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자금, 정말 부족한가요?
미국인 10명 중 6명은 은퇴 자금이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뱅크레이트의 최근 설문 조사에 따르면 58%의 미국인이 노후 준비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노후에 필요한 자금은 생각보다 크고, 준비 기간은 생각보다 짧습니다.
이러한 불안감은 많은 사람들을 위험한 선택으로 이끕니다. 암호화폐의 급등락, 금 투자의 유혹, 고위험 주식에 대한 몰빵. 50대가 되면 “이제 따라잡아야 해”라는 조급함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투자 전문가 모건 하우절은 이렇게 경고합니다.
시장은 당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알지도, 신경도 쓰지 않습니다.
위험한 도박보다 현명한 기대치 조정이 답입니다
하우절이 제시하는 핵심 원칙은 명확합니다. 부족한 은퇴 자금을 무리한 위험 감수로 메우려 하지 말고, 기대치를 현실적으로 조정하라는 것입니다.
부는 가진 것에서 원하는 것을 뺀 것입니다.
그의 이 문장은 재정 철학의 핵심을 담고 있습니다. 더 많이 벌려고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필요한 것을 재정의하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24년 노동 통계국 데이터에 따르면 65세 이상 미국인의 약 19%가 여전히 일하고 있습니다. 사회보장제도의 평균 지급액은 월 1,980달러, 연간 약 23,760달러에 불과합니다. 이는 많은 은퇴자들이 예상보다 적은 돈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꿈꿔왔던 보트나 고급 승용차 대신 더 작고 실용적인 것을 선택하는 것. 이것이 바로 “원하는 것”을 줄이는 구체적인 방법입니다. 화려한 은퇴 생활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노후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모건 하우절의 단순하지만 강력한 투자 전략
하우절의 투자 철학은 놀라울 정도로 단순합니다. 그는 “제가 투자에서 극대화하고자 하는 변수는 인내심과 장수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앞으로 50년 동안 평범한 투자자로 남아있을 수 있다면, 모든 재정적 목표를 달성하고도 남는다는 것입니다.
그의 포트폴리오는 네 가지 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첫째, 주택입니다.
- 실거주 목적의 주택은 가장 안정적인 자산입니다. 집값의 등락과 상관없이 살 곳이 보장되고, 장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 헤지 역할을 합니다.
- 둘째, 현금입니다.
- 많은 투자자들이 간과하는 부분이지만, 현금은 기회이자 안전장치입니다. 시장이 폭락할 때 기회를 잡을 수 있고, 예상치 못한 지출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밤에 편안하게 잠들 수 있게 해줍니다.
- 셋째, 저비용 인덱스 펀드입니다.
- 이것이 핵심입니다. 다음 테슬라를 찾으려 하거나, 언제 사고팔지 예측할 필요가 없습니다. S&P500이나 전체 시장 인덱스 펀드에 꾸준히 적립하는 것만으로도 장기적으로 시장 수익률을 따라갈 수 있습니다.
- 넷째, 그가 이사회로 참여하는 마켈 주식입니다.
- 이는 자신이 잘 아는 회사에 장기 투자하는 원칙을 보여줍니다.
하우절은 자신의 전략을 이렇게 평가합니다.
이보다 더 단순하고 지루하고 평범할 수는 없죠. 하지만 바로 그것이 비결입니다.
시장 침체는 예외가 아니라 필수 과정입니다
하우절의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시장 침체를 대하는 태도입니다. 그는 시장 하락을 이례적인 현상이 아니라 불가피한 현상으로 봅니다.
역사적으로 주식 시장은 약 3~4년마다 한 번씩 10% 이상 조정을 겪었고, 5~7년마다 한 번씩 20% 이상의 약세장을 경험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 ��닉, 2022년 인플레이션 쇼크. 이런 사건들은 “만약”이 아니라 “언제” 일어날지의 문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우절은 시장 상황에 반응하는 대신, 이를 중심으로 계획을 세웁니다. 저비용 인덱스 펀드, 꾸준한 적립, 든든한 현금 버퍼. 이 세 가지가 조합된 포트폴리오는 시장의 변동성을 견디면서도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물론 계획을 전혀 조정하지 말라는 뜻은 아닙니다. 은퇴가 가까워질수록 정기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점검해야 합니다. 다만 목표는 위험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폭풍을 헤쳐나가면서도 재정적 기반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트렌드에 휩쓸리지 않는 지혜
암호화폐가 연일 상한가를 치고,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특정 주식이 몇 배씩 오를 때 FOMO(Fear of Missing Out, 소외되는 두려움)를 느끼는 것은 당연합니다. 특히 은퇴 자금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걸음 물러서야 합니다. 하우절은 이렇게 조언합니다.
어차피 그렇게 하다가는 스스로를 망치게 될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50대에 모든 것을 걸고 암호화폐나 고위험 자산에 투자하는 것은 농장을 걸고 도박하는 것과 같습니다.
최근 트렌드가 당신을 유혹할 때마다 이렇게 자문해보세요.
이 투자가 나의 인내심을 더해주는가, 아니면 상황을 복잡하게 만드는가?
밤에 편안하게 잠들 수 있는 투자인가, 아니면 매일 가격을 확인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투자인가?
디지털 시대에는 정보가 넘쳐나고 새로운 투자 기회가 끊임없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부는 가장 화려한 거래나 가장 트렌디한 자산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부는 일관성, 인내심, 그리고 자신에게 맞는 전략을 꾸준히 실행하는 데서 나옵니다.
은퇴 준비,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습니다
은퇴 자금이 부족하다고 느껴도 절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 현명한 선택을 하는 것입니다.
- 첫째, 자신에게 필요한 은퇴 자금을 현실적으로 재평가하세요.
- 월 500만 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면, 300만 원으로도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세요.
- 둘째, 위험한 투자로 한방을 노리지 마세요.
- 저비용 인덱스 펀드에 꾸준히 투자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고 효과적입니다.
- 셋째, 충분한 현금을 유지하세요.
- 비상 자금은 6개월에서 1년치 생활비가 적당합니다. 이는 예상치 못한 지출에 대응하고, 시장 폭락 시 투자 기회를 잡을 수 있게 해줍니다.
- 넷째, 정기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점검하되, 시장 변동성에 일희일비하지 마세요.
- 분기마다 한 번 정도면 충분합니다.
- 다섯째, 시장 침체를 받아들이세요.
- 하락장은 투자의 일부이며, 오히려 더 싼 가격에 매수할 기회입니다.
부의 결실은 인내심에서 나옵니다
모건 하우절의 조언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부는 가진 것에서 원하는 것을 뺀 것이며, 진정한 부를 만드는 것은 화려한 투자가 아니라 꾸준한 인내심입니다.
은퇴를 앞둔 지금, 급하게 따라잡으려 하지 마세요. 대신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고, 단순하고 지루하지만 검증된 전략을 따르세요. 저비용 인덱스 펀드, 충분한 현금, 그리고 밤에 편안하게 잠들 수 있는 포트폴리오. 이것이 바로 당신의 은퇴를 지켜줄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시장은 당신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시장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모건 하우절의 조언을 따라 현명한 선택을 시작해보세요. 부의 결실은 급하게 쫓는 자가 아니라, 꾸준히 심고 인내하는 자에게 찾아옵니다.
참고 자료: Moneywise, “Don’t gamble the farm in your 50s: Morgan Housel warns couples nearing retirement not to chase risky returns — here’s his safe plan for catching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