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무엇일까요? 복잡한 차트 분석? 기업 실적 예측? 아니면 시장 타이밍 맞추기? 베스트셀러 『돈의 심리학』의 저자 모건 하우절은 놀라운 답을 제시합니다. 훌륭한 투자 전략의 99%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이죠.
왜 우리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싶어할까?
여러분도 한 번쯤 경험해보셨을 겁니다. 뉴스에서 금리 인상 소식이 나오면 괜히 불안해지고, 어떤 종목이 급등했다는 소식에 FOMO(Fear of Missing Out)가 생기죠. 우리의 뇌는 본능적으로 행동과 성공을 동일시합니다. 일상에서는 더 열심히 일하고,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수록 좋은 결과를 얻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투자 세계에서는 이 공식이 완전히 뒤바뀝니다. 주식 시장은 24시간 365일 무언가가 일어나는 곳입니다. 새로운 지도자의 선출, 금리 변화, 지정학적 사건, 상품 가격 변동 등 끊임없는 뉴스 흐름 속에서 우리는 ‘뭔가 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게 됩니다.
특히 다른 투자자들이 활발하게 매매하는 모습을 보면, 이런 충동은 더욱 커집니다. 인간은 무리와 함께 움직이는 것에서 위안을 찾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모건 하우절의 99% 원칙: 침묵이 금인 이유
『돈의 심리학』에서 하우절이 제시한 핵심 통찰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부분의 투자자에게 있어서 훌륭한 투자 전략의 99%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며, 나머지 1%는 세상이 미친 듯이 움직일 때 어떻게 행동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투자 자체를 포기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한 번 세운 전략을 일관성 있게 유지하라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매달 200달러를 ETF에 투자하기로 결심했다면, 그 전략을 얼마나 엄격하게 지키느냐가 성패를 좌우합니다. 미국의 관세 정책이 걱정되어 투자를 잠시 멈추거나, 시장 폭락 우려에 보유 주식을 팔고 현금으로 대피하는 것 – 이런 행동들이 당시에는 합리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감정적 투자가 가져오는 결과
실제로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이런 실수를 반복합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초기, 시장이 급락하자 공포에 질린 투자자들이 대량 매도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그 후 시장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반등을 보였고, 조기 매도한 투자자들은 엄청난 기회비용을 치러야 했습니다.
반대로 2021년 밈 주식 열풍 때는 소셜미디어의 과대광고에 휩쓸려 검증되지 않은 종목에 몰린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었습니다. 이 모든 경우에서 원칙을 지키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훨씬 나은 결과를 얻었을 것입니다.
진짜 기회를 알아보는 안목
그렇다면 하우절이 말한 나머지 1%는 무엇일까요? 이는 진정한 기회가 왔을 때만 추가 행동을 취하라는 의미입니다. 시장이 공포에 질려 우량 기업들이 터무니없이 저평가되었을 때, 그때만 평소보다 더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것입니다.
워렌 버핏이 “다른 사람들이 욕심부릴 때 두려워하고, 다른 사람들이 두려워할 때 욕심을 부려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하지만 이런 판단은 매우 어렵고, 대부분의 경우 그냥 기존 전략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역사가 증명하는 ‘아무것도 하지 않기’의 위력
글로벌 주식 시장은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왔습니다. 두 차례의 세계 대전, 대공황, 오일 쇼크, 닷컴 버블, 금융 위기, 코로나 팬데믹 등 수많은 위기를 겪었지만, 시장은 항상 이전 최고치를 뛰어넘었습니다.
S&P 500 지수를 보면, 1950년부터 2023년까지 평균 연간 수익률은 약 10%입니다. 이는 단순히 매수 후 보유(Buy and Hold) 전략을 유지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수익률입니다. 복잡한 전략이나 빈번한 매매 없이도 말이죠.
적을수록 더 좋다: 미니멀 투자 철학
현대 투자 환경에서는 ‘적을수록 더 좋다(Less is More)’ 원칙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수수료, 세금, 감정적 비용 등을 고려하면 빈번한 매매는 수익률을 갉아먹는 주범입니다.
대신 다음과 같은 단순한 원칙을 지키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 정기적인 투자 계획 수립
- 분산 투자를 통한 리스크 관리
- 장기적 관점 유지
- 감정적 결정 배제
실천 가능한 ‘아무것도 하지 않기’ 전략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요?
- 자동화 시스템 구축: 매월 일정 금액을 자동으로 투자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보세요. 감정이 개입할 여지를 원천 차단하는 것입니다.
- 뉴스 노출 최소화: 일일 시장 뉴스는 대부분 노이즈입니다. 분기별 또는 연간 단위로 포트폴리오를 점검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 명확한 투자 원칙 정립: 언제, 무엇을, 얼마나 투자할지 미리 정해두고 그 원칙을 지켜나가세요.
인내가 만드는 복리의 마법
모건 하우절의 통찰은 단순하지만 강력합니다. 투자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복잡한 분석이나 완벽한 타이밍이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용기입니다.
시장의 소음에 휩쓸리지 않고, 일관된 전략을 유지하며, 시간이 주는 복리 효과를 믿고 기다리는 것. 이것이 바로 성공적인 투자의 핵심입니다.
여러분도 오늘부터 ‘아무것도 하지 않는’ 투자 전략을 시작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때로는 가장 단순한 답이 가장 올바른 답일 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 The Motley Fool Australia, “How to invest: Why Morgan Housel says ‘99% of good investing is doing noth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