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세계에서 워런 버핏만큼 존경받는 인물은 드뭅니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버핏은 매년 주주들에게 보내는, 깊은 통찰력이 담긴 서한으로 전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오늘은 1989년, 현재 경영진이 취임한 지 25주년이 되는 시점에 작성된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 서한을 살펴보며 버핏의 투자 철학과 경영 원칙을 알아보겠습니다.
성장의 한계와 미래 수익률 전망
1989년 버크셔 해서웨이의 순자산은 15억 1,500만 달러(44.4%) 증가했으며, 버핏 경영진이 취임한 후 25년 동안 주당 장부가치는 $19.46에서 $4,296.01로, 연간 23.8%의 복리로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버핏은 이러한 놀라운 성과에도 불구하고 미래에 대해 신중한 전망을 내놓습니다.
버핏은 “유한한 세계에서 높은 성장률은 필연적으로 자기 파괴적”이라고 지적합니다. 그는 우주적 규모로 성장하는 박테리아의 예를 들어 기하급수적 성장의 불가능성을 설명하며, 버크셔의 현재 순자산 49억 달러에서 15%의 연간 성장률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인정합니다.
또한 버핏은 투자 포트폴리오의 가치가 내재적 사업 가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되어 있음을 지적하며, 이전처럼 ‘이중 이득’(사업 가치 증가와 시장 가치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합니다. 이는 현실적인 기대치 설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모습입니다.
보험 사업의 경제학
버핏은 보험 업계의 상황을 분석하며, 업계의 보험료 성장률이 10% 미만으로 유지되는 한 언더라이팅(보험 인수) 손실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그는 보험 업계를 상품과 같은 산업으로 보며, 수백 개의 회사가 독립적으로 가격을 책정하는 현재 구조에서는 용량 부족이 발생하는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수익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합니다.
버핏은 “사실상 모든 보험사가 가격이 인상되더라도 비즈니스를 거부할 때까지 보험 수익성은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이는 그의 반직관적인 사고방식을 잘 보여주는 예입니다.
버크셔의 차별점으로 버핏은 재난 보험(CAT covers)에서 버크셔가 $2억 5,000만 달러까지 인수할 수 있는 능력을 강조합니다. 대부분의 보험사가 위험을 분산하는 반면, 버크셔는 수익성이 기대되면 위험을 직접 부담하는 전략을 취합니다. 이는 분기별 실적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 관점에서 결정을 내리는 버핏의 철학을 반영합니다.
‘산텟드 세븐 플러스 원’의 비즈니스 원칙
버핏은 버크셔 산하의 주요 비보험 사업체들을 ‘산텟드 세븐 플러스 원’(Borsheim’s, The Buffalo News, Fechheimer Bros., Kirby, Nebraska Furniture Mart, Scott Fetzer Manufacturing Group, See’s Candies, World Book)이라 칭하며, 이들의 우수한 경영진과 경제적 특성을 자랑스럽게 소개합니다. 이 사업들은 평균 57%의 세후 자기자본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버핏은 보샤임(Borsheim’s)과 네브라스카 퍼니처 마트(NFM)의 성공 공식을 다음과 같이 요약합니다:
- 한 장소에서의 비교할 수 없는 깊이와 폭의 상품
- 업계에서 가장 낮은 운영 비용
- 대규모 구매량으로 가능해진 현명한 구매 전략
- 경쟁업체보다 훨씬 낮은 수익률과 가격
- 가족 구성원이 항상 현장에서 제공하는 친절한 개인 맞춤 서비스
이러한 원칙은 버핏이 선호하는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 요소를 보여줍니다.
투자 포트폴리오와 제로쿠폰 증권
버핏은 1989년 코카콜라 주식을 추가 매입하며 자신의 투자 철학을 보여줍니다. 그는 50년 이상 코카콜라 제품의 우수한 소비자 매력과 상업적 가능성을 관찰했지만, 1988년에야 처음 주식을 매입했다고 유머러스하게 고백합니다. 그는 로베르토 고이주에타와 돈 키우가 CEO로 부임한 후 코카콜라가 “새로운 회사”가 되었으며, 마케팅과 재무 스킬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었다고 평가합니다.
또한 버핏은 3개의 우선 전환사채(질레트, USAir, 챔피언 인터내셔널)를 새로 매입했다고 보고합니다. 그는 이러한 투자가 기업과 경영진의 질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고 강조하며, “우리는 좋아하고, 존경하고, 신뢰하는 사람들과만 관계를 맺고 싶다”고 말합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버핏의 제로쿠폰 증권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입니다. 버크셔가 9억 달러 규모의 제로쿠폰 전환 후순위 사채를 발행한 것을 언급하며, 이러한 증권의 다양한 형태를 설명합니다. 그는 미국 정부의 Series E 저축 채권이나 스트립 채권과 같은 유용한 제로쿠폰 증권과, 정크본드 시장에서 오용되는 위험한 형태를 구분합니다.
버핏은 월스트리트가 PIK(payment-in-kind) 채권과 제로쿠폰 채권을 통해 비합리적인 거래를 정당화하는 방식을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그는 EBDIT(Depreciation, Interest and Taxes을 제외한 수익)와 같은 성과 측정 방식이 현실을 왜곡한다고 지적하며, “투자 은행가가 EBDIT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면… 지갑을 닫아라”라고 조언합니다.
첫 25년의 실수들
버핏은 자신의 실수를 솔직하게 공유함으로써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교훈을 전달합니다:
- 버크셔 해서웨이 인수: 전망이 좋지 않은 사업임을 알면서도 가격이 저렴해 보였기 때문에 인수했던 실수. 버핏은 이를 “담배꽁초 접근법”이라고 부르며, 시간은 훌륭한 사업의 친구이지만 평범한 사업의 적이라고 설명합니다.
- 좋은 기수와 말의 중요성: 유능한 경영진도 경제적 특성이 나쁜 사업에서는 진전을 이룰 수 없다는 교훈. “경영의 명성과 나쁜 경제학의 명성을 가진 사업이 충돌할 때, 사업의 명성이 그대로 남는다”고 지적합니다.
- 쉬운 것에 집중하기: 어려운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는 법이 아니라 그것을 피하는 법을 배웠다고 고백합니다. 투자와 비즈니스에서는 어려운 것을 해결하려 하기보다 쉽고 명백한 것에 집중하는 것이 더 수익성이 높다고 조언합니다.
- 기관 명령: 비즈니스에서 가장 놀라운 발견으로, 합리성이 기관의 명령이 작용할 때 종종 약해진다고 설명합니다. 기업은 현재 방향에 저항하고, 가용 자금을 흡수하기 위해 프로젝트가 생기며, 리더의 어리석은 욕망도 부하들에 의해 지지되고, 동종 기업의 행동이 무분별하게 모방된다고 지적합니다.
-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기: 좋아하고, 신뢰하고, 존경하는 사람들과만 사업을 하는 것의 중요성. “나쁜 사람과 좋은 거래를 한 적이 없다”는 버핏의 유명한 말은 이 철학을 잘 보여줍니다.
버핏의 지혜
1989년 주주 서한은 워런 버핏의 투자 철학과 경영 원칙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통찰력을 제공합니다. 그의 장기적 관점, 본질적 가치에 초점을 맞춘 접근법, 좋은 사업과 좋은 사람에 대한 강조는 모든 투자자와 기업가에게 귀중한 교훈을 줍니다.
버핏은 서한의 끝에서 버크셔가 찾는 비즈니스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합니다: 입증된 수익력, 부채가 거의 없이 자기자본에 대한 좋은 수익률, 현재 경영진, 단순한 비즈니스, 그리고 명확한 제안 가격. 이는 버핏의 투자 철학을 한 눈에 보여주는 요약입니다.
최종적으로, 버핏의 서한은 단순히 재무 결과를 보고하는 것을 넘어 진정한 가치 투자의 원칙과 장기적 성공을 위한 지혜를 전달합니다. 그의 통찰력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관련성을 유지하며, 현대의 투자자와 경영자들에게 귀중한 지침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