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에서 배우지 못하는 창업가는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여러분은 스타트업의 80%가 실패한다는 통계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하지만 정작 ‘왜’ 실패하는지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을 본 적은 드물 것입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30년간 기업가정신을 연구해온 토머스 아이젠만 교수는 수많은 실패 사례를 분석하며 흥미로운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실패는 단순한 불운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패턴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아이젠만 교수의 연구를 통해 스타트업이 빠지기 쉬운 3가지 실패의 함정과, 이를 피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성공 사례만으로는 부족하다
아이젠만 교수가 실패 연구를 시작한 계기는 학생들의 한 마디였습니다.
강의에서는 스타트업의 3분의 2가 실패한다고 하지 않았나요? 헌데 실패에서 배울 게 없습니까?
당시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30건 케이스 스터디는 모두 성공 사례였습니다.
처음에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실패 사례만 다루면 학생들이 창업을 두려워하지 않을까?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학생들은 실패를 ‘퍼즐을 맞추는 데 꼭 필요한 조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오히려 “실패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고 반응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구분이 나타납니다. 바로 ‘좋은 실패’와 ‘나쁜 실패’의 차이입니다.
- 좋은 실패는 기업가가 과학자처럼 가설을 세우고 실험할 때 발생합니다. 최소한의 자원으로 아이디어를 검증하다가 예상과 다른 결과를 얻는 것이죠. 이는 학습의 과정입니다.
- 나쁜 실패는 충분히 피할 수 있었던 통제 가능한 실수에서 비롯됩니다. 코로나19 같은 외부 요인과 달리, 창업가의 잘못된 판단이나 성급한 결정으로 인한 실패입니다.
함정 1: 잘못된 출발
린 스타트업의 절반만 따르는 창업가들
가장 흔한 실패 패턴은 ‘잘못된 출발(False Start)’입니다. 마치 육상에서 총성을 듣기도 전에 뛰어나가는 부정출발처럼, 스타트업도 충분한 준비 없이 성급하게 시작할 때 실패합니다.
많은 창업가들이 린 스타트업 방법론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절반만 실행합니다. MVP(최소기능제품)를 만들어 빠르게 출시하고 피드백을 받는 것은 잘 합니다. 하지만 그 전 단계인 ‘고객 발견’ 작업은 건너뛰곤 합니다.
아이젠만 교수는 이를 “4주를 아끼려다가 4개월을 날리는 것”이라고 표현합니다. 고객 발견에 4주를 투자하는 것을 귀찮아하다가, 결국 잘못된 제품을 만들어 4개월을 낭비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개발자든 비개발자든 빠지는 함정
흥미롭게도 이 함정은 개발자 출신이든 비개발자 출신이든 관계없이 나타납니다.
- 비개발자 창업가의 경우: 기술팀을 고용하면 비싼 인건비 때문에 그들을 바쁘게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낍니다. 그래서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아이디어라도 일단 개발하라고 지시합니다.
- 개발자 창업가의 경우: 무언가를 만드는 것 자체를 좋아하기 때문에 검증 과정을 건너뛰고 바로 코딩에 뛰어듭니다.
결국 둘 다 “만들기부터 하자”는 성급함에 빠져 귀중한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게 됩니다.
진짜 피드백을 얻는 방법
롭 피츠패트릭의 『The Mom Test』에서 나오는 예시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어머니에게 사업 아이디어를 설명하면 “아들아, 사랑한다. 잘 해낼 거다”라고 하시죠. 좋은 말이지만, 이는 진짜 피드백이 아닙니다. 그냥 상황을 무마하려는 예의일 뿐입니다.
창업가는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하는 것은 아닌지 항상 경계해야 합니다. 진짜 고객의 목소리를 들으려면 더 구체적이고 행동 중심의 질문을 해야 합니다.
함정 2: 이해관계자 간의 관계 악화
두 번째 실패 패턴은 사람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창업팀 내부의 갈등, 투자자와의 마찰, 핵심 직원과의 불화 등이 누적되면서 사업 자체가 무너지는 경우입니다.
스타트업은 작은 조직이기 때문에 한 명의 이탈이나 갈등이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특히 초기 단계에서는 모든 구성원이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관계의 악화가 곧 사업의 위기로 이어집니다.
이런 문제는 단순히 성격 차이가 아닙니다. 비전의 불일치, 역할 분담의 모호함, 의사결정 과정의 불투명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나타나는 구조적 문제입니다.
함정 3: 거짓 긍정
얼리어답터의 함정
세 번째 실패 패턴은 ‘거짓 긍정(False Positive)’입니다. 초기에 받는 긍정적인 신호들이 사실은 잘못된 정보였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 경우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얼리어답터에 대한 과도한 의존입니다.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에 열광하는 초기 사용자들의 반응을 보고 “이제 됐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주류 고객들의 니즈는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드롭박스의 현명한 선택
드롭박스는 이런 딜레마를 잘 해결한 사례입니다. 창업자들은 처음에 어머니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간단한 파일 저장 서비스를 만들고 싶어했습니다. 하지만 초기 고객은 거대한 파일을 다루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었습니다.
이들은 복잡한 파일 관리 요구사항을 가지고 있었죠. 드롭박스는 고민 끝에 주류 고객(일반 사용자)을 선택했고, 결과적으로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항상 주류를 선택하는 것이 정답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얼리어답터와 주류 고객의 차이를 명확히 인식하는 것입니다.
가설 기반 사고의 중요성
거짓 긍정을 피하려면 과학자처럼 생각해야 합니다. 고객의 니즈, 솔루션의 매력도, 마케팅 방법 등에 대한 가설을 명확히 세우고, 이를 체계적으로 검증해야 합니다.
가설이 맞으면 계속 나아가고, 틀리면 방향을 바꿔야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느리지도 않은 적절한 속도를 찾는 것입니다.
기본적 귀인 오류를 경계하라
실패의 책임을 제대로 지는 법
아이젠만 교수는 실패로부터 진정으로 배우기 위해서는 ‘기본적 귀인 오류’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는 실패했을 때 자신의 잘못보다는 외부 요인을 탓하려는 인간의 기본적인 성향입니다.
실패한 창업가들이 흔히 하는 말들을 보면:
- “공동창업자가 열심히 일하지 않았다”
- “투자자가 잘못된 방향으로 밀었다”
- “경쟁자들이 미친 짓을 했다”
- “정부 규제가 문제였다”
하지만 그 공동창업자와 투자자를 선택한 것은 바로 자신입니다. 외부 환경을 예측하지 못한 것도 리더로서의 책임입니다.
성공률 데이터가 말하는 진실
아이젠만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 첫 창업자의 성공률: 21%
- 첫 창업 성공 후 두 번째 창업 성공률: 30%
- 첫 창업 실패 후 두 번째 창업 성공률: 22%
놀랍게도 첫 창업에 실패한 창업가가 두 번째에 성공할 확률은 처음과 거의 같습니다. 이는 실패 경험 자체가 자동으로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중요한 것은 실패로부터 ‘제대로’ 배우는 것입니다.
실패를 자산으로 만드는 3단계 과정
- 1단계: 감정적 거리두기 실패의 강렬한 감정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립니다. 분노, 좌절, 자책 등의 감정이 판단을 흐리기 때문입니다.
- 2단계: 객관적 분석 다른 사람들의 잘못과 함께 자신의 실수도 인정합니다. “다음에는 이렇게 하지 않겠다”는 구체적인 교훈을 도출합니다.
- 3단계: 행동 변화 분석된 교훈을 다음 기회에 실제로 적용합니다. 말로만 배웠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이 바뀌어야 합니다.
창업가정신: 삶에 대한 접근법
아이젠만 교수는 마지막으로 중요한 관점을 제시합니다. 80%라는 높은 실패율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은 감수할 가치가 있다는 것입니다.
왜일까요? 스타트업이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사용하는 화상회의 기술, 클라우드 서비스, 모바일 앱 등 수많은 혁신이 스타트업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실패한 창업가들 대부분이 자신의 시도를 후회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들은 만들었던 팀과 제품에 자부심을 느꼈고, 그 경험 자체를 소중하게 여겼습니다.
결국 기업가정신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삶에 대한 ‘접근법’입니다. 문제를 발견하고, 가설을 세우고, 실험하고, 배우는 과정을 반복하며 세상을 조금씩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가는 것이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잘못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라
여러분이 창업을 고민하고 있다면, 실패 자체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대신 ‘나쁜 실패’를 하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충분한 고객 검증 없이 성급하게 시작하거나, 팀 갈등을 방치하거나, 초기 신호를 과대해석하는 실수를 피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실패는 창업가에게 가장 값진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자산의 가치는 실패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분석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하버드 교수의 30년 연구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실패에서 배우지 못하는 창업가는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여러분은 어떤 창업가가 되고 싶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