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의 함정에서 벗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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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을 하면 행복해질 것”이라는 말,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조언이 오히려 여러분을 더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면 어떨까요? 오늘은 열정에 대한 일반적인 믿음을 뒤집어보며, 진정으로 행복한 직장생활을 만드는 현실적인 방법을 살펴보겠습니다.

세 명의 벽돌공이 주는 진짜 교훈

데이비드 슈워츠의 유명한 이야기를 다시 들여다보겠습니다. 세 명의 벽돌공이 같은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벽돌을 쌓고 있다”고 답했고, 두 번째는 “시간당 9달러 30센트짜리 일을 한다”고 했으며, 세 번째는 “세계 최대의 성당을 짓고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보통 세 번째 벽돌공처럼 큰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는 교훈으로 해석됩니다. 하지만 여기서 놓치고 있는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과연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일에 거대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요?

열정 추구의 현실적 한계

대학생들의 진짜 열정은 어디에 있을까?

2003년 캐나다 몬트리올 대학교의 심리학자 로버트 밸러랜드 연구팀이 명문대 학생 900명을 대상으로 흥미로운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미래의 직업을 꿈꾸며 열심히 공부하는 이들에게 가장 큰 열정을 느끼는 분야를 물었습니다.

결과는 예상외였습니다. 1위는 사이클링, 조깅, 수영 같은 일상적 활동이었고, 2위는 농구, 하키, 축구 같은 팀 스포츠, 3위는 음악이나 영화 감상이었습니다. 정작 자신들이 전공하는 학업 분야는 상위권에 없었던 것입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업 자체에서 열정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여러분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의사도 예외가 아니다

“의사는 소명의식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예일대학교의 조직심리학자 에이미 브제스니에프스키가 미국 주요 대학 헬스케어 센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이런 고정관념을 깨뜨렸습니다.

의료진과 행정직원 모두에게 자신의 일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물었습니다. ‘돈 버는 수단’, ‘성장하는 경력’, ‘소명’이라는 세 가지 선택지 중에서 각각의 비율은 직군과 전혀 관련이 없었습니다. 같은 의사라도 누구는 돈벌이로, 누구는 경력으로, 누구는 천직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열정을 만드는 진짜 요소들

실력이 열정을 만든다

브제스니에프스키의 연구에서 발견한 또 다른 중요한 사실은 같은 직업을 오래 할수록 열정적이고 행복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실력 때문입니다.

어떤 일을 처음 시작할 때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느끼는 것은 소명의식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단순히 그 일을 수행할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훨씬 큽니다. 생각해보세요. 실력이 부족한 신입사원에게 처음부터 세상을 바꿀 만한 중요한 일을 맡기는 조직이 있을까요?

운동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처음 테니스를 배우는 사람은 공도 제대로 못 치면서 “나는 테니스 적성이 없나 봐”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몇 개월 꾸준히 연습해서 랠리가 가능해지면 갑자기 테니스가 재미있어집니다. 실력이 향상되면서 자연스럽게 열정도 따라오는 것입니다.

관계가 열정을 지속시킨다

실력과 함께 열정을 만드는 두 번째 중요한 요소는 관계입니다. 유능감을 경험한 사람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동료들과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매일 관계적 갈등을 경험하면서 직업에서 열정을 느끼기는 어렵습니다. 주변 동료들과 관계적 안정감을 느끼고, 어려울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바탕이 될 때 우리는 더 열정적일 수 있습니다.

혼자서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팀워크가 없으면 지속 가능한 열정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실력이 부족해도 좋은 동료들과 함께 성장해나간다면 점차 열정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노력 에너지를 유지하는 현실적 방법

퇴근 후 시간이 다음 날을 결정한다

2019년 상하이 대학교, 홍콩 과기대, 호주 커틴대학교 공동 연구진들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직장인들이 퇴근 후 어떻게 시간을 보내느냐에 따라 다음 날 노력 에너지가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다양한 활동들을 분석한 결과, 다음 날 가장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었던 집단은 운동을 하거나 공부를 하는 등 자신의 건강이나 역량 개발을 위해 시간을 할애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즉, 집에서 TV를 보거나 스마트폰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자신을 발전시키는 활동이 다음 날 업무 에너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작은 성장이 큰 변화를 만든다

벽돌공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세 번째 벽돌공이 성당을 짓는다고 생각한 것은 좋지만, 그 거대한 비전만으로는 매일의 단조로운 작업을 견디기 어렵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매일매일 벽돌을 쌓는 실력을 향상시키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거대한 성당도 완벽하게 쌓인 작은 벽돌 하나하나로 완성됩니다. 크게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작은 일상의 실력 향상에 집중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접근법입니다.

열정보다 중요한 것들

적성 찾기의 함정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아야 한다”는 조언은 겉보기에 합리적이지만, 현실적으로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 첫째,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업 자체에서 열정을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 둘째, 적성이 맞는 일을 찾기 위해 이직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 분야에서도 깊이 있는 실력을 쌓기 어렵습니다.

차라리 한 분야에서 꾸준히 실력을 쌓으면서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행복한 직장생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실적 행복의 기준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일에 거대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것도 나쁘지 않고, 경력을 쌓기 위해 일하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현재 상황에서 실력을 향상시키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꾸준히 성장해나가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것들

여러분이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들을 제안해드리겠습니다.

실력 향상을 위한 구체적 행동:

  • 매일 30분씩 업무 관련 공부시간 확보하기
  • 선배나 동료에게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요청하기
  • 작은 성과라도 기록하고 축하하기

관계 개선을 위한 구체적 행동:

  • 동료들과 점심시간 함께 보내기
  • 다른 사람의 업무에 관심 갖고 도움 주기
  • 갈등 상황에서 먼저 대화의 문을 열기

에너지 관리를 위한 구체적 행동:

  • 퇴근 후 스마트폰 사용 시간 줄이기
  • 주 3회 이상 운동하기
  • 독서나 온라인 강의 등 자기계발 시간 확보하기

열정은 결과이지 출발점이 아니다

열정은 우리가 찾아야 할 출발점이 아닙니다. 꾸준한 노력을 통해 실력을 쌓고, 좋은 관계를 형성하며, 작은 성장을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과입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 행복해질 것”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하고 있는 일을 잘하면 행복해질 것”이라는 현실적 접근법을 택해보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직장생활이 더 행복하고 의미 있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떤 작은 실력 향상에 집중하고 계신가요? 오늘부터 시작할 수 있는 한 가지 작은 변화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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