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어떤 일에 시간을 잊고 몰두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주변 사람들이 “왜 그런 걸 하냐”고 물을 정도로 깊이 빠져들었던 순간 말입니다. 실리콘밸리의 전설적인 투자자이자 Y Combinator 창립자인 폴 그레이엄이 제시한 ‘버스표 이론’은 바로 이런 강박적 관심이 천재성의 핵심이라고 말합니다.
버스표 수집가들의 놀라운 집착력
오래된 버스표를 수집하는 사람들을 상상해보세요. 이들은 일반인이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미세한 차이를 구분하며, 아무런 경제적 가치도 없는 종이 조각에 평생을 바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무의미해 보이는 이 행위야말로 천재성을 이해하는 열쇠입니다.
폴 그레이엄은 이들의 특징에서 두 가지 핵심 요소를 발견했습니다.
- 첫째, 남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세부사항에 대한 강박적 관심.
- 둘째, 그 관심이 순전히 사심 없는 호기심에서 비롯된다는 점입니다.
다윈과 라마누잔: 사심 없는 집착의 힘
찰스 다윈이 비글호 항해 일지에서 보여준 자연에 대한 무한한 호기심을 떠올려보세요. 그는 진화론이라는 위대한 발견을 위해 ‘기초를 쌓고’ 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단지 자연의 모든 현상이 너무나 흥미로웠을 뿐입니다.
인도의 천재 수학자 라마누잔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는 수열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몇 시간이고 석판에 복잡한 수식을 써내려갔습니다. 밤을 새우고 끼니를 거르면서도 그 자신조차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깊이 빠져있었죠.
천재성의 새로운 정의
폴 그레이엄은 천재가 되기 위한 조건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중요한 어떤 주제에 사심 없는 집착을 가져야 한다.
이 정의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타고난 재능 + 굳은 의지’라는 공식을 포함하면서도 더 깊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강박적 관심을 가지려면 충분한 자질이 필요하고, 진정한 관심이 있다면 의지력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기 때문입니다.
무욕이 만드는 혁신의 기회
새로운 아이디어는 종종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영역에서 탄생합니다. 가능성이 명확해 보이는 길은 이미 다른 사람들이 탐험했을 가능성이 높죠. 그렇다면 위대한 발견을 한 사람들은 어떻게 남들이 간과한 길을 발견할 수 있었을까요?
답은 선견지명이 아닌 순수한 호기심에 있습니다. 다윈은 생물 종의 문제에 위대한 비밀이 숨어있다고 계산해서 연구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그 문제를 외면할 수 없었을 뿐입니다. 야망을 품은 사람들이 무시했던 길을 묵묵히 걸어간 결과, 혁명적인 발견에 도달한 것입니다.
톨킨과 트롤럽의 ‘무의미한’ 집착
위대한 소설을 쓰겠다고 결심한 사람 중 누가 톨킨처럼 수년간 엘프 언어 창조에 매달릴까요? 트롤럽처럼 영국 남서부의 모든 집을 하나하나 방문할까요? 이들의 ‘무의미해’ 보이는 집착이야말로 《반지의 제왕》과 빅토리아 시대의 생생한 소설들을 탄생시킨 원동력이었습니다.
위험과 보상의 절묘한 균형
버스표 이론이 제시하는 흥미로운 통찰 중 하나는 위대한 성과를 위해서는 많은 시간을 ‘낭비’할 각오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뉴턴의 사례를 보면 이 원리가 명확해집니다.
뉴턴은 세 가지 강박적 관심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 자연을 수학으로 묘사하는 것 (→ 물리학의 탄생)
- 연금술 연구
- 신학 연구
물리학에 대한 투자가 다른 두 분야의 ‘실패’를 보상하고도 남았지만, 과연 그 성공을 위해 연금술과 신학에 쏟은 노력이 의미가 있었을까요? 이는 위대한 발견의 본질적 불확실성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현대인을 위한 실용적 조언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 이론을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을까요?
1. 안전한 길의 함정
남들이 인정하는 ‘확실한’ 길만 따라가면, 당신이 발견했을지 모르는 놀라운 무언가를 놓칠 수 있습니다. 폴 그레이엄은 해밍의 유명한 질문을 변형해 이렇게 제안합니다:
만약 당신에게 1년의 휴식이 주어지고,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지만 매우 흥미로운 문제에 달려들 수 있다면, 그게 뭔가요?
2. 나이가 들어서도 ‘무책임하게’ 살기
사람들이 나이가 든 후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지 못하는 것은 능력 부족이 아닐 수 있습니다. 이미 충분히 성취했기 때문에 젊었을 때라면 저질렀을 ‘무책임한’ 시도를 하지 않게 된 것일지도 모르죠.
해결책은 간단합니다. 무책임하게 저질러보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당신이 늙었다는 증거로 받아들일지라도, 적어도 당신은 원하는 일을 즐겁게 해볼 수 있습니다.
3. 아이들에게 ‘버스표 수집’ 습관 길러주기
일반적인 교육은 넓고 얕은 지식에서 시작해 점점 깊어집니다. 하지만 폴 그레이엄은 반대 방식을 시도했습니다. 아이들이 어떤 문제에 관심을 보이면, 그것이 무엇이든 마치 버스표를 수집하듯 맹목적으로 깊이 들어가게 했습니다.
아이들의 자발적 관심은 특별합니다. 흥미를 가지고 배우면 깊이는 자연스럽게 따라오기 때문입니다.
천재성을 키우는 관심사 설정법
버스표 이론의 가장 희망적인 메시지는 천재성이 단순히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관심사를 잘 설정함으로써 개발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중요한 주제를 찾는 기본 원칙
- 창조적 활동을 선택하라: 다른 사람이 만든 것을 소비하기보다는 스스로 창조하는 분야
- 어려운 문제에 도전하라: 남들에게는 어려운 문제일 때 기회가 더 커진다
- 재능 있는 사람들이 관심 갖는 분야: 그들이 아무 문제에나 관심을 갖지 않는다
물론 어떤 것도 확실한 보장을 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발견에 관한 가장 흥미로운 점입니다. 인간의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가장 기초적인 것조차 모르고 있습니다. 발견 자체에 관해 발견할 것이 많다는 사실은 매우 즐거운 일입니다.
여러분도 어떤 일에 버스표 수집가처럼 빠져본 경험이 있나요? 그 ‘무의미해’ 보이는 관심사가 어쩌면 위대한 발견의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그 관심을 진실하게 따라가는 용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