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카너먼이 투자자에게 남긴 마지막 교훈

0

투자 성공의 진짜 비밀은 남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아는 것

여러분은 투자에서 성공하기 위해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더 정교한 분석? 남들보다 빠른 정보? 아니면 시장의 허점을 찾아내는 눈썰미일까요?

행동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대니얼 카너먼 교수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강조했던 것은 놀랍게도 이 모든 것보다 훨씬 근본적인 문제였습니다. 바로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예측하는 능력이었죠.

행동경제학은 창이 아니라 거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동경제학을 다른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관찰하는 도구로 여깁니다. “저 사람들은 왜 저렇게 비합리적으로 행동할까?”라는 식으로 말이죠. 하지만 카너먼 교수는 전혀 다른 접근을 제시했습니다.

행동경제학은 창이 아니라 거울이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핵심 메시지였습니다. 다른 사람의 실수를 찾아내는 것보다 자신의 인지적 편향을 직시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우리 마음속 숨겨진 편향들

카너먼과 그의 연구 파트너 아모스 트버스키가 발견한 인간 사고의 특징들을 살펴보겠습니다:

  • 단편적 데이터로 종합적 결론 도출: 우리는 제한된 정보만으로도 확신에 찬 판단을 내립니다
  • 생생함 편향: 인상적인 사건일수록 실제보다 자주 일어난다고 착각합니다
  • 과신 편향: 자신의 경험과 전문성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 닢 내림 효과: 관련 없는 숫자에도 판단이 영향받습니다
  • 선택적 기억: 성공은 과장하고 실패는 잊어버립니다

이러한 편향들은 투자 결정에서 특히 치명적으로 작용합니다. 몇 번의 성공적인 투자 경험만으로 자신을 천재라고 여기거나, 최근 뉴스에 자극받아 충동적인 매매를 하는 것들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실수를 사랑한 두 천재의 이야기

흥미롭게도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자신들의 실수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즐겼습니다. 트버스키의 부인 바바라가 회상한 1969년의 첫 만남은 이를 잘 보여줍니다:

그들은 신이 났어요. 서로의 마음과 관심사가 합쳐지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었습니다. 그들의 기쁨을 듣고, 그 작업이 펼쳐지는 것을 지켜보고, 깊은 우정이 발전하는 것을 보는 것은 특별한 특권이었습니다.

두 학자는 인간의 사고 오류를 발견할 때마다 마치 보물을 찾은 듯 기뻐했습니다. 왜냐하면 그 오류들이 바로 자신들의 것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베스트셀러 탄생 뒤의 고뇌

카너먼의 대표작 『생각에 관한 생각』의 집필 과정은 이러한 자기 성찰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제이슨 츠바이크가 2년간의 집필 과정을 도왔는데, 그 기간은 끝없는 자기 의심과 수정의 연속이었습니다.

책 완성 예상 기간을 묻는 질문에 카너먼은 단순히 추측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기준율을 적용했습니다:

  • 비슷한 책들이 완성되는 데 걸린 시간은?
  • 완성되지 못하고 버려진 책들의 비율은?
  • 좋은 날과 나쁜 날의 생산성 차이는?

이런 체계적 분석을 통해 1-2.5년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거의 5년이 걸렸습니다. 이 경험 자체가 인간의 계획 오류를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가 되었죠.

완벽주의자의 고뇌

집필 과정에서 카너먼이 보낸 이메일들을 보면, 그의 철저한 자기 의심을 엿볼 수 있습니다:

2007년 4월 21일 새벽 1시 49분

우리가 갈 데 없는 길을 가고 있는 것은 분명해. 우리는 실패하고 있기 때문에 일하는 방식에 과감한 변화가 필요해.

2분 후

아직 희망은 있지만 조직을 재정비해야 해.

새벽 3시 26분

내가 할 수 있는 한 가지는 한 장에 포함된 기본 아이디어의 목록을 작성하는 거야.

이런 극심한 고민과 수정을 거쳐 탄생한 것이 바로 현대 행동경제학의 고전이 된 『생각에 관한 생각』입니다.

투자에 적용하는 카너먼의 지혜

그렇다면 카너먼의 통찰을 투자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핵심은 감정을 배제하고 시스템화하는 것입니다.

1. 정기 적립의 힘

시장 타이밍을 예측하려는 유혹을 이겨내고, 매달 고정된 금액을 기계적으로 투자하세요. 이는 손실 회피 편향과신 편향을 동시에 차단하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2. 체크리스트 활용

직감에 의존하지 말고, 투자 결정을 위한 객관적 기준을 만드세요:

  • 기업의 재무 건전성은 충족하는가?
  • 적정 밸류에이션 범위 내에 있는가?
  • 장기적 성장 동력이 있는가?
  •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사업인가?

3. 예측 기록하기

모든 투자 예측과 그 근거를 문서화하세요. 몇 달 후 결과를 확인하면서 자신의 예측 정확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는 확증 편향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4. 팔지 않은 주식도 추적하기

보유 중인 주식뿐만 아니라 과거에 팔았던 주식의 성과도 계속 추적하세요. 이를 통해 자신의 매매 타이밍이 실제로 도움이 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5. 포트폴리오 전체 관점 유지

개별 종목의 손익에 매몰되지 말고, 항상 전체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수익률을 계산하세요. 이는 심적 회계 오류를 방지하는 데 중요합니다.

자기 의심의 역설적 힘

카너먼 교수가 보여준 가장 큰 교훈은 끊임없는 자기 의심의 힘입니다. 그는 “충분히 좋은 것도 끔찍한 것”이라고 여기는 자세로 계속해서 자신의 작업을 개선해 나갔습니다.

투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성공적인 투자 경험이 쌓일수록 더욱 겸손해져야 하고, 시장이 가르쳐주는 새로운 교훈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거울 속의 자신과 마주하기

행동경제학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다른 사람의 어리석음을 비웃는 것이 아니라, 거울처럼 자신의 모습을 정직하게 들여다보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 내가 확신하는 이 투자 판단, 정말 객관적 근거에 기반한 것일까?
  • 최근의 수익에 도취되어 리스크를 과소평가하고 있지는 않을까?
  • 손실을 인정하기 싫어서 손절매 타이밍을 놓치고 있지는 않을까?

투자자를 위한 카너먼의 마지막 선물

대니얼 카너먼이 우리에게 남긴 가장 큰 선물은 자기 인식의 중요성입니다. 시장을 이기려고 노력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완벽한 투자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체계적으로 실수를 줄여나가는 투자자라면 시간이 지날수록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도 오늘부터 거울을 들여다보는 연습을 시작해보세요. 그 거울 속에서 발견하게 될 솔직한 자신의 모습이, 결국 더 나은 투자자로 만들어줄 테니까요.

참고 자료: Jason Zweig, “What I Learned from Daniel Kahneman”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