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억 인구 시대에 기적과 재앙이 일상이 된 통계학적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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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를 살아가며 “세상이 왜 이렇게 미쳐가는 것 같지?”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매일 터져 나오는 충격적인 뉴스들, 예상치 못한 사건들, 그리고 “100년 만의 일”이라고 불리는 사건들이 왜 이렇게 자주 일어나는지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오늘은 통계학과 확률론의 관점에서 이 현상을 살펴보겠습니다.

17조 분의 1 확률의 착각

1986년 뉴저지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에블린 마리 애덤스라는 여성이 로또 1등에 당첨되어 390만 달러를 받았는데, 불과 4개월 후 다시 1등에 당첨되어 140만 달러를 추가로 받게 된 것입니다.

당시 언론은 이를 “기적”이라고 표현했고, 수치 분석가들은 두 번 연속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을 17조 분의 1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3년 후, 수학자 페르시 디아코니스와 프레드릭 모스텔러가 흥미로운 분석 결과를 내놨습니다. 한 사람이 두 번 연속 당첨될 확률은 확실히 17조 분의 1이 맞지만, 매주 1억 명이 로또를 구매하는 상황에서는 누군가가 두 번 당첨될 확률이 30분의 1까지 올라간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발견은 우리가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많은 사건들이 사실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임을 보여줍니다. 모스텔러의 말처럼 “표본이 충분히 크기만 하면, 어떤 터무니없는 일도 일어나기 쉽다”는 것입니다.

80억 인구가 만드는 일상의 기적

현재 지구에는 약 80억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이 숫자가 얼마나 큰 의미를 갖는지 구체적으로 계산해보겠습니다.

만약 어떤 사건이 매일 일어날 확률이 100만 분의 1이라면, 하루에 8,000명의 사람들에게 그 일이 벌어집니다. 1년으로 확장하면 290만 번, 우리 평생 동안에는 무려 25억 번이나 발생하게 됩니다.

심지어 10억 분의 1이라는 극히 낮은 확률의 사건도 우리 일생 동안 수십만 명이 경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물리학자 프리먼 다이슨은 이를 더욱 흥미롭게 분석했습니다. 그는 평범한 사람의 삶에서 기적은 대략 한 달에 한 번꼴로 일어난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하루 8시간 동안 깨어있으면서 1초 단위로 경험하는 사건들을 계산해보면, 하루에 약 3만 건, 한 달에 약 100만 건의 사건을 경험합니다.

이 중에서 100만 분의 1 확률의 기적적인 일이 한 번 정도는 일어날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100년 만의 사건이 매년 일어나는 이유

“100년 만의 사건”이라는 표현을 자주 듣게 됩니다. 100년 만의 홍수, 허리케인, 금융 위기, 팬데믹 등 다양한 재앙들이 이런 수식어를 달고 나타납니다. 하지만 이 표현에는 오해가 있습니다.

100년 만의 사건이라는 것은 100년마다 정확히 한 번씩 일어난다는 뜻이 아닙니다. 어느 해든 발생할 확률이 약 1%라는 의미입니다. 개별적으로 보면 낮은 확률이지만, 수백 가지의 서로 다른 독립된 “100년 만의 사건”들을 모두 고려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내년에 새로운 팬데믹이 일어날 확률 1%, 심각한 경기 침체가 일어날 확률 1%, 재앙적인 홍수가 닥칠 확률 1%, 정치적 붕괴가 일어날 확률 1% 등등… 이런 식으로 계속 나열하다 보면, 그 중 하나라도 일어날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집니다.

과거도 혼란으로 가득했다

우리가 “좋은 시절”로 기억하는 과거도 사실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영광스러운 1950년대로 기억되는 시기에도 1958년 경기 침체 동안에는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한 달보다 더 많은 미국인들이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1990년대를 평온한 10년으로 기억하지만, 1998년 세계 최대 번영의 호황기 동안에도 세계 금융 시스템은 거의 붕괴될 뻔했습니다. 과거와 현재의 차이는 혼란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그 규모와 전파 속도입니다.

소셜 미디어가 증폭시키는 혼란

현재 상황이 과거와 다른 점은 세계 경제의 규모가 커졌다는 것입니다. 80억 명이 상호작용하는 세계에서는 사기꾼, 천재, 테러리스트, 바보, 석학, 악인, 그리고 선각자가 나타나 상황을 크게 바꿔놓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사건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증폭되고 확산된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지역적으로 머물렀을 사건들이 이제는 전 세계로 순식간에 퍼져나가면서, 마치 이런 일들이 실제보다 더 자주 일어나는 것처럼 느끼게 만듭니다.

불확실성과 함께 살아가기

통계적으로 보면, 세계는 평균적으로 10년에 한 번 정도 큰 혼란을 겪습니다. 국가, 지방, 마을, 또는 기업 단위로는 1년에서 3년에 한 번꼴로 더 자주 나타납니다. 이는 끔찍한 불운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수많은 다양한 일들이 잘못될 수 있고, 따라서 그 중 적어도 하나는 어떤 순간에도 대혼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를 이해하면 세상이 미쳐가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좀 더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결론: 큰 수의 법칙이 만드는 현실

결국 우리가 목격하는 “믿을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은 80억이라는 거대한 표본 크기가 만들어내는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개인에게는 기적이나 재앙으로 느껴지는 일들도, 전체적인 관점에서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통계적 결과인 것입니다.

이런 관점을 갖는다고 해서 개별 사건들의 중요성이나 충격이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세상이 특별히 미쳐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큰 수의 법칙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해는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조금 더 냉정하고 현실적인 시각을 제공해줄 것입니다.

참고 자료: Morgan Housel, “Once In A Life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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