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했을 때, 사람들은 집 안에 갇혀 창밖을 바라보며 하루하루를 버텼습니다. 그 시절 눈에 띄는 건 나뭇가지에 앉은 작은 새들뿐이었죠. 누가 생각했을까요? 이 평범한 일상의 풍경이 연매출 150억 원을 만드는 비즈니스가 될 줄 말입니다.
Bird Buddy라는 스타트업은 단순한 새 모이통에 카메라를 달고, 그 영상으로 전 세계 2억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더 놀라운 건 이들이 오직 콘텐츠의 힘만으로 150억 원의 연간 반복 수익(ARR)을 달성했다는 사실입니다.
평범해 보이는 새 관찰 취미가 어떻게 디지털 시대의 폭발적 브랜드 성공 사례가 되었을까요? 오늘은 Bird Buddy의 여정을 통해 ‘콘텐츠로 제품을 파는 법’에 대한 심층적인 인사이트를 살펴보겠습니다.
작은 덕질이 만든 거대한 시장
니치에서 메인스트림으로
Bird Buddy의 시작은 새들을 사랑하는 마음과 기술의 결합이었습니다. 공동 창업자 프란시 지다르(Franci Zidar)는 “우리는 단순히 스마트 모이통을 만드는 게 아니라, 사람들을 자연과 다시 연결하는 브랜드를 구축하고자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의 직감은 정확했습니다. 시장 조사 결과 새 관찰이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야외 취미이며, 미국인의 1/3이 취미로 새를 관찰한다는 놀라운 통계가 나왔습니다.
거대한 취미 시장에 기술을 접목하면 작은 니치 비즈니스도 엄청난 파괴력을 지닐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입니다.

크라우드펀딩부터 시작된 성공 신화
Bird Buddy 팀은 크라우드펀딩 두 차례 캠페인에서 1,100만 달러 이상의 자금을 모으며 초기부터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2021년 첫 스마트 새 모이통을 선보인 후, 2022년에는 모이통 카메라와 연동되는 모바일 앱을 출시했죠.
제품 그 자체가 콘텐츠가 되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완벽한 결합
Bird Buddy의 제품 구조는 겉보기에는 일반적인 새 모이통 같지만, 내부에 고성능 카메라가 내장되어 있습니다. 새가 모이통에 날아와 앉으면 자동으로 작동해 선명한 사진과 영상을 촬영하고, 이를 즉시 와이파이를 통해 연결된 앱으로 전송합니다.
앱은 AI를 통해 새의 종을 자동으로 식별해 주며, 사용자는 스마트폰으로 어떤 종의 새가 다녀갔는지 알림을 받고 사진을 저장하거나 공유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제품 자체가 바이럴이 되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구조가 가장 핵심적인 성공 요인이었던 것이죠.
구독 모델로 확장된 비즈니스
하드웨어 판매와 함께 앱 서비스로 비즈니스 모델의 확장성을 확보한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Bird Buddy는 카메라를 구매하지 않은 사람도 앱에 가입해 다른 유저들이 공유한 새 영상을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이 앱만으로 매월 14억 원(100만 달러)의 반복 수익을 올리는 구독 모델이 형성되었고, 하드웨어 역시 35만 대 이상을 판매하며 누적 매출 1억 500만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중독성 강한 콘텐츠 포맷의 비밀
POV 영상과 유머의 결합
Bird Buddy의 성공에는 중독성 강한 콘텐츠 포맷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들이 올리는 소셜 미디어 영상들은 거의 모두 일정한 패턴을 따릅니다.
먼저 카메라 달린 모이통이 촬영한 생생한 새들의 근접 영상을 POV(Point of View) 형태로 보여줍니다. 화면 가득 귀여운 새들이 씨앗을 쪼아먹거나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모습은 이를 처음 보는 이들의 눈길을 단숨에 붙잡죠.
여기에 Bird Buddy 팀은 유머 감각을 더했습니다. 숏폼 영상의 시작에는 강렬한 후크(hook)가 들어가는데, 종종 인터넷상에서 유행하는 밈(meme)이나 인기 오디오 클립을 활용했습니다.
시의적절한 이슈 편승 전략
Bird Buddy 팀은 시의적절한 이슈와 밈에도 편승하며 콘텐츠의 화제를 극대화했습니다. 외국어 학습 앱 듀올링고(Duolingo)가 마스코트 올빼미 “듀오”의 죽음을 담은 농담 이벤트를 시작했을 때, Bird Buddy는 곧바로 이에 관련된 영상을 올려 이슈에 올라탔습니다.
핵심은 포맷의 일관성입니다. Bird Buddy의 영상들은 항상 “모이통 카메라 시점에서 본 새들”이라는 기본 골격을 유지합니다. 숏폼 시대에 브랜딩이란 포맷 스타일이기 때문입니다.
팔로워들이 영상을 보기 시작하면 곧바로 “아, 이건 Bird Buddy 콘텐츠구나” 하고 알아챌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스토리텔링과 캐릭터화의 마법
Larry의 탄생과 팬덤 형성
콘텐츠 포맷의 반복과 더불어, 스토리텔링과 캐릭터화 전략이 Bird Buddy의 브랜드에 생명력을 불어넣었습니다. 단순히 예쁜 새 영상만 나열했다면 일시적 관심에 그쳤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Bird Buddy 팀은 영상 속 새들에게 이름을 붙이고 성격을 부여함으로써 관객의 감정 이입을 끌어냈죠.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Larry”라는 이름의 새입니다. Bird Buddy의 여러 영상에 등장하는 한 새를 팀은 장난스럽게 Larry라고 칭했는데, 이 캐릭터성이 팬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Larry는 Bird Buddy 세계관의 스타가 되었고, 시청자들은 마치 드라마 속 주인공을 기다리듯 “Larry가 나오는 영상 더 보여주세요!”라며 댓글을 남겼습니다.
세계관 구축의 현실적 접근법
흥미로운 점은 처음부터 Larry라는 캐릭터를 기획하고 밀었다면 성공했을지 불분명하다는 것입니다. 여러 가지 터지는 포맷을 통해 추가적인 요소들을 발견했고, 이를 연결시켰기 때문에 세계관을 구축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즉, 세계관을 미리 만들고 가는 것도 좋지만, 기존에 터진 것들을 조합해서 세계관을 만드는 것이 브랜드나 개인이 더 현실적으로 따라하기 좋은 방향이라는 교훈을 줍니다.

직접 판매하지 않고도 제품이 팔리는 구조
소프트 세일즈의 교과서적 사례
재미와 스토리를 앞세운 Bird Buddy의 콘텐츠에는 한 가지 눈에 띄는 특징이 있습니다. 직접적인 판매 유도가 거의 없다는 것이죠. 대부분의 소셜미디어 게시물에서 “지금 구매하세요”나 할인 쿠폰 링크 같은 흔한 CTA(Call To Action)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비결은 간단합니다. “모든 콘텐츠가 곧 제품의 기능과 가치를 증명”했기 때문입니다. Bird Buddy의 영상에서 사람들은 아름다운 새들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즐거움을 엿봅니다. 이 자체가 제품(스마트 모이통과 앱)의 핵심 가치죠.
사용자들은 콘텐츠를 보는 것만으로도 그 제품을 사용하면 얻을 수 있는 경험을 직감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 영상 한 편 한 편이 제품 시연(Demo)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자발적 호기심 유도 전략
Bird Buddy 팀은 이러한 콘텐츠 기반 세일즈의 힘을 잘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굳이 영상마다 구매 링크를 걸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팔지 않음’으로써 사용자들이 순수하게 콘텐츠에 몰입하도록 유도했습니다.
재미있는 영상으로 웃고 나서, 혹은 “Larry 너무 귀엽다”는 생각으로 끝났을 때, 사람들은 강요받지 않은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Bird Buddy라는 제품에 호기심을 느끼게 됩니다.
댓글에는 “이거 대체 어떤 카메라로 찍은 거죠?”라는 질문이 심심찮게 보이는데, 이는 잠재 고객이 먼저 다가와주는 이상적인 상황입니다.

멀티채널 배포와 플랫폼 특성 활용
플랫폼별 최적화 전략
Bird Buddy의 콘텐츠 전략은 특정 플랫폼에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플랫폼의 특성에 맞게 콘텐츠를 재가공하여 멀티채널로 배포함으로써 최대한 폭넓은 도달범위를 확보했죠.
현재 Bird Buddy는 틱톡(TikTok), 인스타그램 릴스(Reels), 페이스북, 유튜브(숏츠 및 롱폼 영상), 레딧(Reddit), 트위터(X) 등 사실상 모든 주요 소셜 플랫폼에 공식 계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틱톡과 릴스에서는 15~60초 내외의 짧고 임팩트 있는 영상으로 승부하지만, 유튜브에서는 다른 전략을 펼쳤습니다. “Cool Bird Facts”와 같이 새에 관한 흥미로운 지식을 전하는 시리즈, 카메라 설치 방법을 알려주는 튜토리얼 영상, 신제품 출시 소식을 다루는 소개 영상 등 다양한 주제의 장편 영상으로 콘텐츠 스펙트럼을 넓혔습니다.
커뮤니티 허브로서의 활용
한편 레딧과 페이스북은 커뮤니티 허브로 활용했습니다. 짧은 숏폼 영상은 아니지만, 대신 사용자들이 서로 정보를 나누고 열띤 대화를 이어가는 공간으로서 이 플랫폼들을 키운 것입니다.
자생적 커뮤니티와 팬덤의 힘
19,400명의 Reddit 커뮤니티
Bird Buddy가 일방적으로 콘텐츠를 쏟아내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사용자 커뮤니티를 일찍부터 육성하여 팬들이 자발적으로 콘텐츠 생산과 전파에 참여하도록 한 점도 중요한 성공 요인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Bird Buddy는 레딧에 공식 커뮤니티(r/BirdBuddy)를 운영하고 있으며 무려 19,400명이나 참여하고 있습니다. 커뮤니티 멤버들은 자신이 Bird Buddy 카메라로 촬영한 아름다운 새들의 사진과 영상을 서로 공유하고, 심지어 “이번 주의 최고의 새(Best Bird Award)”를 뽑는 재미있는 이벤트도 사용자들 스스로 즐기고 있습니다.
선순환 바이럴 생태계
덕분에 새로운 새 사진이나 희귀한 종이 찍힐 때마다 커뮤니티가 먼저 들썩이고, 그 열기가 다시 소셜미디어상으로 번져나가 선순환하는 바이럴이 일어났습니다. 열성 사용자들이 곧 마케터가 되어주는 환경이 마련된 것입니다.
Bird Buddy는 이처럼 커뮤니티에 적극 개입하기보다 무대와 동기만 제공하고 한 걸음 물러선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 결과 커뮤니티는 이용자들의 순수한 열정으로 굴러가는 자생적 생태계가 되었습니다.
지속가능한 수익 모델의 완성
하드웨어를 넘어선 구독 경제
흥미로운 것은 Bird Buddy의 수익 모델이 하드웨어 판매에 그치지 않고 반복적인 구독 수익으로까지 이어졌다는 점입니다. 2022년에 출시된 Bird Buddy의 앱은 커뮤니티 기능과 새 인식 AI 등을 제공하며, 이 앱 서비스만으로 월 100만 달러 이상의 매출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디지털 구독 모델을 도입한 덕분에 매달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하드웨어는 한 번 팔고 나면 끝인 반면, 앱 구독은 사용자들이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한 꾸준히 매출이 발생합니다.
자기증식하는 마케팅 생태계
콘텐츠 마케팅 측면에서 이 구독 모델이 가지는 의미도 큽니다. Bird Buddy는 매력적인 콘텐츠로 사람들을 끌어모았고, 그중 상당수는 결국 앱을 설치하거나 기기를 구입해 고객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일단 고객이 되고 나면, 사용자들이 만들어내는 콘텐츠(촬영된 새 사진과 영상)가 다시 마케팅 자산으로 환원됩니다.
사용자가 늘수록 콘텐츠도 기하급수적으로 쌓이고, 이것이 다시 새로운 사용자를 부른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콘텐츠 → 유입 → 구매 → 더 많은 콘텐츠 → 추가 유입의 자동화된 루프가 형성된 것입니다.
Product-Media Fit: 제품과 미디어의 완벽한 궁합
니치 시장의 벽을 허무는 법
Bird Buddy 이야기에서 놓쳐서는 안 될 교훈 중 하나는 “Product-Media Fit”, 즉 자신이 다루는 제품(혹은 전문 분야)과 적절한 콘텐츠 포맷의 궁합을 찾아냈다는 점입니다.
‘조금은 평범하고 지루할 수도 있었던’ 취미이자 전문성이 있는 콘텐츠에 광범위한 무언가(밈, 유머 등)를 접목해야 니치 시장의 벽을 허물 수 있습니다. Bird Buddy의 경우, ‘새 관찰’이라는 니치에 ‘짧은 영상+밈’이라는 포맷을 탁월하게 결합했습니다.
전문성과 대중성의 균형
중요한 것은 “내 콘텐츠를 볼 사람이 내 분야에 원래 관심이 없을 가능성”을 전제로 폭넓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전문 분야나 제품이 너무 좁은 소재라면, Bird Buddy처럼 콘텐츠의 형식과 맥락에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할 요소를 추가해야 합니다.
예컨대 전문적인 B2B 솔루션을 다루는 스타트업이라면, 딱딱한 기능 설명 대신 해당 기술이 실생활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이야기로 풀어내거나, 업계 밈을 활용해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론: 콘텐츠가 비즈니스가 되는 시대
Bird Buddy의 성공 비결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제품 자체의 바이럴 성: 공유하고 싶고, 공유하기 쉬운 제품 설계
- 깊고 넓은 커뮤니티: 원래 인기가 많고 덕후들이 많은 분야 선택
-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하드웨어 + 구독 서비스의 결합
- 플랫폼 생태계 구축: 회사가 콘텐츠 공유를 위한 무대를 제공
21세기에는 제품 설계부터 오가닉 마케팅이 고려되어야 합니다. Bird Buddy는 마케팅과 제품 운용이 하나의 생태계로 통합되어, 시간이 갈수록 더 강력한 자기증식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자신만의 “새 모이통”을 찾아보세요. 전문성과 열정이 있는 분야에 적절한 콘텐츠 포맷과 기술을 결합하면, 작은 니치에서 시작한 아이디어가 거대한 비즈니스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제품을 콘텐츠화하고, 콘텐츠가 팬들의 리액션을 만들며, 그 리액션이 다시 콘텐츠를 발전시켜 세계관을 만드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