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수많은 정보를 접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소셜미디어의 피드, 뉴스 기사, 업무 관련 자료까지 하루 종일 정보의 홍수 속에서 헤엄치고 있죠. 그런데 잠시 멈춰서 생각해보세요. 오늘 읽은 정보 중 1년 후에도 머릿속에 남아있을 내용이 얼마나 될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우리가 어떤 종류의 지식을 추구하고 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오늘은 휘발성 지식과 지속성 지식의 차이점을 살펴보고, 진정한 가치를 지닌 정보를 구별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벤저민 그레이엄의 불멸의 지혜
1934년, 벤저민 그레이엄이 출간한 『현명한 투자자(Intelligent Investor)』는 거의 9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베스트셀러입니다. 만약 그레이엄이 1935년에 “현명한 투자자라면 해야 할 일”이라는 후속작을 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도 전작은 금세 잊혀졌을 것입니다.
그레이엄의 책이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투자의 영원한 원칙과 인간의 본성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지속성 지식의 힘입니다.
휘발성 지식 vs. 지속성 지식: 무엇이 다른가?
MIT 기부금 펀드가 발표한 흥미로운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소비하는 정보의 대부분은 휘발성 지식에 해당합니다.
휘발성 지식의 특징
휘발성 지식은 다음과 같은 질문들에 대한 답입니다:
- “지난주 어느 케이블 회사가 인수되었을까?”
- “지난해 A라는 펀드 매니저의 실적은 어땠을까?”
- “뉴욕의 사무실 공실률은 얼마일까?”
이러한 정보들은 당장의 의사결정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거의 가치가 없습니다. 마치 아침 이슬처럼 금세 사라져버리죠.
지속성 지식의 힘
반면 지속성 지식은 이런 질문들을 다룹니다:
- “왜 케이블 업계가 통합되고 있을까?”
- “A라는 펀드 매니저의 장점은 무엇이고, 그 장점이 지속될 수 있을까?”
- “미국 내 여러 도시의 사무실 수요를 이끄는 장기적인 동인은 무엇일까?”
지속성 지식은 현상 뒤에 숨어있는 원리와 패턴을 이해하게 해줍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가치가 더욱 빛나며, 다른 지식과 결합해 복리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실제 사례로 보는 두 지식의 차이
기업 분석에서의 적용
마이크로소프트의 2004년 2분기 매출 성장률을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강력한 경제적 해자(economic moat)를 보유하고 있어 지속적으로 현금 흐름을 창출한다는 사실은 많은 투자자들이 알고 있습니다.
해자의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지속성 지식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다른 산업에서도 경쟁 우위를 가진 기업을 식별할 수 있게 됩니다. 반면 분기별 수익 데이터는 이러한 해자를 단기적으로 반영하는 휘발성 정보일 뿐입니다.
경영진 평가의 관점
기업을 분석할 때 경영진에게 “당시 회사에 문제가 생길 수 있을까요?”라고 물어봐서는 안 됩니다. 당연히 “그렇죠. 문제는 언제나 생길 수 있으니까요.”라는 답변이 돌아올 테니까요.
대신 “여러분 경영진은 회사에 불가피한 문제가 생겼을 때,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끈기와 능력이 있습니까?”라고 물어야 합니다. 기업의 일회성 문제보다는 경영진의 문제 해결 능력이 장기적 생존 가능성을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휘발성 지식이 넘쳐나는 이유
휘발성 지식이 실제 가치보다 주목받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 접근성: 너무 많이 주변에 떠다니며 우리를 유혹합니다. 뉴스 헤드라인, 소셜미디어 피드, 실시간 알림들이 끊임없이 우리의 관심을 끕니다.
- 시급성: 우리가 적극적으로 찾아다니며 현재 문제와의 연관성이 사라지기 전에 통찰을 얻으려 합니다.
반면 지속성 지식은 언론의 헤드라인에 등장하지 않고 책 속에 조용히 묻혀 있어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 가치는 휘발성 지식보다 훨씬 큽니다.
신문과 책: 정보 소비의 균형
우리는 매일 신문과 책을 읽습니다. 2011년 신문 기사를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2011년에 읽은 몇 권의 좋은 책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것이 신문을 읽지 말라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좋은 책을 많이 읽을수록 신문 기사를 이해하는 틀이 생기고, 주목해야 할 기사와 걸러내야 할 기사를 구분하는 능력이 생깁니다.
지속성 지식을 쌓는 실천 방법
1. 자문하는 습관 기르기
무언가를 읽을 때마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 “1년 후에도 이 글을 기억하고 있을까?”
- “10년 후에는 어떨까?”
- “80년 후에도 가치가 있을까?”
“아니오”라는 답이어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에게 솔직한 것입니다.
2. 원리와 패턴에 집중하기
단순한 사실보다는 그 사실이 발생한 이유와 배경에 주목하세요. “무엇이 일어났는가”보다 “왜 일어났는가”가 더 중요합니다.
3. 시간의 시험을 견뎌낸 지식 추구하기
수십 년, 수백 년간 인정받아온 원칙과 지혜에 관심을 가지세요. 이러한 지식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빛을 발합니다.
정보 시대의 현명한 선택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더 나은 정보입니다. 휘발성 지식과 지속성 지식을 구별하는 능력은 개인의 성장뿐만 아니라 투자, 비즈니스, 인생의 모든 영역에서 경쟁 우위를 제공합니다.
지속성 지식은 거의 사라지지 않을뿐더러 시간이 흐를수록 복리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휘발성 지식이 일어난 일에 대해 알려준다면, 지속성 지식은 그 일이 일어난 이유와 다시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 말해줍니다.
오늘부터 정보를 소비할 때 이 질문을 던져보세요.
이 지식이 10년 후에도 나에게 가치가 있을까?
이 간단한 질문이 여러분의 학습과 성장을 완전히 바꿀 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 Morgan Housel, “Expiring vs. Long-Term Knowled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