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미루는 습관, 많은 분들이 공감할 만한 고민입니다. 마감일이 다가와서야 부랴부랴 시작하는 패턴이 반복되면서 스스로에게 실망하는 경험을 하셨을 텐데요. 오늘은 이런 행동 패턴이 단순한 게으름이 아니라 뇌의 자연스러운 회피 메커니즘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살펴보겠습니다.
우리가 일을 미루는 진짜 이유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루게 되는 일의 유형을 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하기 싫은 일, 어려운 일, 절차가 복잡한 일이라는 점입니다. 이런 일들의 공통분모는 바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는 것인데요.
뇌는 본능적으로 스트레스를 극도로 싫어합니다. 싫은 일을 하려고 할 때 뇌는 이미 미세하게나마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하고, 즉각적으로 이를 피할 수 있는 활동을 찾습니다. 마음 잡고 일을 하려고 책상에 앉았는데 갑자기 화장실이 가고 싶어지거나, 목이 말라서 물을 마시러 가게 되는 경험들이 바로 이런 현상의 결과입니다.
진화심리학으로 본 회피 본능의 정체
이러한 회피 반응은 사실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뇌는 오랜 진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주는 것을 즉각적으로 피하도록 발달해왔습니다. 자연 상태에서는 이런 회피 본능이 생존에 도움이 되었죠. 위험한 동물의 소리가 들리면 즉시 위험을 감지하고 피하는 것이 최적의 생존 전략이었으니까요.
문제는 현대 사회에서는 이런 회피 본능이 오히려 발목을 잡는다는 점입니다. 귀찮은 과업으로 인한 스트레스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그 일을 완료하는 것이지만, 뇌의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회피하려는 성향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회피 본능의 완벽한 파트너
뇌가 회피할 ‘꺼리’가 필요한 상황에서 스마트폰은 정말 완벽한 도구입니다. 바로 주머니에 있어서 손만 뻗으면 되고, 자리에서 일어날 필요도 없으며, 딜레이도 없죠.
스스로를 관찰해보면, 핸드폰 노티를 확인하는 때는 대부분 미세하게나마 스트레스 상황인 경우가 많습니다. 월말 카드값이 떠오르거나, 공과금을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거나, 나보다 잘 나가는 동료가 스치듯 생각날 때 말이죠. 심지어 모르는 사람들과 엘리베이터에 탔을 때나 음식점에서 긴 줄을 서야 할 때 같은 미세한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스마트폰에 손이 가곤 합니다.
도파민 중독의 함정
스마트폰을 이용한 한눈팔기는 특히 위험합니다. 폰에 SNS 노티가 떴을 때 뇌에서 분비되는 도파민의 양이 놀라울 정도로 높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이 나와 있거든요. SNS, 게임, 유튜브 등 도파민을 분비시키는 콘텐츠는 차고 넘치는 상황입니다.
노티만 확인해볼까 하고 열었던 스마트폰을 ‘이제 그만하고 일 시작해야 하는데, 해야 하는데…’ 하면서도 유튜브나 SNS를 보며 놓지 못하는 경험,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것입니다.
체계적인 대응 전략: 회피 본능을 다스리는 법
이런 뇌의 회피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나면, 좀 더 체계적인 대응이 가능해집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문제에 마술적인 해답은 없다는 점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아주 기초적으로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느낌의 방법들이지, 무엇인가 확 한번에 바뀌는 해답은 없습니다.
1단계: 스트레스 인식하기
일을 시작하려고 할 때, ‘미세한 스트레스를 받는 뇌’의 회피 명령을 파블로프의 강아지처럼 따라가지 말고, 잠깐 멈춰서 나의 스트레스를 인식해보세요. 크게 숨을 쉬고 다음과 같이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 “내가 일이 쉽지 않을 것을 두려워하고 있구나”
- “결과가 좋지 않을 것 같아서 걱정하고 있구나”
- “일이 너무 번거롭다고 느끼는구나”
이런 식으로 내 뇌의 반응을 그냥 인지해주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도움이 됩니다. 보통 이런 스트레스와 회피의 기저에는 두려움이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2단계: 즉각적 회피 행동 차단하기
가장 피해야 할 것은 바로 스마트폰을 꺼내거나 화장실을 가기 위해 일어나는 등의 회피 행동을 즉각적으로 하는 것입니다. 회피 행동을 하고 싶은 찰나에 깊이 숨을 쉬고 텀을 가지며 자신의 뇌의 걱정을 인정해주세요.
3단계: 작은 보상으로 자신을 달래기
스트레스를 인식하고 나서는 작은 보상을 걸고 나 자신을 달래서 가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 “꾹 참고 10분만 하고 나서 산책을 하고 오자”
- “이 부분 일 하나만 처리하면 단 음료를 마시자”
여기서 포인트는 하기 싫다는 어린아이(자기 자신)를 윽박질러서 “무조건 끝내야 돼! 빨리!” 이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회피 행동을 하지 않으면서 조금씩 진행하고 조금씩 보상해주면서 야금야금 가는 것입니다.
성공적인 실천을 위한 핵심 원칙
회피 행동 완전 차단
가장 중요한 것은 ‘회피’라고 느낄 만한 행동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보상이 중독성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대표적인 예로 SNS가 있겠죠.
자신을 어린아이처럼 여기고 달래기
스스로를 어린아이처럼 여기고 달래가면서 진행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강압적인 태도보다는 이해하고 수용하는 자세가 더 효과적입니다.
두려움의 정체 파악하기
회피 행동의 근본에는 보통 두려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완벽하지 못할 것에 대한 두려움, 평가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 등이 그것입니다. 이런 두려움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첫 번째 단계입니다.
완벽을 추구하지 말고 진전을 추구하자
일을 미루는 습관을 고치는 것은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닙니다. 뇌의 오랜 진화 과정에서 형성된 회피 본능과 맞서는 일이니까요. 중요한 것은 이런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자신을 자책하지 않으면서도 체계적으로 대응해나가는 것입니다.
여러분도 오늘부터 미루고 있던 일이 있다면, 그 일을 시작하기 전에 잠깐 멈춰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그리고 작은 보상을 걸고 조금씩 진행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완벽을 추구하지 말고 진전을 추구한다면, 분명히 변화를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