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혹시 취업 과정에서 성별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보신 적이 있나요? 최근 영국에서 진행된 대규모 연구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미묘한 차별의 메커니즘을 밝혀냈습니다.
9,000개 추천서가 드러낸 충격적인 현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영국의 한 학술 기관에서 수집된 약 9,000개의 추천서를 분석한 이번 연구는 성별에 따른 취업 기회의 격차가 단순한 직접적 차별을 넘어서는 복잡한 양상을 보인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연구진은 4,000명 이상의 추천인이 2,900여 명의 지원자를 위해 작성한 추천서들을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습니다. 첫 번째는 지원자의 타고난 능력과 인지적 재능을 강조하는 추천서, 두 번째는 끈기와 노력에 초점을 맞춘 ‘노력형(grindstone)’ 추천서였습니다.

여성에게 불리한 추천서의 패턴
분석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여성 지원자들은 능력을 강조하는 추천서를 받을 가능성이 3.5% 낮았고, 반대로 끈기와 노력에 초점을 맞춘 추천서를 받을 가능성은 2.8% 더 높았습니다.
이 수치가 작아 보일 수 있지만, 그 파급효과는 상당했습니다. 같은 내용의 ‘노력형’ 추천서를 받은 여성 지원자는 남성 지원자보다 상위 200개 학술 기관에서 일자리를 얻을 가능성이 약 14% 낮았습니다.

고정관념이 만들어내는 악순환
연구진이 506명의 학자와 514명의 채용 담당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추가 실험에서는 더욱 흥미로운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여성이 타고난 능력보다는 노력으로 성과를 달성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진 채용 담당자들은 ‘노력형’ 추천서를 받은 여성 지원자를 채용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았습니다.
이는 일종의 이중 함정을 만들어냅니다. 여성들은 애초에 능력을 강조하는 추천서를 받을 가능성이 낮고, 설령 노력을 강조하는 추천서를 받더라도 그것이 오히려 채용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입니다.
사회의 무의식적 편견이 만든 구조적 문제
이 연구가 특히 중요한 이유는 의식적인 차별이 아닌 무의식적 편견이 어떻게 시스템적으로 작동하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추천서를 작성하는 사람들이나 채용 담당자들이 의도적으로 여성을 차별하려고 하지 않더라도, 사회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이 자동적으로 작용하여 불평등을 재생산하고 있는 것입니다.
‘능력에 따른 채용’이라는 환상
많은 조직들이 ‘능력에 따른 채용(meritocracy)’을 표방하지만, 이번 연구는 그러한 시스템조차 완전히 공정하지 않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능력을 평가하는 과정 자체에 성별에 따른 편견이 개입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학계와 같이 전문성과 능력이 중시되는 분야에서도 이러한 편견이 작동한다는 것은, 다른 산업 분야에서는 상황이 더욱 심각할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변화를 위한 실질적 접근법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개인의 의식 변화에만 의존할 수 없습니다. 시스템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 추천서 작성 가이드라인 개선: 추천인들이 성별에 관계없이 지원자의 다양한 강점을 균형있게 기술할 수 있도록 하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합니다.
- 채용 과정의 구조화: 평가 기준을 명확히 하고, 평가자들의 무의식적 편견을 최소화할 수 있는 체계적인 평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 데이터 기반 모니터링: 정기적으로 채용 과정과 결과를 분석하여 편견이 개입되는 지점을 파악하고 개선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더 공정한 미래를 향하여
이번 연구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미묘하고 복잡한 방식으로 불평등을 지속시키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입니다. 겉으로는 공정해 보이는 시스템 안에서도 성별에 따른 차별이 은밀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변화의 첫걸음입니다.
여러분의 조직에서는 어떤가요? 채용 과정에서 이러한 편견들이 작동하고 있지는 않을까요? 진정한 능력주의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이러한 무의식적 편견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개선해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참고 자료: Klement on Investing, “Are men more skilled than wom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