야 합니다. VC들이 투자할 때 MAU를 묻고 다니는 것처럼, 이제는 GTM(Go-To-Market) 전략과 Distribution 역량에 대해 물어보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주요 Distribution 전략들

현재 주목받고 있는 Distribution 방법론들을 정리하면:

  • Product-led-Growth (PLG): 제품 사용성 중심의 성장
  • Sales-led-Growth (SLG): 고객 영업 중심의 성장
  • Community-led-Growth (CLG): 커뮤니티 중심의 성장
  • Content-led-Growth: 콘텐츠 중심의 성장
  • Paid-led-Growth: 유료 마케팅 중심의 성장
  • Partner-led-Growth: 파트너십 중심의 성장

각 방법론마다 고유한 장점과 적용 분야가 있으며, 성공하는 기업들은 자신만의 Distribution 조합을 찾아 해자화하고 있습니다.

AI가 바꾸지 못하는 것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위펀이 B2B 인바운드로 확보한 고객 노하우와 시스템을 대체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오히려 위펀이 AI를 활용해 더 효과적으로 고객에게 접근하는 미래가 그려집니다.

마찬가지로 Cluely의 바이럴 역량, n8n의 오픈소스 생태계, Ghost의 개발자 커뮤니티도 AI가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이들은 모두 인간과 인간 사이의 연결과 신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창업자들이 지금 준비해야 할 것

MAU, DAU에 대한 이야기가 스타트업 창업자들 사이에서 정설이 된 후 투자자들이 이를 필수 지표로 물어보기 시작했듯이, 이제는 Distribution과 GTM에 대해 창업자들이 미리 고민하고 해자화하는 시기입니다.

핵심 질문들:

  • 우리 회사만의 고유한 고객 접근 방식은 무엇인가?
  • 경쟁사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Distribution 역량은 무엇인가?
  •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해지는 유통 네트워크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는 여정

AI로 인한 유통과 GTM의 변화는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기술의 발전이 모든 것을 평준화시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인간적 연결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Distribution 역량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스타트업은 어떤 Distribution 전략으로 고객과 만나고 있나요? 제품만큼이나 중요한 이 영역에서 여러분만의 독특한 접근법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AI가 코딩을 대신해주는 시대, 창업자의 진짜 가치는 바로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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