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투자자 워런 버핏, 그의 이름만 들어도 투자자들의 귀가 쫑긋해집니다. 약 1,580억 달러의 순자산을 보유한 “오마하의 오라클”은 단순한 부자가 아닙니다. 그는 시장의 흐름을 읽고, 최적의 매수 타이밍을 포착하는 예술가에 가깝죠. 2025년 말 은퇴를 앞둔 만 95세의 투자 거장이 지금까지 쌓아온 투자 철학은 무엇일까요?
흥미롭게도 버핏의 투자 전략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가 투자하지 않는 분야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위험을 헤지할 때를 본능적으로 아는 그의 투자 철학에서,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요?
1. 신기술 분야: “이해할 수 없으면 투자하지 마라”
비트코인을 “환상”이라 부른 이유
버핏은 신흥 기술 투자를 철저히 피합니다. 특히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환상”이라고 단언하며 투자자들에게 멀리하라고 경고했죠. 하지만 여기서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브라질의 디지털 뱅킹 회사 누 홀딩스에 투자했는데, 이 회사가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어 간접적으로 암호화폐 시장에서 이익을 얻고 있습니다. 이는 버핏의 투자 철학을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입니다.
핵심은 ‘이해’입니다. 버핏은 기술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분야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합니다. 누 홀딩스의 경우, 디지털 뱅킹이라는 이해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간접적으로 암호화폐 시장에 노출되는 것이죠.
확실성 vs 불확실성의 선택
기술 분야를 이해하려 하지 않는 것이 장기적으로 버핏에게 유리하게 작용해왔습니다. 그는 확실성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선호하며, 이는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직감에 따라 미래 수익과 기업 가치를 예측하는 것이 그의 방식입니다.
2. 금: “투기자만 있을 뿐, 투자자는 없다”
생산적 자산 vs 저장 수단의 차이
버핏은 귀금속 투자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합니다. 그가 직접 남긴 말을 보면 그의 철학이 명확해집니다:
금에 투자하는 사람은 없다. 이 금속에 대한 투기자만 있을 뿐이다.
2020년 버크셔가 금 채굴 기업에 잠시 뛰어들었다가 곧 떠난 것도 이런 철학과 일치하는 결정이었습니다. 버핏이 보기에 금은 단순한 가치 저장 수단에 불과하며, 즉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상품에 비해 매력이 떨어집니다.
배당금의 힘
버핏의 논리는 간단합니다. 금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가치 저장은 할 수 있지만, 생산적 자산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배당금으로 더 많은 수익을 얻고 있다는 것입니다. 금의 미래 가치를 예측하는 데는 너무 많은 추측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죠.
3. 항공사: 뼈아픈 경험에서 얻은 교훈
US 에어웨이의 악몽
1989년 버핏과 찰리 멍거가 US 에어웨이에 3억 5,800만 달러를 투자하려던 계획은 당시에는 달콤한 거래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죠.
US 에어웨이는 승객 마일당 12센트의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었는데, 신생 항공사인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승객 마일당 8센트만 기록했습니다. 이 4센트의 차이가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숫자가 아닙니다. 바로 운영 효율성의 차이였죠.
팬데믹이 확인해준 판단
버크셔는 2016년경 델타, 아메리칸, 유나이티드,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에 각각 100억 달러 규모의 주식을 매입했지만, 2020년 팬데믹 때 모두 매각했습니다. 이는 주로 팬데믹의 영향 때문이었지만, 동시에 버핏이 항공업계에 대해 가져온 근본적인 의구심을 확인해준 사건이기도 했습니다.
현재 2025년 기준으로 버핏은 항공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는 그의 일관된 투자 철학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4. 원유: 타이밍의 중요성을 일깨운 실수
코노코 필립스의 쓰라린 교훈
6년 전 버핏이 코노코 필립스에 한 투자는 그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겼습니다. 야후 파이낸스의 에릭 폰티넬에 따르면, 버핏의 논리적 근거는 원유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였던 것 같습니다.
당시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훌쩍 넘었기 때문에, 원유 회사 주식은 크게 상승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투자로 판명되었죠. 이번에는 버핏이 잘못 선택한 주식이 아니라, 잘못된 가격에 투자한 것이 문제였습니다.
가격과 가치의 구분
버크셔는 가격이 너무 높을 때 투자를 했기 때문에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습니다. 이는 버핏조차도 시장 타이밍에서 실수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가 왜 이런 분야를 피하는지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버핏의 투자 철학에서 배우는 핵심 교훈
감정 vs 논리의 싸움
가장 중요한 점은 투자에 있어 감정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버핏이 남긴 명언을 다시 한번 새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투자할 때 비관주의는 친구이고, 과도한 낙관은 적입니다.
혁신과 확실성의 균형
버핏은 기술과 같은 산업에 뛰어들지 않지만, 완전히 새로운 트렌드와 산업을 피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는 혁신적인 제품에 투자하기도 하지만, 오늘날까지도 확실성을 더 중시하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의 투자 철학은 무엇인가요?
버핏의 사례를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명확합니다. 투자는 단순히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철학과 원칙을 세우고 이를 일관되게 실행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분야에 투자하고 계신가요?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어떤 분야를 의도적으로 피하고 계신가요? 버핏처럼 명확한 투자 철학을 가지고 있다면, 시장의 유혹과 감정적 판단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을 것입니다.
투자의 성공은 무엇을 사는가보다 무엇을 사지 않는가에서 결정될 수도 있습니다. 버핏이 95세가 되어서도 여전히 투자계의 전설로 남아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요?
참고 자료: GOBankingRates, “4 Industries That Don’t Get Warren Buffett’s Mo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