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정보 홍수 속에서 여러분은 어떤 글에 시선을 멈추게 되나요? 화려한 수식어로 포장된 장황한 문장일까요, 아니면 단 한 문장으로 가슴을 파고드는 간결한 표현일까요?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20세기 문학의 거장으로서, 그의 글쓰기 철학은 오늘날 콘텐츠 크리에이터, 마케터, 그리고 일상의 글쓰기에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여전히 유효한 지침을 제시합니다. 그의 접근법은 단순했지만 혁명적이었습니다. 바로 ‘빼는 것의 힘’이었죠.
헤밍웨이식 글쓰기의 핵심: 빙산 이론
헤밍웨이는 자신의 글쓰기 철학을 ‘빙산 이론’으로 설명했습니다. 빙산의 8분의 1만이 수면 위로 드러나듯, 좋은 글은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깊은 의미를 내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의 대표작 「흰 코끼리를 닮은 산」을 보면, 등장인물들은 겉으로는 날씨와 맥주, 기차 시간표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낙태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독자는 직접적인 언급 없이도 그 긴장감과 갈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죠.
13가지 헤밍웨이식 글쓰기 원칙
1. 짧은 문장의 마법
헤밍웨이의 문장은 소총수의 정밀함을 닮았습니다. 그는 한 문장에 하나의 아이디어만 담았고, 이는 독자에게 더 강력한 임팩트를 전달했습니다.
- Before: “그녀는 매우 슬픈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며 떠나간 연인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 After: “그녀는 창을 바라봤다. 눈물이 흘렀다.”
2. 능동태의 생명력
수동태는 문장을 무기력하게 만듭니다. 헤밍웨이는 항상 주체가 명확한 능동태를 선택했습니다.
“사자가 총에 맞았다”가 아닌 “사냥꾼이 사자를 쐈다”처럼, 행동의 주체를 분명히 하는 것이 글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핵심입니다.
3. 설명 대신 묘사
가장 강력한 글쓰기 기법은 ‘보여주기’입니다. 감정을 직접 설명하지 말고, 그 감정이 드러나는 행동과 상황을 묘사하세요.
“그는 화가 났다”보다는 “그의 주먹이 꽉 쥐어졌다. 커피잔을 테이블에 내려놓는 소리가 유난히 컸다”가 훨씬 생생하게 감정을 전달합니다.
4. 멈춤의 기술
놀랍게도 헤밍웨이는 글이 잘 써질 때 멈췄습니다.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을 때 말이죠. 이는 게으름이 아니라 지혜였습니다. 이렇게 하면 다음 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정확히 알 수 있고, 창작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5. 진실한 문장의 힘
막혔을 때는 화려한 표현보다 진실한 한 문장을 쓰세요. 헤밍웨이는 “당신이 아는 가장 진실된 문장을 써라”고 조언했습니다. 작은 진실에서 시작해 점차 확장해 나가는 것이 바른 방법입니다.
6. 무자비한 편집
헤밍웨이는 「무기여 잘 있거라」의 결말을 47번이나 다시 썼습니다. 그는 자신의 문장을 사랑했지만, 독자를 더 사랑했기 때문에 과감히 잘라냈습니다.
좋아하는 문장이라도 전체 이야기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삭제하세요. 문장 하나하나가 제자리를 차지해야 합니다.
7. 강한 동사 선택
동사는 문장의 엔진입니다. “천천히 걸었다” 대신 “터벅터벅 걸었다”, “비틀거렸다”, “끌려갔다”처럼 구체적이고 생생한 동사를 선택하세요. 강한 동사 하나가 여러 형용사를 대체할 수 있습니다.
8. 수식어의 절제
“그녀는 행복하게 웃었다”를 “그녀는 웃었다”로 바꿔보세요. 더 간결해지면서도 오히려 강해집니다. 헤밍웨이는 형용사와 부사를 도로의 구멍처럼 피했습니다.
9. 살아있는 대화
헤밍웨이의 대화는 실제 사람들이 말하는 방식을 닮았습니다. 완벽한 문장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때로는 미완성되거나 끊어지기도 합니다. 이것이 바로 현실감을 주는 비결입니다.
10. 고통에 대한 정직함
헤밍웨이는 고통을 외과의사처럼 다뤘습니다. 과장하거나 감정에 호소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무기여 잘 있거라」에서 캐서린의 죽음을 다룰 때도 과도한 감정 표현 대신, 병실을 떠나는 남자의 모습만을 담담히 그려냈습니다.
11. 판단하지 않는 시선
작가는 등장인물을 판단하는 재판관이 아닙니다. 헤밍웨이는 인물들이 인간답게 행동할 수 있는 공간을 주었고, 독자가 스스로 판단하도록 했습니다. 이는 독자의 지성을 존중하는 태도입니다.
12. 경험의 깊이
헤밍웨이는 파리에서 복싱을 했고, 아프리카에서 사냥을 했으며, 전쟁을 취재했습니다. 그의 글이 생생한 이유는 상상이 아닌 경험에서 나왔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황소와 달리기를 할 필요는 없지만, 삶을 온전히 경험하세요. 주의 깊게 관찰하고, 진정으로 느끼세요. 그리고 기억나는 대로 써보세요.
13. 본질만 남기기
마지막 규칙은 가장 엄격합니다. 모든 단어가 그 자리에서 의미를 가져야 합니다. 헤밍웨이는 정육점 주인처럼 불필요한 부분을 잘라내며 근육만 남겼습니다.
여러분이 쓴 문단을 30% 잘라보세요. 더 좋아진다면, 제대로 하고 있는 겁니다.
디지털 시대의 헤밍웨이식 글쓰기
오늘날 SNS와 블로그, 이메일까지 우리는 끊임없이 글을 씁니다. 헤밍웨이의 원칙들은 140자 트윗부터 긴 보고서까지 모든 글쓰기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주의 집중 시간이 갈수록 짧아지는 현대에서, 간결하면서도 강력한 메시지 전달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클릭베이트가 넘쳐나는 시대에, 진정성 있는 한 문장이 오히려 더 큰 울림을 줄 수 있습니다.
실전 적용 가이드
- 첫 문장부터 다르게: 다음 글을 쓸 때 첫 문장을 절반으로 줄여보세요.
- 수식어 제거 실습: 형용사와 부사를 모두 지우고 읽어보세요. 의미가 통한다면 그대로 두세요.
- 대화 연습: 실제 사람들의 대화를 관찰하고, 그 리듬을 글에 적용해보세요.
- 진실한 문장 찾기: 막혔을 때는 가장 솔직한 한 문장부터 시작하세요.
헤밍웨이가 보여준 것처럼, 평범한 글쓰기는 더 많은 말을 하는 것이고, 좋은 글은 더 의미 있는 말을 하는 것입니다. 모든 삭제와 침묵, 간결한 문장은 결국 더 깊은 인간적 진실을 향해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이 13가지 원칙 중 하나만 선택해서 다음 글에 적용해보세요. 장식을 멈추고 본질을 파고들 때, 어떤 것들이 새롭게 드러나는지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문장은 완벽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진실할 필요는 있습니다. 그것이 모든 좋은 글쓰기의 시작입니다.
참고 자료: Nofilmschool, “Ernest Hemingway’s Writing Wisdom in 13 Ru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