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날의 검이 될 수 있는 어그로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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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마케팅 환경이 포화 상태에 이른 지금, 마케터들은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점점 더 자극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특히 ‘어그로’라고 불리는 관심 끌기 전략은 단순한 화제성을 넘어 마케팅의 핵심 무기로 자리잡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러한 접근법이 과연 지속 가능한 마케팅 전략일까요?

자극적 콘텐츠의 심리학: 도파민과 관심 경제

인간의 뇌는 본능적으로 자극적이고 위험한 것에 끌리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는 생존을 위한 진화적 메커니즘이었지만, 현대 디지털 환경에서는 콘텐츠 소비 패턴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되었죠.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이 더 큰 도파민 자극을 원한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헤도닉 트레드밀(Hedonic Treadmill)’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같은 수준의 자극에 계속 노출되면 그 효과가 점차 감소하여 더 강한 자극을 찾게 된다는 심리학적 원리입니다. 마케터들이 점점 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제작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죠.

토기(TOGI) 현상: 극단적 개인 브랜딩의 성공 사례

해외에서 1년 만에 100만 팔로워를 돌파한 인플루언서 토기(TOGI)는 이러한 트렌드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는 마약, 도박, 스테로이드 복용 등 일반적으로 터부시되는 주제들을 콘텐츠의 핵심 소재로 활용하며 급성장했습니다.

토기의 콘텐츠 전략을 분석해보면, 그는 단순히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는 것을 넘어 자신의 존재 자체를 하나의 논란적 브랜드로 포지셔닝했습니다. 도박으로 큰 돈을 잃고 벌고, 성적인 농담을 일삼으며, 극단적인 가치관을 표출하는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콘텐츠가 되었죠.

이는 전통적인 마케팅에서 말하는 ‘브랜드 페르소나’ 개념을 극한까지 밀어붙인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의 성공은 현대 소비자들이 얼마나 자극적이고 진정성 있는(혹은 그렇게 보이는) 콘텐츠에 목말라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새로운 경쟁 환경: 인플루언서와 브랜드의 관심 쟁탈전

과거 마케터의 경쟁상대는 동종 업계의 다른 브랜드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소비자의 관심과 시간을 놓고 인플루언서, 유튜버, 틱토커들과도 경쟁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죠.

이들 개인 크리에이터들은 기업보다 훨씬 자유롭고 과감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 이미지나 주주들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으니까요.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의 ‘컨텐츠 자극점’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고, 기업들도 이에 맞춰 더욱 자극적인 마케팅 전략을 고려하게 됩니다.

어그로 마케팅의 명암: 기회와 위험의 경계선

자극적인 콘텐츠를 활용한 마케팅은 분명히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바이럴 효과를 통해 단기간에 막대한 노출을 얻을 수 있고, 브랜드 인지도를 급속도로 높일 수 있죠. 특히 젊은 타겟층에게는 더욱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위험 요소도 만만치 않습니다. 자극적인 콘텐츠는 종종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이는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적인 손상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한 번 자극적인 방향으로 포지셔닝된 브랜드는 지속적으로 더 강한 자극을 제공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게 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자극적인 콘텐츠에 의존하는 마케팅은 본질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소비자들은 결국 진정성 있고 가치 있는 브랜드를 찾게 되며, 단순한 자극만으로는 장기적인 충성도를 구축하기 어렵습니다.

마케터의 딜레마: 확실한 선 긋기의 중요성

이러한 상황에서 마케터들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어디까지가 허용 가능한 선인가’를 정하는 것입니다. 브랜드의 가치와 정체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균형점을 찾아야 하죠.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각 브랜드만의 ‘확실한 선’을 미리 설정하고 이를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입니다. 이 선은 브랜드의 핵심 가치, 타겟 고객층의 특성, 그리고 장기적인 브랜드 전략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가족 중심의 브랜드라면 아무리 화제성이 있어도 성적이거나 폭력적인 소재는 피해야 하겠죠. 반면 젊은 층을 타겟으로 하는 브랜드라면 좀 더 도전적이고 파격적인 접근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진정한 마케팅 실력: 자극을 넘어선 가치 창조

결국 진정한 마케팅 실력은 단순히 어그로를 끄는 능력에만 의존하지 않습니다. 자극적인 요소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면서도 브랜드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균형감각이 필요하죠.

성공적인 마케터는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것과 동시에 그들에게 진정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토기와 같은 극단적인 사례에서 배울 점이 있다면, 그것은 진정성 있는 캐릭터와 일관된 메시지의 중요성일 것입니다.

앞으로의 마케팅 환경에서는 ‘어그로’와 ‘가치’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창의적인 접근법을 개발하는 것이 핵심이 될 것입니다.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면서도 브랜드의 장기적 성장에 기여하는, 그런 지속가능한 마케팅 전략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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