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들이 돈을 벌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투자하고 계신가요?
강세장이 펼쳐질 때마다 반복되는 풍경이 있습니다. SNS와 뉴스에서 특정 주식이나 자산이 급등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주변 사람들이 수익을 올렸다는 이야기가 들리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나도 저 대열에 합류해야 하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에 사로잡힙니다. 이런 심리를 전문 용어로 FOMO(Fear Of Missing Out, 기회를 놓칠 것 같은 두려움)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역사는 군중을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투자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반복적으로 증명해 왔습니다. 그중에서도 1904년 토마스 로슨이라는 한 주식 영업사원이 벌인 시세 조작 사건은, 독립적 판단 없이 군중을 따르는 것이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신문 광고 하나로 시장을 뒤흔든 교묘한 계획
토마스 로슨은 단순한 주식 영업사원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대중의 심리를 읽고 조종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가진 인물이었습니다. 그가 벌인 “작전”은 너무나 정교해서 1904년 말, 미국 주식 시장에 경미한 공황을 일으킬 정도였습니다.
로슨의 계획은 이렇게 진행되었습니다. 먼저 그는 아말가메이티드 쿠퍼(Amalgamated Copper)라는 회사의 주식을 미리 매수했습니다. 그런 다음 몇 달에 걸쳐 전국 주요 신문에 이 회사를 극찬하는 광고를 집중적으로 게재했습니다. 광고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주가는 40달러에서 시작해 점진적으로 상승하더니, 결국 82달러까지 두 배 이상 급등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주가가 고점에 도달했을 때, 로슨은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모두 매도했습니다. 그리고 공매도 포지션을 취한 후, 12월 5일 폭탄선언을 했습니다. 전국 신문에 반 페이지짜리 대형 광고를 게재하며 주주들에게 즉시 매도할 것을 경고한 것입니다.
그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공황은 즉시 시작되었고, 단 3일 만에 주가는 58달러로 급락했습니다. 3일째가 되자 공황은 아말가메이티드 쿠퍼를 넘어 시장 전체로 확산되었습니다. 로슨은 이 하락장에서도 공매도 포지션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렸고, 다시 한번 방향을 바꿔 저점 근처에서 매수 포지션을 취했습니다. 사건 발생 일주일 후 주가가 69달러로 반등했을 때, 그는 또다시 이익을 챙겼습니다.
당시 대중은 이 모든 것이 치밀하게 계획된 시세 조작이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단지 “영향력 있는 사람”이 발표한 정보를 믿고 따랐을 뿐입니다.
왜 똑똑한 사람들도 군중을 따라가는가
예일대학교 경제학 교수였던 어빙 피셔(Irving Fisher)는 이 사건을 분석하며 군중 심리가 가진 치명적인 결함을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투자 군중에게 일반적으로 그렇듯이 예측이 독립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 투기의 해악은 특히 심각합니다. 만약 투기자 각각이 미래 사건의 진행 방향에 대해 서로 독립적으로 결정을 내렸다면, 일부 투기자의 실수는 다른 투기자의 실수에 의해 상쇄되었을 것입니다.
피셔의 지적은 핵심을 찌릅니다. 문제는 사람들이 독립적으로 판단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양떼처럼 한 명의 리더를 맹목적으로 따릅니다. 특히 그 리더가 돈을 벌고 있다면, 더욱 강력하게 끌립니다.
이러한 군중 추종 현상은 긍정적인 순환 고리를 만들어냅니다. 투자자들이 특정 주식에 몰리면 주가가 상승하고, 상승한 주가는 더 많은 투자자를 끌어들입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주가는 실제 가치와 동떨어진 수준까지 치솟습니다.
하지만 이 고리에는 끝이 있습니다.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반드시 끝난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끝은 대개 급격하고 고통스럽습니다. 1904년의 사건뿐 아니라 1929년 대공황,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2008년 금융위기 등 모든 강세장의 끝은 이런 패턴을 반복해 왔습니다.
위기는 집단적 오판의 대가다
피셔는 위기와 공황의 본질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통찰을 제시했습니다.
위기, 공황, 은행 예금 인출 사태 등의 주요 원인은 위험을 독립적으로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모방하는 데 있습니다. 위기는 전면적이고 강제적인 청산의 시기입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위기는 두 가지 특징으로 정의됩니다.
- 첫째, 청산 건수가 평소보다 훨씬 많고,
- 둘째, 대부분의 청산이 파산 위기나 실제 파산으로 인해 강제로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조건이 형성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사전에 미래에 대한 전반적인 오산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채권자와 채무자 모두 계약을 체결할 당시 잘못된 예측을 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위기는 이전의 일반적인 예측 오류가 드러났을 때 치러야 하는 대가인 셈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일반적 오류가 여러 개인의 독립적인 실수가 우연히 겹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피셔는 “거의 항상 독립성 부족, 즉 모방의 원칙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영향력 있는 한 사람이 저지른 실수는 감염병처럼 수백, 수천 명에게 빠르게 전파됩니다.
쉽게 속는 투자자들은 즉시 부를 가져다줄 ‘똑똑한 조언’을 간절히 찾다가 공통적으로 실수를 저지르고, 그 실수가 재앙이 되면 집단적으로 빠져나가려 합니다.
독립적 사고로 무장하라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피셔가 제시한 해결책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무시하는 것입니다.
모든 강세장을 둘러싼 소음, 과대광고, 유행을 무시하십시오.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하든 그것은 당신과 무관합니다. 당신의 재무 상황, 투자 목표, 위험 감수 능력은 다른 사람과 다릅니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투자 결정이 당신에게 적합할 이유가 없습니다.
대신 자신만의 투자 계획을 세우고 그 길을 따라가야 합니다. 구체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첫째, 투자하기 전에 스스로 질문하십시오.
- “나는 이 회사가 무엇을 하는지 이해하는가?”, “이 투자가 내 장기 목표와 부합하는가?”, “최악의 경우 어떤 손실을 감수할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에 명확히 답할 수 없다면, 그것은 당신의 투자가 아닙니다.
- 둘째, 투자 원칙을 세우고 문서화하십시오.
- 어떤 조건에서 매수하고, 어떤 상황에서 매도할 것인지를 미리 정해두십시오. 감정이 고조될 때 이성적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평온한 상태에서 세운 원칙이 당신을 지켜줄 것입니다.
- 셋째, 정보 출처를 신중하게 선택하십시오.
- SNS에서 떠도는 “확실한 정보”, 익명의 “전문가”가 제시하는 “절호의 기회”를 경계하십시오. 대신 검증된 출처에서 나온 객관적 데이터와 분석을 기반으로 판단하십시오.
- 넷째, 시간을 당신의 편으로 만드십시오.
- 조급함은 투자의 적입니다. “지금 아니면 기회를 놓친다”는 생각이 들 때가 가장 위험한 순간입니다. 좋은 투자 기회는 항상 다시 찾아옵니다. 충분히 조사하고 확신이 설 때까지 기다리십시오.
12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진실
토마스 로슨의 사건은 120년 전 일이지만, 인간의 심리는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오늘날에도 군중을 따르는 투자자들은 늦게 진입하고, 무엇을 소유하고 있는지 모르며, 투자가 실패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릅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처럼 공황 매도에 빠집니다.
기억하십시오. 당신의 투자 성공은 다른 사람을 얼마나 잘 따라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독립적으로 사고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참고 자료: Novel Investor, “Imitation Games: The Perils of Following the Crowd”