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모어가 우리에게 남긴 잔혹한 교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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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세계에서 가장 뼈아픈 진실 중 하나는 ‘알고 있다고 해서 실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사실입니다. 에드윈 르페브르의 “어느 주식 투자자의 회상”에 등장하는 제시 리버모어라는 인물이 바로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죠. 그는 여러 차례 거대한 부를 쌓았지만, 결국 가난하게 생을 마감했습니다. 오늘은 리버모어의 이야기를 통해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리버모어의 역설: 알면서도 실패하는 이유

리버모어는 분명 뛰어난 투자자였습니다. 그가 남긴 교훈들은 오늘날에도 투자자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으니까요. 특히 그의 핵심 깨달음은 매우 명확했습니다.

돈을 버는 방법을 찾는 것뿐만 아니라 잃지 않는 방법도 배워야 한다.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아는 것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자신이 이 교훈을 끝까지 실천하지 못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투자의 가장 어려운 점을 발견할 수 있어요. 바로 인간 본성이라는 변치 않는 적과의 싸움입니다.

변하지 않는 인간의 네 가지 적

르페브르는 책을 통해 투자자의 치명적인 적 네 가지를 명확히 제시합니다: 무지, 탐욕, 두려움, 그리고 희망. 이 네 가지는 마치 투자자의 DNA에 새겨진 것처럼 세대를 거쳐 반복되고 있습니다.

탐욕: 쉬운 돈을 찾는 영원한 욕망

“멍청한 놈들은 언제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언가를 얻으려고 노력해 왔다”는 르페브르의 날카로운 지적은 오늘날 투자자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호황기마다 등장하는 ‘이번엔 다르다’는 착각, 단기간에 큰 수익을 올리려는 조급함은 결국 같은 결과를 낳죠.

최근 우리가 목격한 밈스톡 열풍이나 각종 테마주 급등 현상을 보면, 100년 전 리버모어 시대와 정말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쉬운 돈’을 찾고 있고,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어요.

희망과 두려움: 감정의 롤러코스터

투자에서 희망과 두려움만큼 위험한 감정도 없습니다. 희망은 손실을 인정하지 못하게 만들고, 두려움은 기회를 놓치게 만들죠. 리버모어는 이를 정확히 꿰뚫어보았습니다.

강세장에서는 약세 요인들이 무시된다. 이것이 인간 본성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이에 대해 놀라워하는 척한다.

이 말이 얼마나 정확한지는 2021년 주식시장 광풍을 경험해본 분들이라면 뼈저리게 느끼실 겁니다. 당시 모든 악재는 무시되었고, 오직 상승만이 진리처럼 여겨졌죠.

팁 문화의 함정: 생각을 포기하는 순간

리버모어가 지적한 또 다른 흥미로운 현상은 ‘팁 문화’입니다. 사람들은 스스로 생각하기보다는 누군가가 알려주는 정보에 의존하려 합니다.

“팁을 구하는 사람은 좋은 팁을 찾기보다 어떤 팁이든 상관없이 받기를 원한다”는 그의 관찰은 오늘날 각종 투자 커뮤니티나 유튜브 채널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현대의 ‘종목 추천’, ‘급등주 정보’, ‘내부자 정보’라고 불리는 것들이 결국 100년 전 ‘팁’과 무엇이 다른가요? 본질적으로는 똑같습니다.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지기보다는 누군가에게 의존하려는 마음의 표현이죠.

인내의 힘: 앉아 있기의 미학

리버모어가 남긴 가장 중요한 통찰 중 하나는 바로 ‘참고 견디기’의 중요성입니다.

내가 큰돈을 벌게 만든 것은 내 사고가 아니었다. 항상 내 앉아 있기(참고 견디기)가 큰 역할을 했다.

이 말의 무게감을 제대로 이해하는 투자자가 얼마나 될까요? 우리는 항상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매수하거나 매도하거나,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거나. 하지만 때로는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일 수 있어요.

현대 투자자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 중 하나가 바로 과도한 거래입니다. 모바일 앱으로 언제든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이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가 많죠. 리버모어가 강조한 ‘인내’는 디지털 시대에 더욱 중요한 덕목이 되었습니다.

예측 불가능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리버모어는 또한 계획의 한계에 대해서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신중하게 세운 계획은 실패할 것이다. 왜냐하면 예상치 못한 일, 심지어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최근 몇 년간 벌어진 일들을 생각해보면 이 말이 얼마나 정확한지 알 수 있습니다. 아무리 치밀한 분석과 계획을 세워도 예상치 못한 변수는 언제나 존재하죠.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은 완벽한 계획보다는 유연성과 적응력에 있습니다.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전략을 조정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겸손함이 필요해요.

현대 투자자들에게 던지는 질문

리버모어의 이야기는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닙니다. 오늘날 투자자들에게 여전히 유효한 거울 역할을 하고 있어요.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할 질문들이 있습니다.

  • 나는 정말로 투자를 하고 있는가, 아니면 도박을 하고 있는가?
  • 내 투자 결정은 분석에 기반한 것인가, 아니면 감정에 휘둘린 것인가?
  • 나는 손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 단기적 변동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장기적 관점을 유지할 수 있는가?

역사는 반복되지만 배움은 선택이다

토마스 F. 우드록이 말했듯이 “성공적인 주식 투자의 원칙은 사람들이 과거에 저질렀던 실수를 앞으로도 계속 반복할 것이라는 가정에 기반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우리가 그 반복의 주체가 될 것인지, 아니면 그것을 피할 수 있는 소수가 될 것인지의 선택입니다.

리버모어는 많은 것을 알고 있었지만 실천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그의 실패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었어요. 인간 본성과 맞서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것을 인정하고 경계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투자에서 가장 어려운 적은 시장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리버모어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남긴 가장 큰 교훈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요?

참고 자료: Novel Investor, “Reminiscences on Human 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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