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을 내려가며 문득 떠오르는 그 아쉬운 순간, 여러분도 경험해보셨을 겁니다. 프랑스 철학자 드니 디드로가 명명한 ‘레스프리 드 레스칼리에’는 바로 이런 순간을 포착한 표현입니다. 친구 집에서 한참 떠들고 난 후 계단을 내려오며 “아, 그때 이런 말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생각하는 그 순간 말이죠.
이 작은 철학적 개념은 우리 삶의 큰 주제인 ‘후회’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후회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우리 삶을 움직이는 강력한 동력이기 때문입니다.
후회의 본질을 이해하기: 시간과 선택의 딜레마
후회는 왜 우리를 이토록 괴롭히는 걸까요? 그 답은 인간의 기본적인 설계에 있습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실패를 두려워하도록 만들어졌고, 그 실패의 80%는 바로 후회에서 비롯됩니다. “이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우리는 실패의 쓴맛을 경험하게 됩니다.
영국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은 이런 인간의 보편적 경험을 압축적으로 표현합니다.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라는 문구는 삶과 죽음 사이의 계단참에서 느끼는 후회의 마음을 모두 대변하고 있습니다.
후회와 시간의 관계를 살펴보면 더욱 흥미로운 패턴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많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것이 거짓말처럼 줄어드는 것을 경험하거나,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여 하지 못한 무수한 일들이 결국 후회로 귀결되는 것을 보게 됩니다.
후회를 줄이는 세 가지 핵심 전략
1. 지금 당장 가장 하기 싫은 그 일 하기
여러분의 머릿속에 지금 떠오르는 그 일, 미루고 미루던 바로 그 일을 해보세요. 양치, 어학 공부, 운동, 글쓰기… 이런 일들은 모두 아이러니한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가장 하기 싫지만, 실제로 해내면 기분이 좋아지고, 하지 않으면 더 큰 후회가 되어 몰려온다는 것입니다.
시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먹은 것들을 하기 싫다는 이유로 미루다 보면, 시간이 흐른 뒤 시간을 낭비했다고 자책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당시의 하기 싫었던 마음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이 말이죠.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낸 자신을 다그치는 데 온 에너지를 쏟아붓게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통찰이 있습니다. 낭비한 시간에 대한 후회가 더 큰 시간 낭비라는 것을 우리는 종종 잊고 살아갑니다.
2. 선택할 때 영혼을 갈아 넣지 말기
대부분의 후회는 ‘선택’으로부터 옵니다. 살아오면서 후회 없는 선택을 얼마나 해봤는지 생각해보세요.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후회 없는 선택을 해본 적이 거의 없다고 답할 것입니다. 그 어떤 선택을 했어도, 선택했거나 또는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는 늘 있어왔으니까요.
‘후회’라는 마음이 있는 한 세상에는 ‘완벽한 선택’은 없습니다. 이것을 인정하는 것이 첫 번째 단계입니다. 선택 이후에 우리에게 오는 좋은 결과는 추억으로, 그와 반대되는 결과는 경험으로 쌓으면 됩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과 같은, 내 능력 밖의 것들도 제대로 선택하려 아등바등 살아온 우리 자신을 내려놓는 것이 필요합니다. 무언가를 선택할 때 온 영혼을 갈아 넣으면 이도 저도 선택하지 못하게 됩니다.
실패한 일을 후회하는 것보다 해보지도 않고 후회하는 게 더 어리석은 법입니다. 우선 선택하고, 그것을 잘 받아들이는 것이 훨씬 더 남는 장사라는 것을 기억하세요.
3. 후회는 없을 수 없다고 인정하기
완벽한 선택 따위란 없다면, 우리는 늘 후회를 안고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게 더 큰 문제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후회하지 않는 인생을 후회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후회가 있을 때 우리는 성장합니다. 이불킥을 한다는 건 나를 돌아봤다는 것이고, 그다음부턴 아무래도 이불킥의 횟수를 점차 줄여갈 것입니다. 내가 최선을 다하지 못했거나,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클수록 우리는 오기를 만들어내고 동기를 키워갈 수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이룬 것들의 많은 것들이 ‘후회’로부터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후회하지 않을 일을 만들기보다는, 후회는 어찌할 수 없으니 그것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하면 그 후회를 줄여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게 더 낫습니다.
후회에 대한 새로운 관점
후회가 실패를 낳는다면, 후회하지 않으면 실패가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요? 살아가다 보면 수많은 선택을 하지만,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거나, 그때는 맞지만 지금은 틀린 경우가 참 많습니다. 후회했지만 후회할 일이 아니었고, 후회하지 않았지만 후회할 일로 뒤바뀐 일들을 우리는 수없이 경험해왔습니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할 수 없는 것을 후회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요. 지금 당장 하기 싫은 일을 해보는 것, 선택할 때 내 영혼을 갈아 넣지 않는 것, 후회는 없을 수 없다는 걸 온몸으로 인정하는 것.
이것이 우리 삶에서 후회를 줄이며 자신을 지키고 성장시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완벽한 삶을 추구하기보다는 후회와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는 것, 그것이 진정한 성숙의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은 지금 이 순간, 어떤 선택을 미루고 계신가요? 그 선택이 바로 후회를 줄이는 첫 번째 단계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